주간동아 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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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정도서를 받지 않을 권리

  • 동아일보 출판팀 차장 khmzip@donga.com

    입력2007-06-25 10: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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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정도서를 받지 않을 권리
    후배의 책상에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 ‘동물원에 가기’가 놓여 있다. 신간도 아닌데 왜 갑자기 이 책들이 나와 있나 했더니 보통의 신작 ‘행복의 건축’에 딸려온 증정도서란다. ‘행복의 건축’은 예약판매를 하면서 파격적인 1+3 이벤트를 했다. ‘여행의 기술’ ‘동물원에 가기’ ‘불안’까지 세 권을 덤으로 주는 행사였다. ‘행복의 건축’의 온라인 서점 할인가격이 1만2600원, ‘동물원’ 7650원, ‘불안’ 1만400원, ‘여행의 기술’ 9000원. 1만2600원으로 3만9650어치의 책을 구입했으니 독자들이 횡재한 기분일 게다. 덕분에 ‘행복의 건축’은 예약판매 2주 만에 ‘베스트셀러 10’권에 진입했다고 한다. 그 뒤 한 달이 지났지만 1+3 효과는 여전해서 1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출판시장에 미니북 열풍을 몰고 온 것은 3월 나온 ‘파페포포 안단테’다. 4년 만에 신작을 출시하면서 출판사는 1+2 행사를 했다. 증정용 도서 2권은 전작 ‘파페포포 메모리즈’ ‘파페포포 투게더’ 미니북이다. 파페포포 시리즈가 텍스트가 적은 카툰 에세이기에 앙증맞은 미니북으로 만들어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파페포포 안단테’의 성공 이후 출판 마케팅이 1+1로도 모자라 1+2, 3권까지 끼워팔기 쪽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오쿠다 히데오의 ‘면장선거’는 본책과 똑같은 내용이 담긴 미니북을 끼워준다. 그림 한 컷 없는 소설을 손바닥보다 작은 미니북에 담으려다 보니 글씨가 깨알 같아서 눈이 아플 지경이다. 이렇게라도 미니북을 만드는 게 어떤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다. ‘면장선거’는 본책도 그리 크지 않아서 휴대에 어려움이 없는데 말이다.

    한 온라인 서점에 들어갔더니 5만원 이상 구입하는 독자가 원하는 책을 고를 수 있는 공짜책 이벤트가 한창이다. 다음번에 제공될 공짜책 리스트도 보여준다. 시장 좌판의 ‘골라 골라’를 보는 것처럼 떨떠름하다. 이제 사람들은 1+5쯤 해야 공짜 선물에 ‘감동’하지 않을까.

    얼마 전 서점에서 주제 사라마구의 ‘눈뜬 자들의 도시’를 집어들었다가 다시 놓았다. ‘눈먼 자들의 도시’ 미니북이 증정도서로 함께 포장돼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미 ‘눈먼 자들의 도시’를 읽었고 미니북이 아닌 제대로 된 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미니북을 원치 않는다. ‘눈뜬 자들의 도시’만 구입하고 싶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가 없다. 나는 ‘한정사은’ 행사가 끝난 뒤 ‘눈뜬 자들의 도시’만 구입하기로 하고 그냥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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