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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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는 예술작품이 될 수 있는가

  • 입력2006-06-12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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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이번 주 논술 주제
    • [문제 1] 제시 자료 (가)~(다)는 패러디와 관련된 내용들이다. 제시 자료 (가)~(다)를 참조하여 ‘패러디’의 개념을 200자 원고지 600자 내외(±20자)로 요약하시오.
    • [문제 2] 패러디와 예술의 관계를 설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패러디가 예술작품이 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자신의 견해를 밝히되, 보강하는 구체적인 사례를 더 들면서 제목을 붙여 2500자 내외의 완성된 글로 작성하시오.
    ※ 유의사항。맞춤법, 띄어쓰기를 지킬 것. 。적절한 제목을 달 것.。학교, 이름 등 자신의 신원과 관련된 사항은 언급하지 말 것.。연필을 사용하지 말고 흑색이나 청색 필기구를 사용할 것. 。시험시간은 100분임.

    이번 호 논술지도에는 경기도 안양시 관양고등학교 국어담당 양일석 선생님이 수고해주셨습니다.

    패러디는 예술작품이 될 수 있는가

    <b><가> </b>

    금준미주(金樽美酒)는 천인혈(千人血)이요, 옥반가효(玉盤佳肴)는 만성고(萬姓膏)라.촉루락시(燭淚落時) 민루락(民淚落)이요,가성고처(歌聲高處) 원성고(怨聲高)라.     -교과서 ‘국어(하)’, 7 전통과 창조(1), ‘춘향전’ 중에서

    패러디의 수난시대가 도래했다. 야당 지도자에 대한 풍자 패러디가 벌집을 쑤셔 정가와 국회가 시끄러웠는가 하면, 총선 전 정치가들에 대한 패러디를 만든 대학생은 벌금형에 처해졌다(150만원! 대학생에겐 적지 않다). 당사자는 항소의 뜻을 밝혔고, 법조계도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처사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인터넷은 패러디의 파라다이스다. 정치인만 패러디되는가? 아니다. 연예인을 비롯해 거의 모든 사람들이 패러디된다. 필자도 패러디된 적이 있다. 어느 날 아침 인터넷 게시판에 들어가 보니 영화 ‘해피엔드’ 포스터에 전도연과 나란히(황송하게도!) 등장해 있었다. 물론 서로 아는 사이버 친구들이 모이는 커뮤니티에서의 장난이었다. 그만큼 패러디는 일상적 커뮤니케이션의 한 자락을 차지하고 있다. 즉 ‘언제든 나도 패러디될 수 있는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다.



    패러디는 예술작품이 될 수 있는가
    패러디의 역사는 생각보다 장구(長久)하다. 아마도 인류 역사, 특히 의사소통과 기록의 역사에서 앞장을 차지할 것이며 패러디라는 말 자체도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 등장할 정도다. 우리나라 문화 속에서도 ‘패러디’라는 말이 안 붙었을 뿐 탈춤과 판소리, 한글소설과 풍속화 등에 패러디의 전통은 풍부하기 그지없다. 어쩌면 우리 민족의 성향이 패러디에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왜 그럴까? 패러디 현상 또는 운동은 사회적 고통과 소외, 신분과 빈부의 격차가 심할 때 더욱 강하게 일어나고 확산된다. 억압된 한과 분노를 직격탄이 아닌 우회적 풍자와 해학을 통해 표현함으로써 스트레스를 풀고 대중적 카타르시스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패러디는 여타의 예술처럼 한 창작자의 개인 산물이 아니다. 널리 확산되는 패러디일수록 대중적 기반이 뿌리 깊다는 사회구조적 분석이 필요하다. 독창성과 창의력도 중요하지만 좋은 패러디는 시대정신, 시대정서의 핵심을 꿰뚫을 때 생겨난다. 처음 볼 때는 엉뚱해서 웃지만 보면 볼수록 어울리지 않는 것의 조합이 절묘하다는 공감을 확산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패러디의 특성이 인터넷 매체의 익명성, 파급력과 어울려 과도한 패러디 공화국화되는 것에 역기능이 숨어 있지만 쓰레기더미 속에서 간혹 보석이 나오는 것이 원래 패러디의 생리인 것을 어쩌랴. 나쁜 의도에 의해 선전 선동의 도구로 패러디가 활용될 때 당사자에게는 사이버테러가 될 수 있으나 패러디 전체를 싸잡아 발을 묶으려 하는 것은 어리석은 대응이다. 먼저 패러디 창작자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 즉 자신이 패러디물의 주인공이 되었을 때 받아들일 만한가 하는 기준을 갖고, 대부분 명망가와 공인들인 당사자가 좀더 여유로운 품성과 도량을 발휘한다면 좋겠다. 가장 재미없는 것이 결과적으로 패러디와 히스테리의 결합일 것이다.

    -최영일, ‘패러디 발 묶는 것은 어리석은 길’

    (주간동아 446호, 2004년 8월5일)

    ● 주제 분석

    최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우리 사회 전반에서 패러디가 유행하고 있다. 신문기사를 들춰 읽지 않더라도 패러디 몇 장만으로 세상 돌아가는 것을 훤히 들여다볼 수가 있을 정도다. 패러디는 작가가(혹은 일반인들이) 원작의 의도를 충분히 인식한 상태에서 어떤 상업적인 목적을 띠지 않고 순수한 예술성만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패러디로 표출된 어떤 의견이 다른 사람이나 집단의 민주주의를 침해하거나, 불순하게 상업적인 목적을 띠게 될 경우에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번 논제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자리 잡고 있는 패러디물이 과연 예술작품으로서의 가치가 있는지 여부를 일상의 현상과 관련지어 다양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패러디는 예술작품이 될 수 있는가


    패러디는 예술작품이 될 수 있는가
    ● 제시문 분석과 개요 작성하기

    [제시문 분석]

    제시그림 (가)는 주한 일본대사의 ‘독도는 일본 땅’ 발언 및 일본 정부의 ‘다케시마의 날’조례안 상정 등 독도를 둘러싼 망언에 분노한 네티즌들에 의해 만들어진 독도 관련 패러디물을 인터넷에서 모은 것이다.

    제시문 (나)는 국어(하)의 ‘춘향전’에 삽입된 시로, 이몽룡이 사치스런 잔치를 풍자하는 내용이다. 전반부에서는 탐관오리의 술과 음식이 백성에게서 수탈한 것임을 비유로써 설명하고, 후반부에서는 요사스러운 잔치와 고통받는 백성의 처지를 대조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춘향전’의 작가가 누구든 이 작품이 당대의 사회 현실을 반영하고 풍자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제시문 (다)는 서두에서 패러디의 역사와 더불어 현대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그것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밝히고 있다. 특히, 패러디 현상은 감정의 직접적인 노출이 아닌 우회적 풍자와 해학이므로, 단순한 개인 창작물이라는 측면보다는 사회구조적 측면에서의 분석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개요 작성하기]

    ·제목 : 예술작품으로서의 패러디·서론 : 패러디에 대한 이해와 고찰의 필요성·본론 (1) : 예술의 본질과 패러디의 특성 고찰 - 예술 : 인간 및 자연세계에 대한 이해와 해석, 패러디 : 패러디의 풍자 정신은 예술적인 창조성을 바탕으로 한다.·본론 (2) : 예술작품이 되는 이유 1 - 익살과 풍자·본론 (3) : 예술작품이 되는 이유 2 - 일반인들 사이에서 수용·본론 (4) : 예술작품이 되는 이유 3 - 철학적 진지함과 친숙함·본론 (5) : 예술작품이 되는 이유 4 - 민주주의 사회의 다양성·결론 : 풍자와 비판 정신은 예술과 일치

    ● 학생 답안 강평 및 첨삭 지도

    [문제 1]과 같은 요약형의 문제는 글쓴이의 주장과 논거, 의도 등에 유의하여 각 문단의 소주제문을 중심으로 정리해야 한다. 그리고 글에 진술되지 않은 내용이나 주관적 해석을 달아서는 안 된다.

    먼저 ㉮는 주변 정보이고, ㉯는 같은 구절이 되풀이되었기에 삭제하는 것이 낫다. ㉰는 학생의 주관이 개입되었기에, ㉱ 또한 문맥상 부자연스러울 뿐만 아니라 주관이 개입되었기에 삭제해도 무방하다. ㉲는 제시문 (다)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므로 삭제해야 한다. 한편 ㉠은 같은 구절이 반복되기에 생략하는 것이 적절하다. 그리고 ㉡과 ㉢은 각각 ‘보여주고 있다’, ‘나타내고 있다’로 고쳐서 요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은 ‘~함을 지적하고 있다’로 고쳐서 요약하자.

    [문제 2]에서 위 학생의 논술은 각 대학별 논술고사에서 평가하고자 하는 관점, 즉 이해분석력, 논증력, 창의력, 표현력 등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아쉬운 점이 많다.

    첫째, 지시사항(유의사항) 측면에서 몇 가지 문제점이 보인다. 우선 2500자에서 많이 벗어났다. 그리고 ①제목이 논술문 전체의 내용을 포괄적으로 나타내지 못해 감점 요인이 될 수 있다. 제목을 ‘패러디는 예술작품이 될 수 있다’ 정도로 바꾸면 적절할 것이다.

    둘째, 이해분석력 측면에서, 위 학생은 패러디가 예술작품이 될 수 있다는 찬성(지지) 측면에서만 논술을 하다 보니 반대(반박) 논거의 보강을 통한 자신의 견해를 명확히 하지 못했다.

    셋째, 논증력 측면에서, ②는 논리상 패러디라는 단어가 들어가야 적절하다. ⑭는 논술문 전체로 봐서, 결론에 들어가서는 안 될 문장이다.

    넷째, 창의력이 부족하다. 위 논술문은 본론 (2)~(6)에서 알 수 있듯이, 기존 논술 참고서에 제시된 정형화된 방식에 기초하여 비슷한 예상 문제를 가지고 연습한 듯하다.

    다섯째, 위 학생이 가장 많이 범하고 있는 오류는 내용 및 표현력이다. ③ : 같은 말이 중복되기에 대명사 ‘이는’으로 수정할 것. ④ : 주어와 호응이 되지 않으므로 ‘~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로, ⑤ : 생각이 명료하게 드러나지 않으므로 ‘~준다’로, ⑥ : 앞에서 반복되었기에 삭제한다. ⑦ : 문장의 호응관계를 고려하여 ‘길러주는 역할을 한다’로, ⑧ : ‘~그것의’라는 낱말이 첨가되어야 한다. ⑨ : 문장의 호응과 논리상, ‘감상과 판단이다’로 해야 한다. ⑩ : 주지 문장에 대한 부연 내지 상술이므로 굳이 있을 필요가 없다. 삭제할 것. ⑪ : 문법상 부적절하다. 삭제해야 한다. ⑫ : 명료성이 떨어진다. 없어도 무방하다. ⑬ : 주어와 호응이 되지 않는다. ‘~것을 반증한다’로 수정할 것.

    ● 배경지식 키우기

    대개 패러디는 문학작품의 한 형식으로 분류된다. 패러디는 형식적으로는 다른 작품을 어떤 식으로든 모방하며, 그 내용과 의도를 풍자나 조롱의 대상으로 삼는다. 고전적으로 음악 분야에서도 패러디라는 용어가 사용되는데, 이때의 패러디는 경의를 표하기 위한 모방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요즘 음악 분야에서 사용되는 패러디라는 말은 이러한 고전적인 의미와는 전혀 다르며, 또한 문학작품에서의 패러디라는 말보다 의미가 훨씬 광범위하다. 이제는 ‘모방’과 ‘풍자·조롱’만으로 패러디의 의미를 구성할 수 있게 됐다.

    ● 고득점을 위한 논술 공부 방법

    → 인터넷 매체의 찬반 논쟁형 게시판을 활용하여 배경지식과 논리적 사고력을 배양하라.

    찬반 논쟁의 게시판은 자기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어떻게 다른지, 다르다면 그 이유가 무엇이고 나의 생각을 뒷받침해줄 구체적인 근거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곳이다. 찬반 논쟁의 게시판에는 최근 우리 사회 각 현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홍수를 이루고 있는데, 이것이 때때로 논술고사의 제시문으로 활용되곤 한다.

    최근 대학별 논술고사에서 많이 출제되고 있는 보편적인 사회현상에 대한 문제 유형에 대비하는 한 방법은 바로 인터넷 상의 게시판이다. 게임에만 열중하지 말고, 찬반 논쟁형 게시판을 둘러보라. 갖가지 사회현상에 대해 새롭게 접근할 수 있는 창의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력뿐만 아니라 배경 지식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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