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46

2006.08.01

미국의 한류는 한국 음식에서부터

  • 입력2006-07-26 17: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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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달 전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의 학교 행사에 갔다가 ‘이상한 장면’을 목격했다. 딸의 미국 친구들이 ‘뿌셔뿌셔’라는 한국 과자를 맛있게 먹고 있는 것이었다. 성인들은 잘 모르지만 ‘뿌셔뿌셔’는 ‘끓여 먹는 라면’이 아니라 ‘부셔서 먹는 라면’으로 전형적인 한국 과자다.

    딸에게 “친구들이 한국 과자를 많이 먹느냐”고 물어봤더니 “한국 과자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대답했다. 나라마다 선호하는 단맛, 짠맛의 정도가 다른데 미국에서 자란 아이들이 어떻게 한국 과자를 좋아할 수 있을까 궁금증이 생겼다.

    중국, 일본, 동남아 등지에서 ‘한류’는 이제 뉴스도 아니지만 사실 미국에서 한류는 낯설다. 특히 ‘대서양권’인 뉴욕 등 미국 동부에서는 한국에 대한 인지도가 높은 편이 아니다. 대서양 건너 유럽은 가깝게 느껴지지만, 태평양 넘어 있는 한국은 공간적으로도 매우 멀게 느껴진다. 실제로 뉴욕에서 한국을 방문했다는 미국인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참고로 동부 뉴욕에서 서부 로스앤젤레스까지 가는 데만 비행기를 타도 꼬박 6시간이 걸린다. 이런 가운데 아직은 시작 단계지만 미국에서도 한국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일본 라면 등에 비해 매운 것이 특징인 ‘한국 라면’은 이미 미국에서 히스패닉(중남미계) 사이에 인기 있는 간식으로 자리 잡았다. 히스패닉은 매운맛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농심 아메리카에 따르면 미국에서 라면의 연간 매출액은 약 6000만 달러. 고객의 절반은 한인이지만 나머지는 히스패닉, 중국인을 포함한 아시아계, 백인 등이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라면의 고객층이 넓어지면서 농심 아메리카는 지난해부터 미국에서 라면을 직접 생산하고 있다. 한국 라면은 이미 히스패닉이 많이 살고 있는 지역의 월마트 매장에도 진출했다.

    미국 동부지역의 대표적인 한인계 슈퍼마켓 체인으로 동부지역을 중심으로 16개 매장을 가지고 있는 H마트도 한국 먹을거리를 소개하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다. 뉴욕주 롱아일랜드와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 매장 등은 고객의 다수가 백인이다. H마트는 이곳에서 아시아 음식 특별행사를 부정기적으로 해오고 있는데 여기에서도 새우깡, 인디안밥 등 한국 과자와 김치가 인기를 끌었다는 전언이다.



    이처럼 미국 주류사회에서 한국 음식에 대한 인지도가 조금씩 확산되면서 ‘음식’을 매개로 한국을 알리려는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얼마 전 뉴욕 퀸스에 있는 뉴욕 메츠팀 구장에서도 한국 음식 알리기 행사가 열렸다. 뉴욕 메츠와 플로리다 말린스의 경기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이날 한국 식품 홍보 부스를 지나며 한국 과자에서부터 김치, 인삼 등 한국 먹을거리를 선물 받았다. 홍보 부스 앞은 한국 먹을거리 샘플을 받아가려는 팬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경기장 안에서도 코리아나이트 행사의 일환으로 부채춤과 태권도 공연이 이어졌다. 가족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패트릭 셀 씨는 “평소에도 맨해튼 코리아타운에서 한국 음식을 많이 먹는데, 이번 행사를 통해 한국 음식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국 식품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은 초기 단계. 미국 주류사회의 입맛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위해서는 좀더 다양하고 체계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뉴욕 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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