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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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모로우’ 기상이변 남의 일 아니네!

  • 송현호 도서출판 늘품미디어 상임연구위원

    입력2006-07-31 11: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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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모로우’ 기상이변 남의 일 아니네!

    20세기 폭스사의 영화 ‘투모로우`’는 지구온난화의 결과로 미국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과 마천루가 얼어붙는 모습을 보여줬다. 북극과 남극의 빙하가 녹으면 해류의 흐름이 멈추면서 지구 전체가 빙하에 덮일 수 있다.

    1. 생태주의 vs 과학기술주의

    환경 위기는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직결되는 문제로 대입 논술에 즐겨 출제되는 주제다. 일반적으로 환경 위기에 대한 이해와 해결 방안은 기계론적 세계관에 입각한 ‘과학기술주의’와 유기론적 세계관에 입각한 ‘생태주의’ 차원에서 모색된다. 이 두 가지 관점의 글을 제시하고 그에 대한 학생의 생각을 물었던 올해 6월 고려대 논술모의고사(인간과 환경의 관계)와 2003년 동국대 논술고사(현대 생태·환경 문제와 관련한 기계적 세계관의 한계 및 유기적 세계관의 대안 여부)가 그 예다.

    이런 논제에 대해 학생들은 생태주의와 과학기술주의가 모순 관계에 있다는 인식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한 채 완벽하게 실현될 수 없는 생태주의의 이상적인 구호를 나열하는 데 그치거나, 자연을 대상화하는 과학기술주의의 근본적 한계를 도외시하고 과학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식의 낙관론을 펼치는 실수를 범하곤 한다.

    그러나 모든 자연은 내재적 가치와 생명 중심적 평등권을 가진다는 생태주의의 ‘이상’을 실현돼야 할 당위적 명제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인간과 자연의 유기적 관계에 주목하고 자연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단서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류의 삶이 풍요로워지고 환경문제의 원인 진단 및 해결 방안의 모색이 가능해진 점을 감안한다면, 과학기술을 악으로만 매도하는 것은 곤란하다. 따라서 환경문제에 접근하는 두 관점을 상호보완적인 관계 속에서 변증법적으로 통합하는 논지 전개가 필요하다. 자연과 인간이 상생하기 위해서는 먼저 생태주의와 과학기술주의의 상생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깊이 있는 사고가 창의적 답안 작성에 도움이 될 것이다.

    2. 창의적 글쓰기, 영화에 물어봐



    최근 들어 우리는 예년과 다른 날씨를 경험하고 있다. 겨울은 따뜻하다가 폭설이 내리는가 하면, 봄 가뭄은 더욱 극심해졌다. 이번 장마에도 예년과 달리 엄청난 비가 내려 전국적으로 막대한 경제적 손실과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2004년 개봉된 영화 ‘투모로우’는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기상현상에 대한 우려를 극단적인 상상력으로 구체화한 작품이다.

    거대한 토네이도와 해일이 도시를 순식간에 파괴하는 환경 재난과 ‘냉기 태풍’에 의한 빙하기의 도래는 영화적 상상력에 지나지 않지만, 이런 설정은 40년 전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이 당대 환경 위기에 대한 우화와 경고의 메시지를 담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2000년대의 환경 위기에 대한 경고 및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침묵의 봄’과 ‘투모로우’는 환경문제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는 좋은 예들이다.

    한편, 영화 속에서 빙하기를 맞는 지역이 북반구로 한정되는 상황을 통해 ‘환경 정의’에 대한 담론을 이끌어낼 수도 있다. 온실가스의 주요 배출국인 북반구 국가들이 산업 발전을 통해 경제적 이익뿐 아니라 온난화로 인한 환경적 부담(빙하기)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는 설정과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국가 소멸의 위기를 맞은 남태평양의 도서국가 투발루의 현실을 비교함으로써 국제적 환경 부정의를 비판하는 논거를 마련할 수 있다.

    환경 정의와 관련해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법률사무소의 평범한 여직원 에린은 대기업의 중금속 유출로 인해 환경 질환에 시달리는 주민들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법정소송도 불사함으로써 환경 정의를 이끌어낸다. 미국에서 일어났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에서는 NGO 운동이 환경 정의 실현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에린 브로코비치’는 환경문제와 관련한 기업 윤리를 논하는 데에도 유용하다. 흔히 환경보호와 기업의 이윤 창출은 양립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3R 정책(reduce, reuse, recycle)으로 원료 및 에너지 소비를 줄여 환경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하고 이윤을 최대화한 국내 제지기업 유한킴벌리의 사례는 자연 및 인간의 지속가능성을 지키는 기업의 의무와 노력이 이윤 창출이라는 기업의 목표와 결코 충돌하는 가치가 아님을 명확히 보여준다. ‘에린 브로코비치’ 속 대기업과 유한킴벌리는 자연보호를 위한 기업 윤리를 보여주는 좋은 예들이다.

    ● 환경문제에 응용할 수 있는 또 다른 영화들

    ·‘원령공주’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일본)의 애니메이션 작품들.

    ·‘실크우드’, 마이크 니콜스 감독(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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