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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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멈춘 현대車…선명성이 뭐기에

노조 집행부 다양한 계파, 경쟁적 연례 파업…앞뒤 다른 社 측 불신도 한몫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06-07-26 16: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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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흩어지면 죽는다, 흔들려도 우린 죽는다. … 파업투쟁으로 뭉친 우리, 해방 깃발 아래 나선다. … 승리의 그날까지 투쟁! 투쟁! 투쟁!”

    7월21일 현재 파업 19일째를 맞는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연일 울려퍼지고 있는 민중가요 ‘파업가’의 일부다. 이 노래는 1987년 현대자동차노동조합이 결성된 이후 94년 단 한 해만 빼고 18년 동안 계속 들려왔다. 파업이 거의 연례행사였던 셈이다. 파업 일수를 보면 87년부터 2005년까지 모두 302일에 달한다(표1 참조). 여기에 올해의 경우 임금협상을 위한 파업 19일을 포함해 벌써 28일을 파업으로 보냈다.

    일반적으로 파업은 회사와의 임금협상 과정에서 노조가 가장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수단이다. 그런데도 현대차 노조가 매년 파업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현대차 노조가 민주노동당의 중심세력인 민주노총의 대표적 전위조직이 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현대차 안팎의 지적이다. 정치투쟁을 위해 동원되다 보니 자연히 파업이 늘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더욱 근본적인 원인은 노조 내부에 있다는 지적이 많다. 노조 집행부에 다양한 계파 출신이 포진해 있어 노조 위원장이 일사분란하게 협상을 지휘할 수 없는 데다, 차기 위원장 선거를 의식한 계파들이 선명성 경쟁을 하다 보면 강성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치권 ‘보스 중심 조직’과 비슷



    올 2월 현재 현대차 노조 조합원은 4만2181명. 노조 상근 간부는 66명, 대의원은 447명이나 된다. 노조 내부에는 현장활동 조직인 12~13개의 계파가 난립해 있다는 게 회사와 노조원들의 주장이다. 실천하는 노동자회(실노회)’ ‘민주노동자연대(민노회)’ ‘자주노동자연대(자주회)’ ‘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민투위)’ ‘현장을 지키는 사람들(현지사)’ ‘전진회’ 등이 대표적인 계파다. 지난해 말 노조위원장으로 선출된 박유기 위원장은 민노회 소속이다. 이 중 가장 큰 조직의 회원수가 150명 가까이 되고, 나머지는 100명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원들 및 회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계파 조직은 과거 정치권의 ‘보스 중심 조직’과 비슷하다고 한다. 계파 간에 합종연횡이 이뤄질 뿐 아니라 갑자기 급부상하는 조직이 있는 반면, 어느 순간 사라진 조직도 있다. 위원장이 특정 계파 소속이면 수석 부위원장을 포함한 집행부는 다른 계파에 할당하는 식으로 합종연횡이 이뤄진다는 것. 박 위원장도 지난해 말 노조위원장 선거 직전에 만들어진 민노회 대표로 출마했지만 전진회 등 3~4개의 다른 계파와 연합함으로써 당선될 수 있었다고 한다.

    한 조합원은 “떨어진 후보 측 조직은 생리상 2년 후를 위해 현 집행부의 임금협상 능력을 지속적으로 문제 삼는 등 흠집을 내고, 일부러 회사의 현실을 무시한 채 더 많은 요구를 하지 않을 수 없도록 분위기를 몰아가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대의원의 절반 이상이 타 계파 소속이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대의원대회에서 승인을 받기 어려워 결국 이 과정에서 선명성 경쟁이 일어난다”고 덧붙였다.

    박유기 위원장 카리스마 빈약

    올해의 경우 박 위원장의 카리스마가 약한 것도 교섭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는 게 회사 측의 시각이다. 회사 관계자는 “경비직 직급 철폐, 무상주 10주 분배, 실제 근로시간과 관계없이 초과근무 시간 2시간 인정 등 회사 측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을 제기하는 것은 박 위원장이 다양한 계파 출신으로 이뤄진 노조 집행부를 장악하지 못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물론 회사 측의 책임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 조합원은 이렇게 항변했다.

    “회사는 매년 임금협상 때마다 사정이 어렵다고 했다. 그런데 봐라. 검찰 수사에서 정몽구 회장이 500억원에 가까운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드러났고, 구속을 피하기 위해

    1조원을 사회에 환원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도 직원들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다.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말을 더 이상 어떻게 믿겠는가.”

    결국 노조 집행부는 이런 불신으로 인해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회사 측도 이런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회사 측의 한 관계자는 “회사에 대한 불신이 깊어서 결국 노사관계가 강경 일변도로 치닫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노조가 무파업으로 협상을 마친다면 조합원들은 노조가 회사에 포섭됐거나 어용화된 것 아니냐는 불신감을 가질 수 있다. 노조로서도 무척 부담스러울 것이다. 결국 노조는 협상 시작과 동시에 파업을 강행함으로써 조합원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과시해야 하는 상황으로까지 내몰렸다. 솔직히 여기에는 회사의 책임이 적지 않다.”

    현대차의 최근 6년간 평균 임금인상률은 8.4%(표2 참조). 최근 6년간 인상률이 가장 낮았던 지난해에는 8.47%를 요구해 6.9%를 관철했다. 노조는 올해 지난해보다 높은 12만5524원(기본급 평균 9.1%) 인상안을 제시했다. 기본급 4.4% 인상을 제시한 회사 안에 비해 두 배가 넘는다. 애초 접점을 찾기 어려워 사 측은 파업을 예정된 수순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노조 집행부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최근 각종 언론이나 외부에서 노조의 파업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노조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신의성실 원칙에 입각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을 뿐”이라며 “여러 문제 제기에 대해 할 말은 많지만 또 다른 오해와 왜곡을 피하기 위해 협상이 끝날 때까지는 일일이 답변하지 않겠다”고 말을 아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매년 되풀이되는 파업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의식한 듯 “솔직히 그동안 회사는 무엇을 했는지 반문하고 싶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노조는 전체 조합원의 처지에서 보고 생각하고 움직이는 집합체”라며 계파 간 대립과 파업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현대차 연도별 파업 현황
    연도
    당시

    노조위원장
    파업 기간
    파업 일수
    파업 원인
    손실 대수
    손실액

    (억원)
    비고
    1987
    이영복
    7월25일~8월29일

    9월25일~29일
    16

    5
    노조설립 과정

    임금협상
    29,449

    16758
    1,697
     
    1988
    이영복
    5월30일~6월23일
    25
    임금협상
    61,544
    3,176
     
    1989
    이상범
    12월19일~12월24일
    6
    추가성과금 요구
    10,367
    670
     
    1990
    이상범
    4월28일~5월23일
    15
    임·단협
    36,909
    2,471
     
    1991
    이헌구
    12월17일~12월31일
    15
    추가성과금 요구
    19,292
    1,158
     
    1992
    윤성근
    1월5일~1월25일
    20
    추가성과금 요구
    57,570
    4,040
    노조, 직장 점거
    1993
    윤성근
    6월15일~7월20일
    35
    임·단협
    54,265
    4,057
    긴급조정권 발동
    1994
    이영복
     
     
     
     
     
    ※무분규
    1995
    이영복
    5월13일~5월22일
    8
    양봉수 분신사태
    30,956
    2,413
     
    1996
    정갑득
    12월26일~31일
    5
    노동법개정 관련
    29,799
    2,031
     
    1997
    정갑득
    1월1일~23일
    15
    노동법개정 관련
    74,271
    5,063
     
    1998
    김광식
    6월30일~8월24일
    36
    정리해고 관련
    104,467
    9,644
     
    1999
    정갑득
    10월11일~26일
    15
    임·단협
    44,543
    1,085
     
    2000
    정갑득
    4월3일~6월7일
    12
    임금협상
    62,107
    6,564
     
    2001
    이상욱

    /이헌구
    11월29~12월17
    20
    임·단협
    83,876
    10,316
    협상 중 임기만료로

    위원장 교체
    2002
    이헌구
    5월10일~6월17일
    13
    임금협상, 노동법
    84,246
    12,632
     
    2003
    이헌구
    6월25~8월5
    25
    임·단협
    104,895
    13,106
    긴급조정권

    발동 검토
    2004
    이상욱
    6월25일~7월1일
    5
    임금협상
    18,994
    2,631
     
    2005
    이상욱
    8월25일~9월8일
    11
    임·단협
    42,707
    5,910
     
     
     
    302
     
    966,985
    88,664
     


    현대차 임금인상 내역
    구분 2000년2001년2002년2003년2004년2005년
      노조

    요구
    타결 노조

    요구
    타결 노조

    요구
    타결 노조

    요구
    타결 노조

    요구
    타결 노조

    요구
    타결
    인상액 111,903 80,196 125,033 96,750 128,880 95,000 124,989 98,000 127,171 95,000 109,181 89,000
    인상률

    (기본급)
    12.3% 8.8% 12.9% 9.9% 12.2% 8.9% 11.0% 8.6% 10.48% 7.8% 8.48% 6.9%


    인터뷰 ‘반우회’ 정용환 회장

    “노조라고 표현과 양심의 자유 침해할 수 없다”


    현대차 8개 작업장 반장 740명이 모여 만든 ‘반우회’ 회장 정용환 씨와 회원 2명은 5월3일 노조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정 회장은 조합원 영구 제명, 회원 2명은 조합원 자격정지 2개월. 구속 수사를 받고 있던 정몽구 회장의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는 게 징계 사유다. 정 회장은 이에 대해 “표현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 회장은 노조에 재심을 청구했다가 7월10일 자진철회하고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정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노조로부터 징계를 당한 구체적인 사유는 무엇인가.

    “4월10일에 있었던 제88차 임시 대의원대회 결의사항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당시 대의원들은 정몽구 회장의 구속 수사와 철저한 진상조사 촉구 결의문을 채택했는데, 반우회에서는 선처를 바란다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것이 대의원대회 결의사항 위반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대검찰청에 탄원서를 접수한 세 사람이 모두 징계를 받았다.”

    -조합원 영구 제명을 받은 후 어떤 어려움이 있는가.

    “노조 측에서 자꾸 문제를 만들려고 한다. 인사권은 회사의 고유 권한인데도, 노조 측에서 비조합원은 현장 운영에 적합하지 않다느니 하면서 문제를 삼는 것이다. 또 조합원들이 ‘왕따’시키는 분위기도 느껴진다. 반장으로서 업무 지시나 전달 사항을 전하면 자꾸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위에서 지시가 내려오는 것 같다. 조합 일과 회사 일은 엄연히 구분되는 것인데도 말이다. 이 때문에 정신적인 고통이 크다.”

    -노조의 징계 결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표현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가 침해됐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이 징계는 부당하다.”

    -노조 측에서는 반우회가 회사 측의 사주를 받아서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그때 20여 개의 시민·사회단체가 정몽구 회장의 구속 수사를 촉구했다. 하지만 회사 직원으로서 보고 있을 수 없어 회의를 소집해 의견을 모은 결과, 탄원서를 제출하자는 결론이 나왔을 뿐이다.”

    -노조의 파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왔는가.

    “상당수의 조합원들은 불만을 속으로만 삭이고 겉으로 표출하지 못하고 있다. 자칫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탄원서 제출을 지지하는 조합원도 상당수 있었지만 그런 이유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파업을 반대하는 의견이 적지 않지만, 반대를 했다가는 구설에 오르고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분위기 때문에 아무도 나서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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