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5

2006.12.19

슬럼프마저 한판에 메친 무결점 악바리

  • 도하=이승건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기자 why@donga.com

    입력2006-12-18 1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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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럼프마저 한판에 메친 무결점 악바리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25·KRA)가 또 하나의 별명을 얻었다. ‘그랜드슬램의 사나이’가 그것이다.

    이원희는 12월4일(현지 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아시아경기대회 남자 유도 73kg급에서 우승해 2003년 세계선수권과 아시아선수권,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 이어 하나 남은 ‘빅4’ 대회에서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출국을 앞둔 이원희를 도하의 한 음식점에서 만났다.

    “어제(5일) 감독님 허락받고 외박했어요. 부모님, 누나와 함께 레스토랑에 가서 저녁도 먹고 못다 한 얘기도 하고 그랬죠.”

    이원희는 누나 이현주(26) 씨와 우애가 각별하다. 미국에서 혼자 공부하고 있는 누나를 위해 가끔 전화를 걸어 웃겨주기도 한다. 누나는 그런 동생의 ‘그랜드슬램’을 위해 3일간 금식기도를 올렸고, 도하까지 날아왔다.

    유도 남자 대표팀 전기영 코치는 “이원희는 결점이 없는 선수”라고 했다. 김석규 MBC 해설위원은 “훈련을 통해서는 얻을 수 없는 센스를 타고났다”고 말했다. 본인은 어떻게 생각할까.



    “저는 연습할 때 정말 세게 해요. 다음 날 거의 죽을 정도로…. 그 때문에 지금 대표팀 안병근 감독님과 사이가 좀 안 좋았어요. 힘들 때 쉬어야 다음 연습 때 또 미친 듯이 할 수 있는데 못 쉬게 하시더라고요. 제가 엄살 피운다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그래서 훈련 못하겠다고 했거든요.(웃음) 항상 죽을 것 같고, 항상 힘들고…. 그래서 더 신앙에 의지하게 되네요.”

    이원희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승리한 뒤에는 항상 매트 위에 무릎을 꿇고 기도부터 한다. 술과 담배는 입에 대본 적도 없다.

    우리 나이로 이제 스물여섯. 아직 결혼이 급한 나이는 아니지만 부모님은 결혼 얘기를 많이 한다고 했다. 경기장에서 만난 부친 이상태(60) 씨는 “(장)성호 보세요. 작년 이맘때 장가간 뒤부터 훨씬 잘하잖아요”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전까지 ‘은메달의 사나이’였던 장성호는 이번 대회 100kg급에서 금메달을 땄다.

    “사실 성호 형은 그럴 만해요. 결혼하기 전에는 ‘전설적인 술꾼’이었거든요. 예전 같으면 술 마셨을 시간에 형수님이 해준 좋은 음식 먹으니 몸이 좋아질 수밖에 없죠.”(웃음)

    아테네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 허탈감으로 긴 슬럼프에 빠졌던 이원희. 이번에는 남은 목표가 있는지 궁금했다.

    “스포츠는 기록 싸움이잖아요. 제가 세운 국내 최다 연승기록(48연승)을 깨고 싶어요. 그 다음은 당연히 베이징올림픽 우승이고요. 결혼은 그때나 가서 생각해볼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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