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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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 참패 국민여동생 ‘아픈 만큼 성숙’

  • CBS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기자 socio94@cbs.co.kr

    입력2006-12-13 17: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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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행 참패 국민여동생 ‘아픈 만큼 성숙’
    이렇게 수년 동안 한결같은 사랑을 받은 여배우가 있을까. 그녀에게는 안성기에게 붙여지는 ‘국민배우’와 같은 급의 수식어가 붙었다. ‘국민여동생’. 만 열아홉 살의 대학 1학년생 배우 문근영 얘기다.

    아직도 볼에 젖살이 빠지지 않아 여성스러움보다는 소녀티가 더 많이 난다. 문근영은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거치는 동안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송혜교의 아역으로 시작해 주로 영화에서 활동했다. ‘어린 신부’ ‘장화, 홍련’ ‘댄서의 순정’ 그리고 최근작 ‘사랑 따윈 필요 없어’까지….

    ‘가을동화’에서부터 이어진 그녀의 성공은 그야말로 승승장구였다. 문근영을 모델로 삼은 영화 시나리오가 쏟아지고 기획 영화가 줄을 이었다. 그녀의 ‘롤리타(미소녀)’ 매력을 최대한 살린 ‘어린 신부’는 300만 명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했고, ‘댄서의 순정’ 역시 2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관람했다. 오죽하면 나이 어린 문근영의 그늘에 가릴까봐 남자 배우들이 캐스팅을 기피할 정도였을까.

    영화에서 그녀는 깜찍발랄한 천 가지 표정을 보여주며 그녀를 자신의 여동생으로 생각하는 전국의 수많은 ‘오빠’들을 설레게 했다. 옌볜 처녀로 나오는 ‘댄서의 순정’에서 그녀를 흠씬 팬 남자 악역 배우는 문근영을 때렸다는 이유로 ‘공공의 적’이 돼 악플에 시달리기도 했다.

    대학에 진학하면서 문근영에 대한 관심은 캠퍼스로까지 이어졌다. 주변 사람들이 그녀를 동물원 ‘코알라’처럼 신기하게 바라보는 통에 정상적인 수업이 어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문근영은 현명했다. 자신에 대한 과도한 관심을 정면으로 돌파했고 수업에도 충실했다. 최근 MBC는 문근영을 ‘수업에 성실한 연예인’으로 소개한 심층 프로그램을 방송했다.



    그녀의 성실성에 대한 일화 한 가지. 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국민배우 안성기와 공동사회를 맡은 문근영은 리허설 시간 동안 상대방 멘트까지 통째로 외워서 얘기하는 바람에 안성기에게 칭찬(?)을 받기도 했다. 이렇듯 나이답지 않은, 톱스타답지 않은 모범적인 생활태도는 문근영의 주가를 더욱 높인다. 출연료를 북한돕기 자선기금에 기부하는 등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이다. 광주에서 공무원으로 재직 중인 부모님의 영향도 있겠지만, 어찌 됐건 그녀에겐 연예인들의 평균과는 분명 다른 무언가가 있다.

    그러나 문근영에게도 시련은 찾아왔다. 1년여 만에 찍은 영화 ‘사랑 따윈 필요 없어’가 흥행에 참패한 것. 개봉 1주차에 32만 명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 기대감을 불러일으킨 이 영화는 결국 관람객 50만 명에 그치는 졸전을 면치 못했다. 비록 영화계의 비수기이기는 했지만 그동안 문근영에게 보인 대중의 반응을 생각하면 이번 흥행 참패는 재앙적 수준이다. 문근영 역시 완성도가 떨어지는 영화에서는 어김없이 냉정한 심판을 받고 만 것이다.

    소속사나 영화사도 이번 흥행 참패에 당혹감을 내비치고 있다. 나름대로 일본 인기드라마의 원작을 잘 살렸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왔으니 말이다.

    이제 문근영이 할 일은 명확해졌다. 먼저 반복적인 ‘소녀’ 이미지의 복제를 거부하고 과감히 ‘성인’ 연기로 변신해야 한다는 외부의 평가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동안의 작품 결정이 주위 사람들의 권유에 의한 것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연기자 문근영을 다채롭게 꾸미기 위한 주체적인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쉽게 가는 길을 택하지 말고 힘들게 돌아가더라도 진짜 연기를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이제껏 자신을 국민여동생으로 생각했던 수많은 팬을 돌아오게 하는 해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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