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44

2006.07.18

부시 정부 NYT 때리기는 지지층 결집 노림수?

  • 입력2006-07-14 10:27: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All the News That’s Fit to Print’.

    미국에서 ‘신문 중의 신문’으로 꼽히는 뉴욕타임스(NYT) 1면 맨 왼쪽에 매일 실리는 문구다. ‘신문에 싣기에 적당한 모든 뉴스를 보도한다’는 말이다.

    “뉴욕에 사는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는 아침마다 NYT를 읽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는 뉴요커가 많을 정도로 NYT는 매일 정치와 외교, 문화, 스포츠,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탁월한 기사를 선보이고 있다. 그런 NYT가 요즘 ‘국가기밀’ 보도를 둘러싼 논란 속에서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 NYT가 부시 행정부가 테러범 색출을 위해 국제금융전산망을 조회하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한 뒤 부시 행정부와 공화당 인사들이 NYT를 상대로 무차별적인 공세에 나섰기 때문이다. ‘국가 안보에 최대 위협요소’ ‘간첩 혐의로 조사를 받아야 할 신문’ ‘비(非)애국적인 신문’ 등 NYT를 향한 이들의 공격은 거침이 없다.

    NYT와 같은 유력지를 상대로 정치인들이 이러한 공격을 퍼붓는 것은 미국에서 흔히 있는 일이 아니다. 더구나 NYT가 부시 행정부를 껄끄럽게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부시 정부는 왜 이 시점에서 ‘NYT 때리기’에 나선 걸까.

    현재까지는 ‘선거용’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최근 NBC는 “부시 행정부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층 결집을 위해 NYT를 표적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NYT 측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이 신문은 7월2일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어? 그렇다면 언론을 폭격해’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부시 행정부가 선거 판세가 불리해지자 NYT를 표적으로 삼았다고 지적했다. 실제 부시의 인기는 바닥을 기고 있는 형편이다.



    한편 NYT도 반격에 나섰다. 6월30일부터 매일 사설, 내부 칼럼, 옴부즈맨 칼럼 등을 통해 “보도 내용의 골격은 이미 몇 년 전 부시 행정부가 홍보까지 한 것으로 국가 안보와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빌 켈러 편집인의 방송 출연도 잇따르고 있다.

    부시 대통령과 NYT의 ‘악연’은 깊다. NYT는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사설을 통해 앨 고어, 존 케리 등 부시의 상대후보를 지지했다.

    뉴욕에 기반을 둔 리버럴한 성향의 NYT와 ‘보수 혁명’을 주도하는 부시 행정부는 세상을 보는 시각이 많이 다르다. 부시 행정부는 NYT를 ‘동부 엘리트주의에서 헤어나지 못한 좌파 성향의 신문’ 정도로 여기고 있고, NYT는 부시 행정부를 ‘미국을 위험한 방향으로 이끌고 있는 정부’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뉴욕 통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