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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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보수론자 ‘안보 조율’ 중책 맡다

  • 하태원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입력2006-12-11 15: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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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종천(63) 신임 대통령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장관급)은 육군사관학교(22기) 출신이지만, 초임장교 시절을 제외하고는 줄곧 육사 교수로 재직해온‘공부하는 군인’이었다. 1995년 육사 교수부장을 끝으로 준장으로 예편한 뒤 세종연구소 부소장을 거쳐 2000년부터는 소장을 맡으면서 한미동맹, 군비통제 등을 연구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백 실장은 국방문제에 대한 전문성뿐 아니라 세종연구소장으로 근무하면서 한미관계와 남북관계에 관한 식견도 갖춰, 통일외교안보 분야에서 종합적인 안목을 갖춘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최근 들어 햇볕정책을 지지하는 등 현 정부의 코드에 부합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북한 핵실험 이후 대북 포용정책의 지속 여부에 대해 그는 “한국이 국제사회의 흐름과 가치에 공조해야 한다”면서도 “기존에 유지해온 대북 대화와 협상 채널을 모두 버려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에 대해서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시작전권 환수로 한미관계가 끝장날 듯이 호도하는 것은 양국 관계에 오히려 도움이 안 된다”면서 “지엽적인 문제들이 과대 포장되는 상황”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하지만 그의 본래 성향은 ‘보수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2003년 2월 서울에서 한국국방연구원(KIDA)과 미국 헤리티지재단, 한미교류협회가 공동 주최한 세미나에서 백 실장은 “한미 동맹관계의 변화는 남북간 군사관계의 변화, 특히 군사적 긴장완화와 연계해 추진해야 한다”며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백 실장과 사적인 자리에서 외교안보 현안과 관련해 토론할 기회가 많았다는 한 인사는 “백 실장은 얼마 전까지도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이나 한미동맹 관리 등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자주 했었다”면서 “하지만 공적인 자리에서는 정반대의 이야기를 해 본심이 무엇인지 갸우뚱하게 한다”고 말했다.



    사람은 좋지만 자기 색깔이나 소신을 드러내지 않으며, 조직을 장악하는 카리스마가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다. 그런 이유로 새 외교안보팀이 이른바 ‘송민순 외교부 장관 원톱 체제’라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백 실장과 오랜 기간 같이 일해온 한 인사는 “윗선의 심기를 읽는 일에 능란한 스타일”이라면서 “북핵문제, 남북관계, 한미관계 등 첩첩산중인 외교안보 현안을 잘 처리할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백 실장에 대해 “실력과 인품을 겸비한 사람으로 화합과 조율에 능한 스타일”이라며 “개성 강한 송민순 장관과 이재정 통일부 장관 사이에서 조율 능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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