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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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퍼’운동 18년째 … 300만 그릇의 선행

  • 전원경 기자 winnie@donga.com

    입력2006-05-08 11: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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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퍼’운동 18년째 … 300만 그릇의 선행
    1988년 청량리역 광장, 한 전도사 청년에게 노숙인이 다가와 “라면 한 그릇만 끓여달라”고 청했다. 청년은 걸음을 멈추고 그에게 밥을 대접했다. 이것이 바로 ‘밥퍼운동본부’의 시작이었다. 그로부터 18년이 흐른 2006년 4월27일, 정영배 할아버지(82)가 받아든 밥그릇은 ‘밥퍼운동본부’가 나눈 300만 그릇째의 밥이었다.

    “부자나 힘 있는 사람이 아닌, 서민들이 이룬 기록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자신도 잘 믿어지지가 않아요. 그동안 밥퍼운동본부를 찾아와 주신 자원봉사자들이 몇십만 명이나 됩니다. 그분들이 설거지하고 쌀 씻으며 작은 기적을 이룬 거예요. 환경미화원 분들께서 한 푼 두 푼 모은 100만원을 신문지에 싸서 후원금으로 써달라며 건네주셨을 때는 운동본부 식구들이 모두 울었습니다.”

    최일도 목사는 자못 감개무량한 목소리로 300만 그릇 돌파의 소감을 이야기했다. 그는 “비단 기독교라는 종교의 힘이 아니라 우리 시민들의 힘이 여기까지 우리를 오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17년간 빠지지 않고 자원봉사를 오신 분도 계시고 신혼여행 대신 자원봉사를 온 부부도 있었지요. 지금도 밥퍼운동본부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매일 1000인분의 식사를 마련하고 계십니다.” 준비하던 유학을 제쳐둔 채 청량리에 다일복지재단을 세우고 서울과 지방으로, 또 중국·베트남 등 해외로 무료 급식 봉사를 확대해나간 최 목사의 선행은 널리 알려져 있다. “밥퍼 운동을 벌인 지 5년쯤 됐을 때, 제법 큰 교회의 목사로 오라는 제의를 거절했습니다. 그랬더니 어머니가 ‘더는 이렇게 못 살겠다’며 집을 나가셨죠. 그때 청량리 구석에서 쭈그리고 앉아 울기도 많이 울었는데…. 그런 어머니께서도 결국 자원봉사자가 되어서 우리 운동을 후원해주시더군요.” 현재 최 목사는 무료 급식뿐만 아니라 다일천사병원을 세워 무의탁 노인과 노숙자, 외국인 노동자 등에게 무료 진료의 혜택도 베풀고 있다.

    선거철이면 정치권에서 걸려오는 전화도 꽤 받는다는 최 목사는 “그렇게 힘 있으신 분들이 내게 관심을 갖지 마시고 소외된 계층에게 밥 한 그릇 더 후원해주셨으면 좋겠다”며 웃더니 이내 힘찬 목소리로 말한다. “밥퍼 운동을 아시아 30개국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입니다. 이 땅에 굶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질 때까지, 세계에 절대 빈곤의 그늘이 사라질 때까지 ‘밥퍼’ 운동은 그치지 않고 계속될 겁니다.” 밥퍼 운동과 다일천사병원은 2만여 명의 후원회원 회비와 기업체, 개인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된다. 밥퍼운동본부 후원 전화 (02) 2212, 2213-8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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