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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북한은 국제범죄 종합 백화점”

美 보고서 “마약·슈퍼노트·대량살상무기 국가 주도로 불법 수출”

  • 정리=전원경 작가 winniejeon@yahoo.co.kr

“북한은 국제범죄 종합 백화점”

  • 북한이 마약이나 위조 달러(슈퍼노트), 가짜 담배 등을 제조해 해외에 내다 팔고 있다는 것이 새로운 뉴스는 아니다. 하지만 미 의회조사국(CRS)이 미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와 데이비드 애셔 전 국무부 북한실무팀장의 리포트 등 최근 자료들을 보면 북한의 범죄 행각을 바라보는 미국의 인식이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결의안을 통과시킨 뒤 미국의 추가적 대북제재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에서, 미국의 대북(對北) 인식은 향후 북미관계 전개에 중대한 변수가 될 것이다. ‘주간동아’는 두 보고서의 주요 부분을 발췌, 소개한다. <편집자>
두 개의 보고서가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부분은 북한이 ‘정부 차원에서 범죄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북한은 국제적인 범죄조직과 연계해 대량살상무기(WMD)를 불법 수출하고 있으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국제적인 범죄국가로 빠르게 ‘성장’하는 중이다. 애셔는 “지금까지 밀로셰비치의 세르비아, 차우셰스쿠의 루마니아, 노리에가의 파나마 등 국가원수의 주도 아래 범죄를 저질러온 나라가 여럿이지만 어느 국가도 김정일의 북한에 비할 대상이 못 된다”고 말하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 전 세계에서 북한이 관련된 국제범죄는 수도 없이 일어났다. 보고서들이 가장 우려하는 점은 북한이 재외국민과 외교관들을 범죄 관련 일에 동원해 돈을 벌어들이는 세계 유일의 국가라는 사실이다.

북한은 2003년에 최소한 8억3500만 달러의 무역 적자를 봤다. 남한의 일방적인 양보로 이루어진 교역을 제외하면 이 적자폭은 더욱 커진다. 북한은 1990년대부터 남한과 중국을 상대로 한 무역에서 100억 달러가 넘는 적자를 기록했으며, 국가 부채도 120억 달러 수준에 이른다.

북한 수출품 35~40%는 범죄와 연관

그러나 최근 평양 등지에 거주하는 엘리트들의 생활수준은 오히려 높아진 것처럼 느껴진다. 외국산 옷이나 생활용품을 쓰고 있는 모습도 많이 보인다. 어째서 이런 일이 가능한가? 그 답은 간단하다. 국제범죄 덕분이다. 애셔는 북한 수출품의 35~40%가 각종 범죄와 관련돼 있다고 주장한다.



북한의 주요 수출품은 마약, 슈퍼노트, 담배, 대량살상무기다. 이 덕분에 ‘군대가 최우선시되는’ 북한 경제가 유지되고 있으며, 평양은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라는 국제사회의 압력을 버텨낼 수 있다. 북한은 이미 인접국의 범죄조직과 관계를 맺고 있으며 앞으로도 국제사회에서 활동하는 더 많은 범죄조직에 대해 문호를 개방할 것이다.

북한의 주요 수입원은 마약 암거래로, 주된 거래처는 중국과 일본이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 일본으로 밀수된 북한산 필로폰은 1500kg에 달한다. 이는 일본 내에서 거래되는 필로폰의 35%에 달한다. 북한은 이 필로폰으로 7500만 달러를 챙겼다. 아마 일본 내에서 북한산 필로폰의 총 시가는 3억 달러에 달했을 것이다.

중국 북부에서 일본으로 들어오는 순도 높은 필로폰 역시 북한산일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이 마약을 삼합회 등 국제범죄 조직을 통해 일본에 수출한다. 북한은 마약 생산에 주력하면서 인접국인 러시아, 중국, 남한, 일본 등의 국제범죄 조직과 50대 50으로 수익을 나누는 관계를 맺었다. 2003년 4월, 북한 국적 배인 봉수호가 북한산이 아닌 헤로인을 운반하다 적발된 사건은 북한이 국제범죄 조직과 밀접한 연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부시 대통령은 2004년 연두기자회견에서 북한을 국제사회에 마약을 유통시키는 주요 국가로 꼽았다. 부시 대통령은 “우리는 동아시아의 헤로인, 필로폰 거래와 생산에 북한이 깊이 관여돼 있다는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예를 들면 2004년 4월에 125kg의 필로폰이 봉수호를 통해 오스트레일리아로 수출됐다. 미국은 북한의 마약 수출을 중단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북한은 국제범죄 종합 백화점”

CRS 보고서와 데이비드 애셔의 북한 리포트.

2003년 5월 미 상원에 제출된 국무부 자료는 1976년 이래 마약거래 혐의로 세계 20여 개국에서 최소한 50명의 북한인이 체포됐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일본에서 필로폰 거래 혐의로 검거되는 북한인이 늘고 있는 추세다.

또 미 국무부의 2005년 국제마약통제전략보고서(INCSR)에 따르면, 북한 외교관들은 자국 정부의 비호 아래 수십 년 동안 마약관련 범죄행위를 저질러왔다. 대만, 일본 등에 밀수된 헤로인, 필로폰의 대부분은 북한에서 들어오며 북한은 마약을 팔고 받은 돈을 마카오은행을 통해 돈세탁했다.

북한산 마약은 러시아나 중국을 거쳐 아시아와 유럽으로 수출된다. 이때 북한의 무역공사나 외교부 행낭을 거친다. 수출용 상품으로 위장되기도 한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한 관계자와의 인터뷰를 인용하며 이 같은 불법 무역으로 인해 평양으로 흘러 들어간 자금 규모가 50억 달러에 이른다고 폭로했다.

북한의 특정 지역 농민들은 아예 아편 제조를 위한 양귀비를 키우라는 명령을 받는다고 한다. CRS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이미 1970년대부터 아편 장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95년과 96년에 연속된 대홍수로 인해 양귀비 작황이 좋지 않자 북한은 아편 대신 필로폰 생산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 마약 판매를 위해 국제범죄 조직과 관계를 맺었다. 어떤 보고서들은 북한의 식량난이 마약 재배를 위해 농경지를 징발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외교관들이 위폐 제조와 유통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겠지만, 이해부터 대만, 필리핀, 일본 등지의 필로폰 시장이 급성장했다. 2002년에 일본에서 유통된 필로폰의 3분의 1 정도가 북한에서 들어왔다는 것이 일본 당국의 조사 결과다. 한국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매년 10~15t의 고순도 필로폰을 수출한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북한의 마약장사 수익이 최근 몇 년 동안 1억 달러 수준에서 5억 달러까지 급상승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돈은 북한의 미사일, 핵무기 개발 비용으로 사용된다.

미국 달러를 비롯한 외국 화폐 위조와 유통에서도 북한은 발군의 실력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위폐 제조에 그치지 않고 가짜 담배와 의약품 위조에까지 손길을 뻗쳤다.

국제법에서는 타 국가의 위폐 제조를 경제적 전쟁행위로 간주한다. 히틀러 치하의 나치 이래로 어떤 국가도 이 국제법을 어기지 않았다. 유독 북한만이 슈퍼노트를 비롯해 주요 국가의 위폐를 제조하고 있다.

최근 미 법무부는 션 갈란드를 비롯한 아일랜드공화국군(IRA) 관계자 몇 명을 슈퍼노트를 제조한 범죄조직 연관 혐의로 기소했다. 이들의 위조 솜씨는 대단히 교묘해서 육안으로는 구별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였다. 미국 첩보기관은 ‘C-14342’로 이름 붙인 이들 슈퍼노트가 북한 정권의 비호 아래 제조됐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놀랍게도 북한 외교관의 직책을 가진 사람들이 전 세계에서 이 슈퍼노트의 제조와 유통을 맡고 있다.

‘Royal Charm · Smoking Dragon’ 작전은 북한에서 제작된 수백만 달러의 슈퍼노트가 아시아인 중개상을 통해 미국으로 흘러 들어갔으며 이 배후에는 북한 정권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것이 평양 수뇌부의 지휘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하급관리 선에서 이뤄진 일인지는 단언키 어렵지만, 이 슈퍼노트를 만드는 데 든 돈은 달러당 40센트 이하였다. 이는 기존의 슈퍼노트 제작비보다 훨씬 적은 것인데, 그럼에도 위폐는 육안으로 식별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했다. 어떻게 이처럼 적은 제작비로 정교한 슈퍼노트를 만들 수 있었을까? 바로 국가적인 사업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북한산 슈퍼노트는 북한 지역이 아닌 중국 북부의 항구에서 수출되며 장난감 등의 화물로 위장돼 검색대를 통과한다.

가짜 담배 역시 북한의 중요한 돈벌이 중 하나다. 가짜 담배는 주로 나진이나 남포항에서 선적돼 남한, 중국 그리고 세계로 팔려나간다. 이 중에는 필립 모리스, 로릴러드(Lorillard), 재팬 타바코 등 세계적 브랜드를 단 가짜도 많다. 40피트 크기의 컨테이너를 꽉 채운 가짜 담배의 가격은 겨우 7만 달러다. 이 가짜들의 소매가격을 모두 합하면 300만~400만 달러에 이른다. 북한이 가짜 담배 장사에 열을 올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1995년 대만으로 향하던 20컨테이너 분량의 북한산 가짜 담배가 적발된 적이 있는데, 그 담배들의 시가는 10억 달러에 달했다고 한다.

최근 북한은 가짜 담배 외에 가짜 의약품 생산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짜 비아그라가 대표적인 예다. 무기와 마약, 담배, 약품, 과연 이 다음 생산품은 뭐가 될까?

그 다음은 수출 제한 상품의 밀수다. 북한은 코뿔소 뿔, 상아 등 수출이 제한된 야생 동식물들을 암거래해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이 역시 국제법과 야생동식물 보호조약을 위배하는 일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세계 각국 은행 통해 돈세탁

1980년대 초, 북한 외교관 다섯 명이 코뿔소 뿔을 밀수출한 혐의로 아프리카에서 추방됐다. 이 뿔들은 루자카에서 아디스아바바를 거쳐 북예멘으로 실려갔다. 그리고 북예멘에서 영사 채널을 통해 중국 광저우로 운반됐다. 마카오, 홍콩 등지에서도 이런 일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북한 외교관들은 1999년 케냐에서 689kg의 상아를 밀수해서 모스크바에 537kg를 수출했다. 98년에도 576kg의 상아를 프랑스로 수출했다. 애셔는 ‘밀수 행각에 대해서는 최근 자료가 없지만 북한이 이 같은 행동을 그만뒀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고 추정한다.

북한의 주요 수출품 중 대량살상무기를 빼놓을 수 없다. 최근에는 고객이 많이 줄었지만, 북한은 여전히 미사일발사통제체제(MTCR) 수출국이며 주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더 나은 시스템을 개발해 수출할 가능성도 있다. 기술과 시스템은 물론이고 대량살상무기 자체도 수출한다. 매년 수천 개의 컨테이너가 나진과 남포항을 출발한다. 이들은 중국·한국·일본 등지로 간다고 하지만, 사실상 이들 항구로 가는 컨테이너는 별로 없다. 여기에는 가짜 담배와 위폐, 무기, 그리고 기타 불법 물품들이 실려 있다.

북한은 이렇게 벌어들인 돈을 세계 각처의 은행을 통해 돈세탁한다. 북한은 미국의 애국법(patriot act) 제311조를 피하기 위해 마카오에 있는 뱅코델타 아시아(BDA)를 이용하고 있다. 미 재무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북한의 대표적인 회사 한 곳이 지난 수십 년 동안 BDA를 이용해 각종 불법행위를 저질렀으며 이 중에는 위폐 세탁, 가짜담배 밀수, 마약 거래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애셔의 보고서는 미국 정부가 좀더 단호한 행동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북한에서 선적된 모든 컨테이너들은 도착한 항구에서 세심한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국가 차원에서 범죄행위를 저지르는 세계 유일의 ‘소프라노 국가’다. 평양은 국제법과 규범을 보란 듯이 위반하고 있다. 북한 지도부인 노동당의 행태는 한 나라의 정부라기보다 국제범죄 조직의 수뇌부에 가깝다. 과연 이처럼 범죄를 연속적으로 저지르는 집단이 유엔의 보호를 받아야 할 것인가. CRS 보고서는 북한 수뇌부가 마약 밀매 등으로 벌어들이는 엄청난 돈에 ‘중독’돼 있다고 표현한다. 문제는 이 모든 행위가 빌 뉴콤(Bill Newcomb)의 지적대로 ‘김정일의 궁정’에서 이뤄진다는 것이며, 이 사실이 북한과 국제사회의 관계 개선을 한층 더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주간동아 546호 (p18~20)

정리=전원경 작가 winniejeon@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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