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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 맛이야!|국수

신토불이 국수 설 땅 좁아졌네!

  •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발해농원 대표 ceo@bohaifarm.com

신토불이 국수 설 땅 좁아졌네!

신토불이 국수 설 땅 좁아졌네!
우리가 흔히 먹는 국수는 칼국수, 냉면, 막국수, 라면, 자장면, 짬뽕, 우동, 스파게티, 온면, 비빔국수 등이다. 최근에는 이탈리아 파스타 전문점, 일본식 우동, 태국식 해물국수, 말레이식 튀김국수 등을 파는 식당들도 속속 생겨나 음식의 세계화를 실감할 수 있다.

국수란 밀가루, 메밀가루, 감자 녹말 등을 반죽해 얇게 민 뒤 가늘게 썰거나 국수틀에 넣어 뽑거나 길게 늘인 음식을 말한다. 이 국수가락을 말리면 건면이 되고, 그냥 먹으면 생면, 기름에 튀기거나 열풍에 말리면 즉석면이 된다.

국수가락 만드는 방법은 대개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밀대로 반죽을 밀어 칼로 써는 방법이다. 우리의 칼국수, 일본의 소바(메밀국수), 이탈리아의 파스타(밀가루로 만드는 이탈리아 음식의 총칭. 스파게티와 마카로니도 파스타의 일종) 중 일부가 이렇게 만들어진다. 재료와 반죽 솜씨에 따라 그 쫄깃쫄깃함이 달라진다. 요즘에는 반죽을 납작하게 만들어 국수를 써는 기계가 일반화되어 손으로 썬 칼국수 맛을 보기가 어렵다.

둘째, 밑에 구멍이 숭숭 뚫린 국수틀에 반죽을 넣어 눌러 뽑는 방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칼국수 외에 모든 국수를 이 방법으로 뽑는다. 이 방법이 자리를 잡은 데는 국수 재료와 관련 있다. 반죽을 밀대로 밀어 칼로 썰거나 잡아 늘이려면 밀가루처럼 끈기가 있는 재료여야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밀가루가 귀해서(밀 재배 북방 한계선은 충청남도를 넘지 못한다) 메밀가루에 녹두 녹말 또는 감자 녹말 등을 넣거나, 녹두 녹말에 밀가루를 넣은 반죽이 주종을 이루었기 때문에 국수틀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셋째, 반죽을 늘여 국수가락을 뽑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다시 중국식과 일본식으로 나뉜다. 중국식은 반죽을 양옆에서 잡고 바닥에 탁탁 쳐서 늘인 후 반으로 접어 다시 늘이는 방법이다. 예전엔 중국집에서 흔히 볼 수 있었으나 고된 훈련이 필요한 이 기술을 배우는 사람이 없어서 한때 인간문화재만큼이나 귀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수타면 붐이 일면서 기술자들이 많이 늘었다.



일본 소면은 한 덩어리의 반죽에서 한 가닥의 국수를 뽑아낸다. 반죽을 둥그런 홈에 밀어넣어 길쭉하게 만들고 이를 다시 좁은 홈 속에 넣는 방법을 되풀이하는데, 마지막엔 두 개의 막대기에 국수가락을 빙빙 둘러 감은 후 막대기를 잡아당겨 늘인다. 이 과정에서 국수가 끊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두어 시간 단위로 숙성시킨다. 반죽에서 국수가 완성되기까지는 아홉 시간이 걸린다. 국수 만드는 방법 중 가장 정교한 기술을 필요로 한다.

외국 국수 밀물 … 국수 대접하는 결혼식도 보기 힘들어져

최근 일본식은 물론 이탈리아식, 태국식, 말레이식 등 외국 국수가 속속 국내로 진출하고 있는 반면, 우리 음식문화에서 국수의 의미는 점차 퇴색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국수는 혼례 및 손님맞이용으로 귀하게 여겨지던 음식이다. 특히 혼례에서 합환주와 함께 신부와 신랑이 국수를 나눠 먹게 함으로써 국수가락처럼 길고 오래도록 금실 좋게 살라는 뜻을 새기게 했다. 하객들도 같이 국수를 먹으며 백년해로를 기원했다. 또 서울에서는 귀한 손님이 오면 칼국수를 내놓는 풍습이 있었다. 그런데 오늘날 이 모든 풍습이 사라졌다.

음식은 문화다. 파스타에는 이탈리아 문화가, 우동에는 일본 문화가, 해물국수에는 태국 문화가 묻어 있다. 우리는 음식만이 아니라 그 문화를 먹는 것이다. 각국의 음식을 다양하게 먹음으로써 우리의 문화가 풍성해질 수 있다. 그러나 최소한 우리 음식문화는 지켜가면서 그들의 문화를 즐겨야 하지 않을까. 가을이 깊어지면서 청첩장을 자주 받는다. 국수를 혼례 음식으로 내놓는 결혼식에 가보고 싶다.

우리 부부는 전통혼례를 올렸다. 결혼한 지 20년 가까이 돼가는데 그때 전통혼례를 두고 참 말이 많았다. 집안 어른들은 너나없이 전통혼례에 반대했다. 그 다음에는 혼례 음식을 두고 설전이 벌어졌다. 나는 전통을 지켜 국수로 하자고 하고, 어른들은 갈비탕은 내야 제대로 접대하는 거라고 하고…. 이도 우겨서 국수로 정했다. 내 자식놈들 결혼식도 그렇게 시킬 예정이다. 그런데 이놈들이 내 말을 들을까 걱정이다. 내 결혼식 이후 전통혼례에 가본 적도 없고 국수를 대접하는 집도 못 봤으니 말이다.



주간동아 2006.11.07 559호 (p75~75)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발해농원 대표 ceo@bohaifar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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