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1

2006.09.05

베이징올림픽에서도 金물살 일으킨다

  • 정재윤 스포츠레저부 기자 jaeyuna@donga.com

    입력2006-09-04 10: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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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징올림픽에서도 金물살 일으킨다
    지난 한 주 한국 스포츠계는 박태환 열풍으로 들끓었다.

    ‘한국 수영의 희망’ 박태환(17·경기고)은 캐나다 빅토리아에서 열린 2006범태평양수영선수권에서 2관왕(자유형 400m, 1500m)을 차지했다. 또 200m와 400m의 아시아 신기록도 갈아치웠다.

    한국은 육상 단거리와 함께 스포츠의 가장 기본 종목이라고 할 수 있는 수영에서 변방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데 박태환이 한국 수영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것이다.

    다수의 언론이 이번 박태환의 성과를 ‘정규코스(50m) 국제 대회 첫 금메달’이라고 보도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는 틀렸다. 1995년 후쿠오카 유니버시아드 배영 200m에서 지상준(당시 22세)이 금메달을 딴 적이 있다.

    기자는 지난해 10월 울산에서 열린 전국체육대회에서 박태환을 처음 만났다. 당시 박태환은 자유형 400m에서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하는 등 4관왕을 차지했고, 대회 최우수선수(MVP)로도 선정됐다.



    풀에서의 거침없는 움직임과 달리 그의 얼굴은 앳됐고 카메라 앞에서는 무척 수줍어했다. 여학생들이 꽤나 따를 법한 미소년 스타일에 목소리도 여렸다. 하지만 각오만은 듬직했다.

    “도하 아시아경기대회는 물론 베이징올림픽에서도 반드시 메달을 따겠다.”

    박태환은 천식으로 고생하던 병약한 아이였다. 5세 때 천식 치료를 위해 수영을 시작한 그지만, 수영에 천부적 재능이 있을 줄은 자신도 부모도 몰랐다.

    재능도 재능이지만 노력은 더욱 무섭다. 그의 하루는 새벽 훈련으로 시작된다. 오전에 학교 수업을 들은 뒤 점심때 태릉선수촌에 복귀해 오후에는 수영과 웨이트트레이닝을 병행해 한다. 매주 6일간, 매일 8시간의 맹훈련. 우원기 코치는 “태환이는 늘 스스로 더 많은 훈련을 한다”고 전했다.

    베이징올림픽에서도 金물살 일으킨다
    시련도 많았다. 대청중 3학년이던 2004년 아테네올림픽 때 15세의 나이로 한국 선수단 최연소 선수로 출전했지만, 첫 국제대회라 당황한 나머지 출발 직전 풀로 떨어져 실격됐다. 발바닥의 악성 티눈 제거 시술을 수차례 받았고, 올해 초에는 급성 맹장염 때문에 수술을 받기도 했다.

    박태환이 과연 불가능하게만 여겨지던 올림픽 메달의 위업을 이룰 수 있을까. 박태환은 8월24일 입국 기자회견에서 “이제는 세계 최강 그랜드 해켓과 당당히 붙겠다”고 밝혔다. 호주의 수영영웅 해켓(26)은 2001년 자유형 1500m에서 14분34초56의 세계기록을 수립한 장거리 수영의 절대 강자다.

    박태환의 1500m기록은 15분00초32. 해켓에게 25초가량이나 뒤진다. 하지만 이런 자신감과 도전정신이 없었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박태환의 체격은 181cm, 71kg. 이언 소프(195cm, 96kg)나 해켓(197cm, 88kg) 등 세계적인 선수들을 상대하기에는 왜소하다. 그러나 박태환은 이제 겨우 열일곱 살이다. 지난 한 해 동안 키가 4cm 컸고 몸무게도 10kg가량 늘어 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체격적인 조건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듯하다. 게다가 박태환은 일주일에 5일씩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박태환을 발굴해 키운 노민상 감독은 기자들에게 “태환이가 아직 어리기 때문에 유명세를 너무 타면 자칫 인성을 버릴 수도 있어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많은 종목에서 유망주들이 ‘스타’가 된 뒤 게을러져 절정을 보지 못한 채 사라진 일이 얼마나 많은가. 부디 박태환이 지금의 열정과 끈기를 잃지 않고 세계 정상에 우뚝 서기를, 그래서 2008년 8월 베이징올림픽 수영 경영이 열리는 국립수영센터에 애국가가 울려퍼지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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