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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판의 유령, X파일 춤춘다

대선 후보 사생활·재산 문제 등 흑색선전 … 방치하면 오해 사고 해명해도 손해 ‘곤혹’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선거판의 유령, X파일 춤춘다

선거판의 유령, X파일 춤춘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 캠프에서 활동하는 특수부 검사 출신 A씨. 그는 최근 대구지방병무청에서 살다시피 했다. 이 전 시장 캠프의 또 다른 인사 B씨는 지방 모처에 살고 있는 고령의 의사 C씨를 찾기 위해 지방 출장을 밥먹듯이 했다. C씨는 1963년 8월 논산훈련소에 자원 입대했던 이 전 시장의 신체검사를 담당했던 군의관이다.

B씨가 C씨를 찾아 나선 이유는 이 전 시장과 그의 아들을 둘러싸고 제기되고 있는 병역비리 의혹 때문이다. C씨를 통해 이 전 시장이 신체검사를 받은 후 귀향 조치된 배경과 자료 등을 찾으려고 한 것.

인터넷 통한 조직적 음해

이 전 시장의 핵심 측근인 정두언 의원은 12월6일 ‘최고의 정당, 최악의 정당’이라는 책의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정 의원은 이 책에서 최근 제기되고 있는 이 전 시장의 사생활 문제, 재산 및 병역 문제 등을 정면으로 거론했다. ‘소문은 이렇고 진실은 이렇다’는 식의 적극적인 해명이다.

정 의원은 또 지난 3월 문제가 됐던 황제테니스 파동의 이면도 ‘황제테니스, 이렇게 공작됐다’라는 제목으로 파헤쳤다. 정 의원은 이 책에서 “당시 이 전 시장은 물론이고 모든 국민이 여권의 공작정치에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시장 측의 이러한 적극적인 움직임은 이 전 시장 캠프가 네거티브 및 X파일과의 전쟁에 본격적으로 나섰음을 말해준다. 이 전 시장 측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네거티브 공세에 적극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네거티브에 편승한 흑색선전은 먼저 나서서 해명하는 쪽이 손해를 본다. 섣부른 해명에 또 다른 의혹이 따라붙으면서 불길이 번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네거티브에 대한 대응 전략은 공개된 의혹을 따라가면서 해명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게 선거판의 불문율이다. 하지만 이 전 시장 측은 먼저 진화에 나섰다. 왜 그랬을까?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 전 시장의 주변에는 오래전부터 X파일이 따라다녔다. 애초에 이 전 시장 측은 ‘때가 되면 모두 사라질 루머’라며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 등을 통해 조직적으로 이 전 시장을 음해하는 X파일이 떠돌아다니는 사실을 확인하고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한 측근의 설명이다.

“소위 이명박 X파일을 둘러싸고 갈수록 의혹이 확산된다. 처음에는 네티즌의 장난으로 치부했다. 그러나 (그 내용이) 조직적으로 이곳저곳으로 옮겨지더라. 심지어 이 전 시장의 아들인 것처럼 신분을 속이고 ‘병역의무를 다하지 못해 죄송합니다’라는 사죄 글이 인터넷에 오르기도 했다.”

지지율 높은 후보일수록 X파일 기승

선거판의 유령, X파일 춤춘다

2002년 12월1일 한나라당 선대위 회의에서 김영일 사무총장 (위 왼쪽)이 국정원의 도청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위).
2002년 8월 민주당 천용택 의원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측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아래).

이 전 시장 측은 이런 공세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법률가 등으로 구성된 팀까지 꾸렸다. 이 전 시장의 병역의혹을 제기한 몇몇 네티즌을 검찰에 고소했고, 이들은 기소되기도 했다. 이 전 시장 측은 병역의혹, 사생활 및 재산 문제 등 현재 제기되는 네거티브 공세에 대한 사안별 매뉴얼을 만들었을 정도로 X파일과의 전쟁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X파일은 특정 후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모든 대선 후보가 타깃이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손학규 전 경기지사, 김근태 우리당 의장 및 정동영 전 의장, 고건 전 총리를 둘러싼 X파일도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표를 따라다니는 X파일은 정수장학회, 사생활과 관련한 것이다. 물론 근거 없는 ‘카더라’ 수준이 대부분이지만, 그중에는 개연성을 무시하기 어려운 사안도 더러 있다.

박 전 대표 측은 ‘팩트’가 없는 이상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뒤에서 수군대는 가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박 대표가 얘기를 들으면 웃고 치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내심 부담감도 갈수록 커가는 눈치다.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X파일이 진화하고 있다는 점에 유념한다. 갈수록 논리와 정보가 보강되면서 X파일의 완성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 박 전 대표 캠프에서 활동하는 한 측근의 설명이다.

“X파일과 네거티브는 박 전 대표와는 거리가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최근 이런저런 얘기들이 자꾸만 살이 붙는 탓에 부담감이 생긴 것은 사실이다.”

박 전 캠프 측도 변호인단 등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한 대응논리를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판교에 건설 중인 테크노밸리와 관련해 인허가 과정에서 100억원대의 이권을 챙겼다는 소문에 시달리고 있다. 한 측근은 “단돈 1만원이라도 근거를 가지고 얘기를 해야 해명할 것 아니냐”며 답답한 표정을 짓는다.

그는 “짧은 시간에 최소 투자로 최대 효과를 볼 수 있는 전략이 바로 X파일을 동원한 네거티브 선거”라면서 “네거티브 전략이 한 번 작동되면 사실상 해명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설사 해명하더라도 이미 ‘게임’이 끝난 상황이라 의미가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따라서 터진 후에 해명하는 것보다 예방에 무게를 두자는 얘기도 나온다고 한다. 그러나 자칫 섣부른 해명이 또 다른 의혹으로 비화할 소지가 있어 곤혹스러운 눈치다.

선거판의 유령, X파일 춤춘다

2003년 4월 한나라당 박종희 의원이 기양건설 로비의혹에 대해 기자들에게 해명하고 있다.

여당의 잠재적 대권 후보들도 이 파일의 사정권을 벗어나기 힘들다. 고건 전 총리의 경우 신군부 등장 과정에서 있었던 3일간의 잠적에 대한 각종 루머가 기록된 X파일이 따라붙는다. 고 전 총리 측은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해명된 사안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만, X파일이 몰고 올지도 모를 후유증에 자못 신경 쓰이는 눈치다.

정동영 전 의장은 친인척과 관련한 주가조작설이 뒤를 따르고 있고, 김근태 의장은 친인척들의 월북문제 등 가족과 관련한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침묵’으로 일관한다. 아직 당내 사정이 복잡하고 대선구도가 잡히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을 따르는 X파일의 무게와 완성도는 떨어지는 편이다.

X파일 봉쇄 위한 개정선거법안 국회 제출

X파일은 항상 ‘때가 되면 실체가 공개될 것’이라는 후렴구가 따라붙는다. 그러나 90% 이상은 햇볕을 보지 못한 채 사장되고 마는 게 X파일의 운명이다. X파일의 폭풍은 국민 지지율이나 지명도가 높은 후보일수록 거센 편이다. 이 전 시장이 타깃이 되는 이유다. 정두언 의원의 설명이다.

“지난해 이 전 시장이 한 대학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다. 그 직후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뽑아놓은 피로 DNA 검사를 해 숨겨둔 딸의 실체를 찾았다는 얘기가 귀에 들어왔다.”

한나라당은 네거티브와 X파일에 예민하다. 2002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한 이유가 X파일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탓이다. 그들은 ‘또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크다. 공성진 의원의 분석이다.

“이명박 전 시장이나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율을 따라잡을 마땅한 여권 후보가 없다. 그렇다면 야당 후보의 지지율을 끌어내리는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한국정책연구원 전병민 고문도 내년 대선이 네거티브 선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는 “외국 사례를 보더라도 네거티브 없는 선거는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반대로 네거티브 전략이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2002년 대선 때의 ‘이회창 학습효과’ 때문이다. 특히 한강 세대인 이 전 시장에게는 국민이 독특한 포용심을 보이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나라당 정보위원장 김정훈 의원의 설명이다.

“유권자들은 이 전 시장에게 과거 이회창 전 후보에게 기대했던 것과 같은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하지 않는 것 같다. 민주화 기수인 3김(金)에게 관용의 지지를 보낸 것처럼, 국민은 기업가로 개발시대를 살아온 그에게도 포용의 지지를 보내는 듯하다.”

한나라당은 이에 앞서 X파일과 네거티브 선거를 제도적으로 봉쇄하기 위해 개정선거법안을 국회에 제출해놓은 상태다. 김 의원은 이 법안에 대해 “선거를 전후해 흑색선전을 할 경우 중앙선관위가 ‘72시간 이내에 근거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하고, 만약 증거를 제출하지 못하거나 신빙성이 없으면 선관위가 언론보도 중지명령을 내리거나 형사처벌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X파일과 네거티브를 제도적으로 봉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실체 없는 X파일은 지금도 유령처럼 대선 후보 주변을 떠돌아다닌다.



주간동아 2006.12.12 564호 (p16~18)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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