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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유전 분명 있다” vs “허튼소리”

지구지질 측과 산자부 2-2광구 2라운드 논쟁 … 시추 전문가들 “서해안 바닷속 모습 가치 있는 자료”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서해 유전 분명 있다” vs “허튼소리”

“서해 유전 분명 있다” vs “허튼소리”

2006년 3월 ㈜지구지질정보가 서해 2-2 광구 지역에서 시추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서해 2-2광구 석유탐사를 둘러싼 산업자원부(이하 산자부)와 ㈜지구지질정보(회장 이상구·이하 지구지질)의 ‘서해대전’이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4월 초 주가조작 의혹 등과 관련해 산자부로부터 탐사연장 불가 입장을 통보받은 지구지질 측이 6월 행정소송을 제기한 후 반전을 꾀하고 있는 것.

이 회장은 석유 매장 가능성을 입증하는 외국 유수 석유시추 회사의 분석보고서 등을 거머쥔 채 산자부를 압박할 계획이다. 그러나 산자부는 의혹의 눈길을 풀지 않는다. 지구지질 측이 또 다른 ‘장난’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 과연 서해대전의 결말은 어떻게 날까.

이 회장은 2006년 4월 초 ‘사형선고’를 받았다. 산자부가 기자회견을 통해 “지구지질이 탐사한 서해2-2광구 지역에서 석유가 나오지 않는다”고 밝혔기 때문. 산자부는 “시추로 주가를 조작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으니 투자자들은 각별히 조심하라”며 ‘확인사살’까지 했다. “4월30일까지 시추공을 폐공하라”는 지시도 전달됐다.

주가조작 의혹에 발목 잡힌 시추공

지구지질은 이런 산자부의 지시를 거부할 입장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시추공을 제거한 뒤 철수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산자부의 지시를 받은 이 회장은 날짜를 계산했다. 산자부가 요구한 4월30일까지는 약 25일의 여유가 있었다. 즉시 참모진을 불러모았다.



“서해 유전 분명 있다” vs “허튼소리”

2-2 광구를 탐사 중인 기술자들(왼쪽). 핼리버튼사가 보낸 최종보고서.

“이른 시간 안에 DST(Drill Stem Test :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가기 전에 실시하는 저류층의 생산능력 시험)를 실시하라. 기간은 4월 말까지다.”

DST는 3개 구간에서 진행됐다. 필요한 경비는 대략 60억원. 어떻게 보면 무모한 도박이었다. 이 회장의 결정을 지켜본 사람들은 그 배경을 두 갈래로 짚는다.

“당시 시중의 추측대로 주가 문제와 결부됐다면 60억원이 아니라 100억원이라도 투자해 DST를 실시했어야 할 것”이란 게 첫 번째 반응이다. 그래야만 시장을 안정시키고 의혹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 반대로 “석유가 매장돼 있다는 자신감과 소신의 발로”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 회장은 후자로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당시 핼리버튼은 지구지질 측에 두 차례 보고서를 보내왔다. 첫 번째 보고서는 산자부가 발표했던 자료로, 시추 현장에서 활동한 핼리버튼 직원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반면 며칠 뒤에 받은 최종 분석보고서(자료 참조)에는 유징이 있음을 분명히 하고 3곳에 DST를 실시하라는 요청이 실려 있었다.”

이 최종 분석보고서를 토대로 DST에 나섰다는 것. 이 회장은 최종 분석보고서에 따라 4월27일까지 수심 2450m의 바닷속에서 DST를 실시했다. 여기서 얻은 각종 데이터와 정보는 DST 자료를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DRS(Date Reporting Services)라는 회사에 전달됐으며, DRS 측은 10월8일 지구지질 측에 분석 보고서를 보내왔다. 공증을 받은 이 보고서는 “2-2광구에는 지하유체의 유동현상이 방사상으로 나타나 하루 최소 500배럴 규모를 생산할 수 있는 석유층이 근처에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내용이었다.

이 회장은 이 지역에 재진입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산자부는 이 회장의 이런 주장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입장이다. 산자부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5월2일 폐공을 확인하기 위해 산자부와 석유공사 전문가들이 현장에 가서 기술자들을 만났다. 그때 기술자들은 ‘DST는 실패했다. 건공이다’라고 말했다.”

정반대 주장이다. 기술자들이 실패했다고 증언한 그 DST 자료에서 어떻게 석유가 나올 수 있느냐는 것이다. 산자부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이 회장은 이렇게 반론했다.

“서해 유전 분명 있다” vs “허튼소리”

㈜지구지질정보 이상구 회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탐사기술자들과 탐사선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부가 폐공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을 찾은 5월2일, DST를 실시했던 중국 국영 SODC 소속 기술자 13명은 인천공항 출국장에 있었다. 원래 4월30일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비행기표를 구하지 못해 일정이 연기됐다. 당시 정부 관계자들이 시추선에서 만난 사람들은 DST 기술자들이 아니라 시추선 운항과 관련된 기술자들이다. 그들은 DST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그럼에도 정부 측은 “기름이 나온다”는 지구지질 측의 주장을 믿지 못하는 표정이다. 석유공사의 한 관계자는 “지구지질 측이 탐사한 지역인 변성암층에서는 석유가 나올 수 없다”고 말한다. 전 세계 석유 가운데 90% 이상이 퇴적층에서 나온다는 것. 산자부 한 관계자의 설명도 비슷하다. 설사 지구지질 측이 DST를 실시한 지역에서 석유가 나왔다고 해도 ‘파쇄대(fracture zone)’에 고여 있는 기름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파쇄대는 석유가 생성되는 근원암으로부터 암반이 깨진 구간으로 석유가 흘러 들어가 저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는 구간을 말한다.

현재 정부와 지구지질 측은 사안마다 이견을 보이고 있다. 산자부는 △자금과 기술(장비)이 부족하다. △탐사지역은 석유가 발견된 예가 없는 변성암층이다. △탐사권을 확보한 4년1개월 동안 홍보와 자금조달에만 치중했다. △시추 과정의 보고 의무를 게을리했다. △주주인 세신㈜의 주가조작에 이용되고 있다는 의혹이 있다. △핼리버튼의 분석보고서 어디에도 유징이 있다는 표현이 없다 등을 들어 지구지질 측을 공박한다. 최근 산자부 주변에서는 “행정소송을 통해 추가 탐사 허가를 얻더라도 지구지질 측은 탐사보다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에 활용할 것”이라는 말이 흘러나온다.

퇴적층 vs 변성암층 사안마다 이견

그러나 이 회장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서 이 회장은 “JU그룹 주수도 회장 및 투자를 한 세신과 관련한 주가조작 등에 대해 검찰, 국세청, 금감원 등이 샅샅이 의혹을 파헤쳤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산자부가 주장하는 사회적 손해 또는 주가조작 등과 관련한 의혹은 더 이상 제기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변성암층에는 석유가 없다”는 정부 주장에 대해서도 지구지질 측의 반론은 거세다. “그렇다면 처음에는 왜 탐사권을 허가했느냐”는 것.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서도 이 회장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주장한다.

“정부가 앞을 가로막는 바람에 경제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따라서 행정소송에서 이길 경우 자연스럽게 손해배상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목적이 아님을 보여주기 위해 정부가 탐사기간을 지금 연장해 줄 경우 행정소송의 결과와 관계없이 손해배상 청구를 포기하겠다.” 자신은 추가 탐사만 바랄 뿐 금전적 문제에는 연연하지 않겠다는 것.

석유탐사를 둘러싼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한 이 회장의 결단은 또 있다.

“정부는 이 사업을 통해 내가 개인투자자들로부터 투자를 받을 것을 우려하는데, 주주들의 증자 외에 외부 투자자들의 돈은 일절 받지 않을 계획이다. 1년 이내에 시추를 하지 않으면 허가권을 취소해도 좋다. 이런 내용을 계약조건으로 명문화할 수도 있다.”

지구지질 측은 6월14일 산자부를 상대로 ‘탐사권 존속기간 연장불허가 취소 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지구지질 측은 공증을 받은 핼리버튼 및 DRS 분석보고서를 증거물로 법원에 제출했다. 경우에 따라 핼리버튼의 분석전문가를 재판정에 데려온다는 계획도 세워놓은 상태다.

행정소송 3차 변론 진행 중

지구지질 측은 2-2공구 바닷속 2450m까지 시추공을 박았다. 정부가 탐사를 연장해주지 않아 현재는 시추공 중간을 시멘트로 막아놓은 상태다. 2450m의 바닷속을 들여다보는 데 들어간 돈은 200여 억원. 사기업이 부담하기에는 적지 않은 액수다.

지구지질 측은 정부가 탐사를 허가해줄 경우 이보다 250m 정도를 더 파 내려갈 계획이다. 추가로 드는 비용은 70억~8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과정에 필요한 시간은 넉넉잡아 1년. 이 회장은 “이 기간만 연장해달라”고 하소연한다.

지구지질 측이 지금까지 200여 억원을 투자해 들여다본 바닷속 모습은 현재 각종 ‘수치와 그래프’ 형태로 지구지질 사무실의 캐비닛에서 잠자고 있다. 석유시추 전문가들은 “서해안에서 이렇게 깊이 시추한 사례는 많지 않다”고 지적한다. 거액을 투자해 들여다본 바닷속 모습은 정부가 나서서 확인하고 분석할 만한 가치가 있는 자료들이다. 그러나 정부는 2450m의 ‘바닷속 이야기’에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러는 사이 중국은 지난해 말 북한과 ‘북중 해상 원유공동개발 협정’을 맺고 서한만에서 탐사를 추진할 계획임을 밝혔다. 중국은 1999년부터 서해안 지역 곳곳을 실측해 바닷속을 샅샅이 뒤졌다.

지구지질 측의 탐사 배경에 의혹이 있고 정치적, 법적으로도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4월에 제기됐던 의혹 가운데 아직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도 적지 않다. 탐사를 빌미로 다른 목적을 취하려는 의도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지구지질 측이 이런 의도를 조금이라도 엿보인다면, 정부는 검찰 등 사정기관에 지구지질 측에 대한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 그것이 정부의 몫이자 할 일이다. 그래야 제2, 제3의 민간탐사가 가능하다. 그러나 지구지질 측과 이 회장에게서 조그마한 진정성이라도 보인다면 정부는 사기업의 유전개발 사업에 대한 입장을 바꿔야 한다.

정부와 사기업이 유전개발을 놓고 갈등을 빚는 모습을 지켜보던 국회가 조만간 문제 해결에 나설 계획이다. 산유국의 길은 생각보다 멀고 험해 보인다.



주간동아 2006.11.07 559호 (p10~12)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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