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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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성부른 떡잎 아닌데 프로만 고집

  • 입력2006-07-31 11: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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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될성부른 떡잎 아닌데 프로만 고집

    조광선 티칭프로(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제자들의 훈련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골프에 인생을 걸겠다는 주니어 골퍼들, 한 달만 가르쳐보면 그들의 장래가 보입니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던가. 조광선 프로의 얘기를 계속 들어보자.

    “에디슨은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타고난 재능으로 만들어진다’고 했는데…. 글쎄요, 내 생각엔 뛰어난 골퍼가 되기 위해서는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1%의 자질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의 지론은 자질이 노력보다 훨씬 앞선다는 것이다. 그는 골퍼의 자질로 세 가지를 꼽는다. 첫째, 뛰어난 체격. 둘째, 영리한 머리와 끈질긴 승부 근성.

    위 두 가지 조건은 여기서 설명할 필요도 없다. 나머지 하나는 ‘soft hand’다. 굳이 번역하자면 ‘예민한 손 감각’쯤이 되지 않을까. 손 감각이 예민하지 않으면 절대로 골퍼로 성공할 수 없으며, ‘soft hand’는 타고나는 것이지 연습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soft hand’를 타고난 사람은 퍼팅이든 피칭이든 드라이브샷이든 손이 느끼는 감을 잡을 수 있고, 그 감으로 샷을 한다는 것이다. 꾸준한 연습으로 골프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지만, ‘soft hand’를 타고난 사람이 아니라면 어느 날 갑자기 닥치는 한계의 벽은 넘을 수 없다는 것이 조 프로의 설명이다.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 퍼스(Perth) 시내, 아름드리 소나무 숲이 우거진 콜리엘공원엔 27홀 골프코스가 자리 잡고 있다. 앵무새 사촌 커커두 떼가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솔숲 사이로 벤트그래스 페어웨이가 카펫처럼 깔려 있다. 이 멋진 골프장은 미 PGA(남자프로골프협회)와 유러피언 투어에서 뛰고 있는 스티븐 리니를 비롯, 뛰어난 골퍼를 수없이 배출해 ‘챔피언 제조공장’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손 감각 타고나야 성공 … 막무가내 주니어들 어찌할꼬

    조 프로는 이곳에서 티칭프로로 활동하며 골프 꿈나무들을 키우고 있다. 그의 제자들은 두 부류다. 프로를 꿈꾸는 호주 청소년들과 한국에서 온 우리의 꿈나무들로 이민 온 부모를 따라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에 정착한 교민 2세들, 방학 중 이곳으로 날아와 전지훈련하는 주니어 선수들이다.

    조 프로는 어릴 때 부모 손에 이끌려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 퍼스에 정착, 골프레슨 프로로 살아오면서 한 가지 원칙을 지켜오고 있다. 그에게 골프를 배우러 오는 꿈나무의 떡잎을 보고 될성부른 나무를 고르는 것. 몇 달 가르쳐본 다음 자질이 없는 꿈나무의 경우 부모와 조용히 상담한 뒤 목표를 프로에서 뛰어난 아마추어로 바꾼다.

    호주 아이들과 그 부모들은 조 프로의 충고를 선선히 따른다. 그러나 우리 주니어들, 정착한 아이들이나 전지훈련 온 아이들은 하나같이 그날로 그를 떠나 다른 프로를 찾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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