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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패션, 파리의 명품

색깔에도 명품 있다

  • 파리=김현진 패션 칼럼니스트 kimhyunjin517@yahoo.co.kr

색깔에도 명품 있다

색깔에도 명품 있다

‘에르메스 오렌지’라고 불리는 클래식한 오렌지색의 시계와 가방.

흰색과 검은색, 하늘색, 오렌지색, 갈색. 이 다섯 가지 색상의 공통점은 뭘까. 답은 명품 브랜드들이 주로 사용하는 포장 상자 및 쇼핑백 색상이라는 점이다. 이들 색깔이 이른바 ‘럭셔리 컬러’인 셈이다.

럭셔리숍에서 쇼핑을 즐기는 사람들은 매장에 전시된 물건을 둘러보거나 점원들의 극진한 서비스를 받을 때뿐 아니라 계산을 마치고 쇼핑백을 건네받는 순간에도 큰 희열을 느낀다고 한다.

나는 파리의 샤넬 매장에서 인턴십을 하면서 비슷한 광경을 목격했다. 흰색 카멜리아꽃 코사지를 단 검은색 쇼핑백을 건네받을 때 여성들의 그 미묘한 표정이라니! 쇼퍼홀릭들이 오르가슴까지 느낀다는 이 다섯 가지 색상에는 어떤 마술이 있는 걸까.

흰색, 검은색, 하늘색, 오렌지색, 갈색이 ‘럭셔리 컬러’

마술을 부르는 색상 중에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미국의 보석 브랜드 티파니의 하늘색이다. ‘티파니에서 아침을 맞은’ 1960년대의 오드리 헵번뿐 아니라 2000년대의 소비자들에게도 여전히 환상을 심어주는 이 하늘색은 1837년 찰스 루이스 티파니가 뉴욕 맨해튼에 첫 부티크를 열 때부터 변함없이 지켜온 색상이다. 당시 그는 하늘색을 쇼핑백 및 광고 컨셉트를 아우르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정하면서 ‘티파니 블루’를 트레이드마크로 삼았다.



또 다른 럭셔리 브랜드 랑방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버엘바즈의 아이디어로 최근 푸른색의 쇼핑백과 패키지들을 고안해냈다. 물망초 색상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이 패키지는 기존의 것보다 훨씬 더 고급스러워 보인다.

명품 브랜드의 패키지나 쇼핑백을 논하다 보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에르메스다. 패션 애호가들 사이에서 ‘에르메스 오렌지’라고 불리는 클래식한 컬러는 에르메스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 한몫하고 있다.

루이비통 역시 그 특유의 깊은 갈색으로 추종자들의 시선을 고정시킨다. 이 브랜드 샹젤리제 매장에서 인턴십을 한 마리 디디에(30) 씨는 “쇼핑백과 리본을 몇 개씩 더 달라고 하는 고객들이 무척 많았다”고 말한다.

재미있는 점은 이런 럭셔리 패션 브랜드들의 특이하고도 고급스러운 패키지를 고급 초콜릿 가게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파리 오페라와 포시즌즈 호텔 인근 등에 매장이 있는 럭셔리 초콜릿 브랜드 ‘라 메종 뒤 쇼콜라’의 패키지는 루이비통과 에르메스의 포장 상자를 연상케 한다. 단아한 갈색 상자 속에 차곡차곡 놓인 깔끔한 초콜릿과 이 패키지를 감싸는 리본만 보고도 ‘맛의 럭셔리’를 느낀다는 마니아도 많다. 갈색 상자와 브랜드 로고가 찍힌 리본으로 ‘럭셔리 코드’를 지켜낸 셈이다.

경영 부문을 담당할 브랜드 매니저들을 양성하는 럭셔리 브랜드 매니지먼트 MBA 과정의 케이스 스터디 중에는 브랜드의 패키지와 광고에 사용되는 모든 ‘비주얼 아이덴티티’를 디자인하라는 과제도 있다. 예술가나 디자이너가 아닌데도 이런 과제를 내는 이유는 감성을 파는 ‘럭셔리 업계’에서 패키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한 패션 업체에 브랜드 매니저로 취업한 내 친구는 첫 임무로 패키지, 광고 등을 아우르는 ‘비주얼 아이덴티티’를 정하는 일을 맡았다. 그 친구는 “벤치마킹 대상을 찾고 있는데, 결국은 이 다섯 가지 ‘매직 컬러’를 변주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것 같다”고 말했다.

흰색과 검은색, 하늘색, 오렌지색, 갈색. 이 다섯 가지 색상이 원래 럭셔리한 느낌을 주는 색상인지, 럭셔리를 추종하는 사람들 눈에 럭셔리하게 비치는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 색깔들이 100년 넘게 검증된 ‘명품 색’이라는 점이다.



주간동아 558호 (p87~87)

파리=김현진 패션 칼럼니스트 kimhyunjin517@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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