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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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기획에 도 튼 스님 “세속이 날 부르네”

  •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입력2006-07-31 12: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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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제 기획에 도 튼 스님 “세속이 날 부르네”
    비무장지대에 초등학교가 설립되어 남북한 어린이들이 함께 어울리며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는 동화 ‘꽝포 아니야요’(북쪽에서 ‘허풍 아닙니다’라는 뜻)가 최근 영화로 크랭크인했다. 이 아기자기한 동화를 쓴 사람은 전북 김제 꼬깔봉 무주암에서 정진하는 소야(少也) 스님으로, 나이는 ‘중이기’ 때문에 늘 14세란다.

    소야 스님은 동화작가지만, 실험적인 예술가들 사이에선 유명한 축제 기획자다. 축제 리플렛에 들어갈 글을 써주다가 기획을 하게 됐고, 예술가들과의 인맥이 만들어지면서 재야 예술가들의 매니저 일까지 하게 됐다고 한다. 7월8일 끝난 익산의 ‘솜리 낭산 연꽃제’도 그의 기획인데, 한 해에 20건 정도의 축제를 기획하고 사회도 본다.

    “돈 없는 축제만 맡아 해요. 예산 절감 차원에서 저를 쓴단 말씀이죠. 축제를 하고 싶은데 돈이 없다며 알아서 해달라고 해요. 요즘은 축제를 맡아달라면 도망다녀요. 가난한 예술가들이 돈 없는 중 때문에 차비만 받고 공연하는데, 그게 다 제 마음의 빚으로 남거든요.”

    신문도, TV도 없는 암자에 살고 있는 소야 스님의 축제 기획 노하우는 관중에게 축제의 테마를 정확하게 알리는 것. ‘먹거리’ 축제는 딱 질색이다. 그는 자신이 축제에서 소개해온 음악그룹 ‘들소리’가 국립극장 공연 등을 거쳐 세계무대로 진출했다며 뿌듯해했다. ‘들소리’는 싱가포르 ‘타오페스티벌’에서 7000명의 관객을 열광시켰고, 최근 영국에 사무실을 낸 뒤 정기공연을 시작했다.

    “중이 홀로 선방에서 화두를 붙잡고 있어야 선에 이르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린이문학으로 선에 이르는 길을 찾을 수 있고, 살다가 어떤 순간에 깨달음이 있으면 그걸 시로 쓸 수 있는 거죠.”



    그가 ‘전면시’라 부르는 그의 동시는 어른은 어른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독특함이 있다. 그가 쓴 ‘달을 삼킨 개구리’는 달을 삼키지도 뱉지도 못해 턱이 불룩한 개구리를 묘사한 것이지만, 어른들에게는 과한 욕심에 대한 경계로 다가온다.

    시를 쓰는 데 자꾸 험악한 세속의 말이 튀어나와 15년 전부터 아동문학가가 돼 착한 말만 한다는 소야 스님. 하지만 그의 홈페이지 주소 ‘똥시닷컴’(www.ddongsi.com)에서 ‘문화게릴라’다운 기질을 엿볼 수 있다. 그의 글 속엔 유독 ‘주도’에 대한 것이 많다. 술을 좋아하시냐 했더니 “어려서부터 먹던 음식이라, 그리됐다”며 웃는다.

    술집에서 이런 글을 본 이들이 많으리라.

    ‘날씨야/ 네가 아무리 추워봐라/ 내가 옷 사 입나/ 술 사먹지.’

    아이처럼 해맑게 웃는 소야 스님의 시 ‘술타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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