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46

2006.08.01

얄미운 LGT! ‘짠돌이 작전’ 승승장구?

IMT-2000 포기, 적은 투자비로 3세대 서비스 가능…비동기식 HSDPA 상용화 또 다른 시험대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입력2006-07-26 16: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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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얄미운 LGT! ‘짠돌이 작전’ 승승장구?
    정보통신부가 LG텔레콤에 대해 통신사업 초유의 사업 허가 취소와 대표이사 퇴진이라는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최고경영자(CEO)의 사퇴에도 사업 경쟁력은 훼손되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정책적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라는 반응이다. 반면, 업계에서는 “LG텔레콤이 언제까지 경쟁력을 가질지는 두고 볼 일”이라고 말한다.

    노준형 정통부 장관은 7월19일 기자 브리핑을 통해 “LG텔레콤이 2G㎐ 동기식 3세대 서비스를 해야 하는 시기를 넘긴 데다 향후 투자 계획이 없다는 의사를 밝혀 사업 허가를 취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통부는 7월 말 무렵 청문회를 실시한 뒤 허가 취소를 확정한다는 방침. 노 장관은 또 “사업 허가가 취소되면 LG텔레콤은 약 1000억원의 주파수 비용을 더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책 불확실성 제거” 시장에서 반겨

    얄미운 LGT! ‘짠돌이 작전’ 승승장구?

    LG텔레콤은 공세적 마케팅으로 지난해 가입자 600만명을 돌파했다. 국내 첫 방수폰 시판 기념 행사.

    사실 LG텔레콤으로선 IMT-2000 사업권 포기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3세대에선 전 세계 이동통신 사업자의 80% 이상이 비동기식을 선택하는 만큼 막대한 투자비를 들여 IMT-2000 사업을 계속해나갈 근거가 약해졌기 때문.

    업계에서는 남용 사장의 퇴진에 대해 공개적인 언급을 꺼리고 있다. 그러나 속으로는 “자업자득”이라면서 고소해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업계 관계자는 “남 사장이 1998년부터 LG텔레콤을 맡아 SK텔레콤과 KTF에 맞서 677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할 정도로 성장시킨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경쟁 업체를 자극하는 공격적 마케팅으로 미운털이 박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남 사장은 ‘불명예 퇴진’을하면서도 회사는 살려놓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정통부가 LG텔레콤의 IMT-2000 사업 허가권을 취소하더라도 LG텔레콤은 통신기술 발전에 따라 기존 주파수 대역에서 최소의 투자비로 3세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 장관도 이날 “LG텔레콤이 CDMA 2000 EV-DO rA 기술을 이용해 3세대 서비스를 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신청하면 굳이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장 KTF가 정통부의 이런 방침에 반발하고 나섰다. KTF는 노 장관의 기자 브리핑 직후 성명을 통해 “만일 LG텔레콤이 별도의 대가 없이 1.8G㎐ 대역에서 사실상 동기식 3세대 서비스를 실시할 경우, 정책의 일관성이 저해될 뿐 아니라 타 사업자와의 형평성 및 공정성도 크게 저하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KTF의 이런 반발도 무리는 아니다. LG텔레콤은 IMT-2000 사업을 위한 주파수 할당 대가 1조1500억원 가운데 2200억원만 납부한 상태. 여기에 주파수 이용료 추가 부담분 1000억원과 CDMA 2000 EV-DO rA 서비스를 위한 투자비 4000억원을 감안하면 LG텔레콤은 7200억원을 투자해 사실상 3세대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된다. IMT-2000 사업을 계속 추진했을 때에 비하면 투자비를 대폭 절감하게 된 셈.

    투자비 절감 유리한 고지 점령

    얄미운 LGT! ‘짠돌이 작전’ 승승장구?
    그렇다면 SK텔레콤이나 KTF는 어떤가. 이미 두 회사 모두 출연금 1조3000억원 가운데 6500억원을 납부했고, 나머지도 내야 한다. 여기에 3세대 망 구축 등을 위한 투자비 4조원 정도를 합하면 최하 5조원이 들어간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초기 투자비에서는 7200억원 대 5조원으로 사실상 4조원 이상 차이가 나는 상황인데, SK텔레콤이나 KTF의 심정이 편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문제는 LG텔레콤의 CDMA 2000 EV-DO rA 서비스가 경쟁력이 있을까 하는 점이다. 투자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갔다는 점에서는 유리한 고지를 점한 상태다. 그렇다고 해서 서비스의 경쟁력이 담보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로선 이 부분에 대해 논란이 분분하다. 결과는 좀더 두고 봐야 알 수 있다.

    LG텔레콤 측은 “CDMA 2000 EV-DO rA 서비스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LG텔레콤 관계자는 “3세대 비동기식인 wcdma의 장점은 화상전화와 글로벌 로밍이었는데, 현재로선 두 가지 모두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화상전화의 경우, 현재 SK텔레콤과 KTF의 wcdma 가입자가 2만 명도 안 되는 데서 알 수 있듯 시장성이 없다는 점이 증명됐다는 것. 또 유럽에서도 2G㎐ 대역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지 않아 글로벌 로밍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KTF 오성목 기술전략실장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시장조사기관에서는 앞으로 3.5세대 비동기식인 HSDPA(초고속 동영상 휴대전화) 서비스가 전체 시장의 85%를 차지하고, 나머지 15%는 CDMA 2000 EV-DO rA 서비스가 점유할 것이라고 예상한다”면서 “HSDPA는 CDMA 2000 EV-DO rA보다 훨씬 빠른 전송 속도를 바탕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더 저렴한 단말기 가격도 HSDPA 서비스의 장점으로 꼽힌다. HSDPA 시장이 훨씬 크기 때문에 단말기 생산 업체는 글로벌 차원에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수 있으므로 생산원가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오 실장은 “국내 고객들이 앞으로 기존 단말기를 교체하는 시점이 되면 자연스럽게 HSDPA 단말기를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2008년쯤이면 HSDPA 시장이 완전히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HSDPA 서비스에 대한 비관론도 만만찮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객들이 음성통화 이외의 서비스에 과연 얼마만큼의 돈을 지불할지는 알 수 없지만 현재 상황을 보면 비관적”이라고 설명했다. HSDPA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고객들은 여전히 음성통화 중심의 서비스만 이용할 텐데 어느 세월에 수조원의 투자비를 회수하겠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오 실장은 “고객들이 지금까지 음성통화 위주 서비스를 이용한 것은 영상 서비스의 맛을 제대로 살릴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HSDPA 서비스에서는 고객이 직접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전송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영상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므로 영상 서비스 이용자도 폭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영상 서비스 비관론도 만만찮아

    KTF 고위 관계자는 “국도를 달리던 사람이 고속도로를 한번 주행해본 뒤에는 고속도로만 이용하려고 하는 이치와 같다”고 덧붙였다.

    어쨌든 LG텔레콤은 후발 업체임에도 현재까지 고군분투해왔다. 지난해 LG텔레콤은 고객 600만 명을 달성하는 등 이동통신 3사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성장을 했다. 경쟁사에서는 얄미울 정도로 투자비는 절감하고, 효과가 바로 나타나는 마케팅에 역량을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러나 6월30일 HSDPA 서비스가 상용화되면서 LG텔레콤은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SK텔레콤과 KTF의 HSDPA 계산

    “같이 쓰자” vs “무슨 소리” 800MHZ 주파수 치열한 신경전


    얄미운 LGT! ‘짠돌이 작전’ 승승장구?

    2005년11월 14일 부산 벡스코 APEC IT 전시장에서 마련된 HSDPA시연장.

    SK텔레콤과 KTF가 HSDPA 서비스를 보는 태도에서는 약간의 온도 차가 느껴진다. 두 회사 내부에서 모두 HSDPA 서비스에 대한 비관론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KTF가 SK텔레콤보다는 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할 수 있다.

    두 회사가 모두 지금까지 내부의 비관론에도 HSDPA 서비스에 투자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정통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정통부는 서비스 업체가 설비 투자를 많이 하면 장비업체의 내수 기반이 강화되고 이를 통해 장비업체의 세계적인 경쟁력이 확보된다는 인식 아래 서비스 업체에 투자를 권유한 측면이 있다”고 귀띔했다.

    두 번째, 이동통신 업체 처지에서도 계속 투자하지 않으면 언제 낙오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언제 HSDPA 서비스 시장이 형성될지 모르는 마당에 일종의 ‘보험’ 차원에서 투자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KTF 고위 관계자도 “선진국에선 4세대에도 투자한다고 하는데 우리라고 가만있을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KTF 측에는 HSDPA 서비스를 통해 SK텔레콤과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KTF 한 관계자는 “네트워크가 낡았기 때문에 교체 시기가 된 데다 3세대 서비스는 SK텔레콤과 같은 주파수 대역을 쓰기 때문에 SK텔레콤과 한번 붙어볼 만하다는 것이 경영진의 인식”이라고 소개했다.

    KTF가 LG텔레콤에 1.G8㎐ 대역에서의 3세대 서비스를 허용하는 것에 강력하게 반대하는 것도 사실은 SK텔레콤을 겨냥한 성동격서(聲東擊西) 작전이다. KTF로선 이 경우 SK텔레콤도 동일한 정책을 요구할 테고, 그럼 결국 SK텔레콤이 주파수 대역이 뛰어난 800M㎐ 주파수를 영원히 독점하게 될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그동안 KTF는 “2G㎐ 주파수에서 3세대 서비스가 본격화하면 현재 SK텔레콤이 독점하고 있는 800M㎐ 주파수를 여러 사업자에게 분배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김신배 사장은 800M㎐ 주파수 대역에서 3세대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 없다고 공언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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