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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예쁘고 깜찍한 다이어리 꾸며볼래!

10~30대 여성들 손안의 홈피 다이어리 열풍 … 일상 기록 추억만들기 2~3개는 기본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나도 예쁘고 깜찍한 다이어리 꾸며볼래!

나도 예쁘고 깜찍한 다이어리 꾸며볼래!

서울 명동의 한 문구숍 다이어리 판매 코너. 최근 들어 수십 종류의 다양한 다이어리 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대학생 김모(여·25) 씨는 3개의 다이어리를 ‘키우고’ 있다. 스케줄러, 아이디어 다이어리, 다이어트 다이어리가 그것. 스케줄러에는 해야 할 일과 약속 등을 메모하고 아이디어 다이어리에는 잡다한 생각과 영화 감상평 등을 기록한다. 스티커와 모양 테이프를 이용해 다이어리를 꾸미고 잡지에서 스크랩한 글이나 사진을 즐겨 붙인다. 집에 두고 다니는 다이어트 다이어리는 잠들기 전에 펼친다. 식단과 운동량 등을 체크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전신 사진을 찍어 붙인다. 김씨는 “일상생활을 아기자기하게 기록하면서 하루하루를 추억으로 만들고 있다”면서 “예쁘게 꾸미고 감상하는 것 자체가 즐겁다”고 말했다.

다이어리 열풍이 거세다. 1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 이르는 여성들이 ‘다이어리 꾸미기’에 빠졌다. 디지털 문화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요즘 오히려 ‘아날로그’의 역풍이 부는 것. 이들은 손수 다이어리를 꾸미고 들고 다니면서 짬짬이 감상하는 데 시간과 열정을 바친다.

취업준비생 김은희(21) 씨는 인터넷 서핑 중 모아둔 일러스트나 그림, 사진 등을 프린트해 다이어리에 오려 붙이기를 즐긴다. 영화티켓 또한 다이어리에 붙이고 그 옆에 영화 줄거리 등을 요약해 적는다. 김씨는 “다이어리를 꾸미는 데 필요한 색연필이나 스티커 등은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몇 만원어치씩 구입한다”고 귀띔했다.

32세의 직장여성 최모 씨는 1년 전 ‘다이어리족(族)’으로 되돌아왔다. 여고 시절에는 예쁘게 꾸민 다이어리를 친구들과 즐겨 교환해 보곤 했지만 20대에는 바쁜 생활 탓에 ‘다이어리 놀이’를 잊고 지냈다. “우연히 문구숍에 갔다가 다양한 다이어리 신제품들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두어 시간 고민한 끝에 다이어리를 하나 사서 12년 만에 다시 다이어리 꾸미기를 시작했죠. 무척 즐거워요.”

손으로 기록 ‘나만의 비밀’ 간직 욕구 표출



나도 예쁘고 깜찍한 다이어리 꾸며볼래!
다이어리 열풍은 인터넷 카페 ‘다이어리 꾸미기’(cafe.naver.com/decodiary.cafe)에서 엿볼 수 있다. 이 카페의 회원 수는 무려 13만 명에 육박한다. 하루에 올라오는 새 글도 3000여 건. 이 카페 외에도 최근 들어 다이어리 꾸미기와 관련된 인터넷 카페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다이어리에는 생활 속의 모든 것이 담긴다. 사고 싶은 물건의 리스트, 영화 티켓, 쇼핑 영수증, 새로 구입한 물건의 포장에서 오린 라벨 등등.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도 다이어리에 담긴다. 대학생 이민영(23) 씨는 “스티커 종이에 사진을 프린트해서 다이어리에 붙인다”며 “가끔 친구들에게도 스티커 사진을 선물하는데 인기 만점”이라고 소개했다.

나도 예쁘고 깜찍한 다이어리 꾸며볼래!

‘다이어리 꾸미기’ 카페 한 회원의 다이어리 사진들.

디지털 시대에 불어오는 때 아닌 다이어리 열풍의 진원은 어디일까. ‘다이어리 꾸미기’ 카페를 만든 서영민(25·여) 씨는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질리거나 거부감을 느끼게 된 사람들이 다이어리 쪽으로 옮겨온 것 같다”고 말했다. 미니홈피를 통한 사생활 노출에 거부감을 느끼고 ‘나만의 비밀’을 간직하고 싶다는 욕구가 다이어리를 통해 표출되고 있다는 것. 3개의 다이어리를 사용하는 학원강사 이모(여·26) 씨는 “미니홈피는 판타지의 세계”라고 못 박는다.

나도 예쁘고 깜찍한 다이어리 꾸며볼래!
“미니홈피에서는 다들 너무 행복하고 예쁘고 착해요. 현실이 아니죠. 자기 미니홈피에 저랑 싸운 이야기는 쏙 빼놓고 영화를 재미있게 봤다는 글과 사진을 올리는 친구를 보면서 그런 점을 느꼈어요. 하지만 다이어리에서는 솔직해질 수 있죠. 나만 보는 거니까. 그런 점이 좋아요.”

오프라인에 대한 향수도 다이어리 열풍을 불러왔다. 다이어리족들은 손수 쓰고 만지고 간직할 수 있다는 점에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키보드로 두드리는 것이 아니라 직접 손으로 쓰는 느낌이 좋다”(서영민), “싸이월드가 없어진다면 내 기록이 모두 사라지는 셈인데, 나만의 다이어리는 절대 그럴 리가 없다”(장선영), “직접 손으로 글을 쓰다 보면 생각이 한 번 더 정리된다는 장점이 있다”(장설화).

그러나 한편으로는 다이어리 열풍 역시 디지털 문화에 기대고 있다. 정성들여 꾸민 다이어리를 카메라로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는 ‘다이어리 공개 문화’가 굳건하게 자리잡혀 있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을 기록한 다이어리의 페이지들이 디카에 찍혀 인터넷에 오른다. 가히 ‘디지로그’ 스타일의 미니홈피인 셈. 최씨는 “자기 다이어리 사진을 올리는 사람들이 대부분 ‘무플(댓글이 달리지 않는 것)은 민망해요’라고 써놓는 것을 봐서는 다이어리 꾸미기가 어떤 면에서는 노출 욕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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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 열풍에 발맞춰 관련 시장도 커지고 있다. 문구류 판매업체 ‘텐바이텐’의 마케팅 담당자 하수희 씨는 “올해 10~11월의 다이어리 관련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배 이상 성장했다”면서 “다이어리 시장은 수억원대로 커졌지만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고 내다봤다. 종이 문화의 발전과 함께 다이어리 시장 또한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이어리 제작업체 ‘제토’의 김명수 대표는 “최근 들어 다이어리를 1년에 한 개 사는 고객의 비중은 크게 줄었고 2~3개씩 구입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그는 또 “20대 후반에서 30대 주부까지 다이어리의 고객층 또한 넓어졌다”고 덧붙였다.

해외여행 등 소비자 욕구 맞춘 제품 잇단 출시

소비자의 욕구에 맞춰 다이어리 제품도 변신과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해외여행을 선호하는 요즘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춰 유럽의 특정 도시 사진으로만 꾸며진 다이어리도 출시됐다. 이러한 제품의 경우 뉴욕, 런던, 도쿄 등의 지하철 노선표까지 담고 있다.

특정 아이템을 주제로 삼은 다이어리도 인기다. 최근 출시된 ‘로모 다이어리’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로모 카메라로 찍은 사진으로만 꾸며진 이 다이어리에는 직접 찍은 로모 사진을 붙이고 출사지 정보, 날씨, 필름 종류 등을 기록할 수 있는 포맷으로 구성됐다.

사진 등을 붙여 ‘뚱뚱해진’ 다이어리를 위해 다이어리의 허리를 묶는 고무줄 밴드도 나왔다. 다이어리에 금세 싫증을 내는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반년 다이어리’도 등장했다. 직접 꾸미기를 좋아하는 고객을 겨냥해 디자인 요소를 줄이고 여백을 많이 둔 다이어리도 인기다. 요즘 다이어리는 지방의 지역 전화번호 대신 국제전화 국가번호를, 경찰서·소방서 전화번호 대신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영화관의 위치, 전화번호, 할인 정보 등을 담는다. 확실히 ‘수첩’과는 다른 면모다.

다이어리를 꾸미기 위한 서브 아이템 시장도 동반 성장 중이다. 미국에서는 상점에서 상품 라벨링용으로 쓰이는 ‘다이모’(테이프에 원하는 글자를 새기는 문구류)가 한국의 다이어리족들에게는 다이어리 소품으로 즐겨 쓰이고 있다. 텐바이텐의 하수희 씨는 “스티커, 테이프, 모양 펀치, 스탬프 등 다이어리 소품 관련 제품만 3000여 개가 넘게 출시돼 있다”면서 “다이어리족과 관련 시장은 ‘동반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2006.12.12 564호 (p58~58)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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