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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급성장 질투냐 권력형 게이트냐

보건복지위 국감 ‘우리들병원’ 청문회 방불 … AOLD수술 세계적 기술 - 부도덕한 상혼 논란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병원 급성장 질투냐 권력형 게이트냐

병원 급성장 질투냐 권력형 게이트냐

서울 강남구 청담동 우리들병원 전경.

지난해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기자들에게 실언(失言)을 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허리’가 인구에 회자된 적이 있다.

“노 대통령도 가끔 골프를 치는데 한 번 치고 나면 허리 통증이 2주일은 가는 모양이더라. 디스크 수술이 깔끔하게 안 된 것 같다. 회의 석상에서도 1시간 이상 앉아 계시질 못한다.”

이 전 총리는 이 발언으로 여론의 호된 질타를 받았다. 청와대에서도 부적절했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국가원수가 지병을 지녔거나 특정 신체 부위에 통증이 있다면 국가 기밀에 해당하는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이던 2003년 1월에 허리 수술을 받았는데, 당시 노 당선자 측은 대통령의 병명과 수술을 받은 병원을 거리낌없이 공개했다. 노 대통령이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은 곳은 ‘우리들병원’(서울 강남구 청담동). 이 병원은 대통령 당선자를 ‘환자로 모신’ 덕에 쏠쏠한 홍보 효과를 누리기도 했다.

盧 당선자 디스크 수술로 입소문



그로부터 3년여 뒤, ‘대통령의 병원’이 정쟁(政爭)의 중심에 섰다. 11월1일까지 진행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는 ‘우리들병원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발단은 고경화 의원이 10월16일 발표한 국감자료집 ‘노무현 대통령과 이상호의 우리들병원 신화’. 고 의원은 6개월 동안 준비한 이 자료집에서 “우리들병원의 급성장 배경엔 현 정부의 비호가 강하게 작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우리들병원은 이에 대해 “우리 병원의 시술방식은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 의과대학 교과서에 소개된 것”이라며 “노 대통령이 수술을 받은 것은 세계적인 치료법을 보유한 병원을 신뢰한 탓이지, 친분 때문만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우리들병원은 고 의원을 상대로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의 이유로 3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상태다. 현직 국회의원이 발표한 자료집을 문제삼아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고 의원은 맞고소를 검토 중이다.

한나라당은 10월24일 우리들병원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권력형 게이트’로 규정하고 국정조사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의원 10여 명이 참여한 ‘우리들게이트 진상조사단’을 구성하고 검찰수사 요청 등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선 고 의원이, 노 대통령과 친분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병원을 몰아세운다는 비판도 나온다. 10월16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친노직계’로 분류되는 백원우 의원(열린우리당)은 의혹을 제기한 고 의원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병원 급성장 질투냐 권력형 게이트냐

우리들병원 이상호 원장.

“고경화 의원은 면책특권을 이용해 근거 없는 ‘소문 쪼가리’로 정책자료집을 만들어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

국감이 한창 진행 중일 때 백 의원 앞으로 책 6권이 택배로 배달됐다. 백 의원에게 책을 보낸 곳은 우리들병원. 자신들의 시술법이 실린 외국의 교과서라면서 보내온 것이다. 책자엔 견출지(포스트잇)로 핵심 부분이 표시돼 있었다.

백 의원은 “나는 AOLD는 잘 모른다. 이 책자가 우리들병원의 주장처럼 외국의 유명 의과대학에서 쓰이는 교과서인지, 참고서 수준의 진짜 형편없는 책자인지 분석해달라”고 요구했고, 유시민 복지부 장관은 “전문가에게 (책자를) 의뢰하겠다”고 답했다. 고 의원이 수세에 몰린 셈이다.

그렇다면 A4 용지 66장에 이르는 고 의원 측의 자료집은 백 의원 주장대로 ‘소문 쪼가리’ 수준의 허위 사실로만 채워져 있을까. 또 노 대통령과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한나라당이 일개 병원을 몰아붙이고 있는 것일까. 노 대통령과 우리들병원 이상호 원장의 ‘인연’부터 잠시 살펴보자.

병원 고소에 고경화 의원 맞고소 검토

두 사람의 인연은 1990년대 초 부산고 출신인 이 원장이 노 대통령을 고문변호사로 영입하면서 시작됐다. 노 대통령은 대법원 확정판결로 우리들병원이 6억7900만원의 과징금을 물은 건강보험 부당청구 관련 사건 항소심에 이상호 원장 측 소송대리인으로 참여했다.

또 2003년 당시 나라종금 사건과 관련해 노 대통령의 측근 안희정 씨에게 1억9000만원을 건네준 아스텍창업투자의 대주주가 이 원장인 것으로 드러났으며, 이 원장의 부인 김수경 우리들그룹 회장이 운영하는 열음사에선 노 대통령과 관련된 세 권의 책을 펴내기도 했다.

고 의원이 발표한 A4용지 66장 분량의 자료집은 △척추 수술 1위 우리들병원 신화 △왜 우리들병원을 못 건드리나 △노무현과 이상호의 ‘우리들 신화’ 등 크게 3부로 되어 있다. 이 자료집의 결론은, 우리들병원은 현 정부의 비호 덕분에 고속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것. 고 의원이 제기한 의혹을 하나씩 따라가보자.

고 의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2003년 이후 우리들병원 현장 실사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며 특혜설을 제기했으나, 현장 실사가 없었던 것은 조사 대상 선정기준에 미달했기 때문이라는 게 심평원의 설명이다. 고 의원은 또 “우리들병원에 메스를 들이댄 신영수 전 심평원장이 의문의 퇴임”을 했다고 주장했다. 신 전 원장은 재임 시 ‘척추수술 사전심사제’ 도입을 보건복지부에 건의했는데, 이는 남발되고 있는 척추수술을 줄이려는 의도였지 우리들병원에만 메스를 들이댄 것은 아니었다.

우리들병원이 현 정부의 비호 아래 고속 성장했다는 고 의원의 지적은 이렇듯 객관적인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내용들이다. 그렇다면 고 의원이 지적한 우리들병원의 부당 진료 및 편법 진료 의혹은 근거가 있을까?

고 의원은 노 대통령이 받은 수술인 내시경-레이저 병용 추간판절제술(PELD)이 표준 수술에 비해 재발률이 3.5배 높음에도 치료비는 3배 이상 비싸다고 지적했다. 또 이 전 총리의 발언을 바탕으로 노 대통령도 검증되지 않은 이 척추수술의 피해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PELD는 현미경 이용 시술보다 3배 이상 비싸다. 우리들병원 측이 비싸기만 할 뿐 효과가 적은 수술을 받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게 고 의원의 주장. 그러나 PELD는 환자가 수술 후 곧바로 활동할 수 있다. 비싼 만큼 장점도 있는 것이다.

문제는 AOLD로 불리는 우리들병원의 시술법. 이 병원은 표준 시술인 미세 현미경 추간판 절제술과 수핵자동흡인술을 병행하는 ‘뉴클레오톰을 이용한 관혈적 척추간판절제술(AOLD)’을 시행한 뒤 여기에 약간의 추가 시술을 하고 약 186만원의 진료비를 받고 있다(AOLD는 보험 비급여).

병원 피해 사례 직접 수집 이례적

표준 시술의 환자부담금은 9만3765원, 수핵자동흡인술의 환자부담금은 4만767원으로 두 시술을 모두 받더라도 환자는 13만4532원만 내면 낸다(다른 병원에서 두 시술을 함께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 우리들병원은 여기에 일부 시술을 추가한 뒤 두 시술의 환자부담금을 합친 비용의 14배에 달하는 치료비를 환자부담금으로 받고 있는 것.

게다가 AOLD의 효과에 대해서는 의료계의 견해가 엇갈린다. 정형외과 전문의들의 모임인 대한척추외과학회는 “두 수술의 병행이 향상된 결과를 얻는다는 이론적 배경이나 문헌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면서 “우리들병원의 AOLD는 맹장염 수술 시 개복해서 맹장을 제거하는 동시에 내시경으로 또 제거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들병원 측은 “신경외과 전문의가 소속되지 않은 척추외과학회의 의견만 갖고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시술이라고 여기는 것은 잘못”이라며 반박했다.

대한신경외과학회는 AOLD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논란이 거세지자 한발 물러서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척추신경외과학회는 “(AOLD를 인정한) 대한신경외과학회의 의견엔 척추를 세부 전공으로 하는 신경외과의사 모임인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AOLD를 인정하지 않는다. AOLD의 치료효과에 대한 어떠한 연구결과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디스크 수술을 하는 척추외과학회와 척추신경외과학회가 부정적 견해를 피력하고 있음에도 우리들병원은 AOLD가 선진국 교과서에 실린 세계적인 수술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사실일까?

백 의원이 유 복지부 장관에게 제출한 6권의 책자를 살펴보자. 보건복지부는 “AOLD 시술 관련 내용이 담긴 책자”라며 백 의원이 제출한 6종의 서적에 관한 분석을 백 의원의 동의를 얻은 뒤 고 의원에게 맡겼다. 고 의원의 의뢰를 받은 척추외과학회는 “AOLD 시술에 대한 내용이 전혀 담겨 있지 않다”고 밝혔다.

우리들병원은 이에 대해 “백원우 의원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다소 문제가 있었다. 우리가 보낸 책은 우리들병원의 시술법 중 주로 레이저 시술과 관련된 것이었다. AOLD와 관련된 논문을 지금 정리하고 있는데 내부 조율을 거쳐 공개할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우리들병원은 AOLD가 선진국의 의과대학 ‘교과서’에 실려 있다는 자신들의 주장에 대한 근거를 10월27일 현재 내놓지 못한 상태다. 장점이 전혀 없고 불필요한 비용만 발생시킨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AOLD를 비급여 시술로 계속 인정해야 할지 의문시되는 대목이다.

고 의원은 또 수술 없이도 치료 가능한 환자에게 우리들병원이 고가의 척추시술을 남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들병원이 척추수술의 남발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 고 의원이 근거로 제시한 심평원 자료 등엔 이 같은 사실을 추정케 하는 근거가 적지 않다.

우리들병원은 이에 대해 “수술을 제외한 보존적 요법(수술을 제외한 운동치료 등)의 실시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그 기간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 “우리 병원은 환자에게 수술에 대해 충분히 설명한 뒤 척추수술을 실시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나라당은 우리들병원 수술 피해 사례 및 진료비 과다지급 사례를 당 차원에서 접수하고 있다. 당 홈페이지엔 우리들병원 관련 제보를 받는다는 배너도 띄워 놓았다. 특정 병원의 피해 사례를 공당이 직접 수집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한나라당은 또 우리들병원이 17개 안팎의 계열사를 거느린 신흥그룹으로 성장한 과정도 꼼꼼하게 검증할 계획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일각에선 우리들병원과 관련해 제기되고 있는 문제를 권력형 게이트로 명명한 일은 성급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의원은 “구체적인 증거나 정황이 없는 상황에서 게이트라고 이름 지은 건 무리다. 일개 병원의 부도덕성을 문제로 국회가 국정조사까지 벌여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우리들병원을 둘러싼 공방전엔 “국민은 없고 정치만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근거가 불충분한 비호 의혹 대신, 남발되고 있다는 척추수술의 문제점을 국감의 ‘핵심 이슈’로 제기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우리들병원은 설립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척추수술의 선구자 역할을 해온 우리들병원의 ‘진실’은 과연 무엇인가. 궁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주간동아 2006.11.07 559호 (p16~18)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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