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4

2006.05.09

피아노계의 ‘큰 손’ 루간스키 온다

  • 정일서 KBS라디오 PD

    입력2006-05-08 09: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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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노계의 ‘큰 손’ 루간스키 온다
    예프게니 키신의 빈자리가 식지 않은 채 여운처럼 남아 있는 5월, 러시아 피아니즘의 ‘공습’이 재개됐다. 피아니스트 니콜라이 루간스키(사진)의 피아노 리사이틀(5월13일, LG아트센터)이 열린다. 루간스키는 베토벤 소나타 16번 G장조, 프랑크의 ‘프렐류드, 코랄과 푸가’, 쇼팽 소나타 3번 B단조 등을 특유의 ‘거인 손’으로 요리할 예정이다.

    1972년 모스크바의 과학자 집안에서 태어난 니콜라이 루간스키는 차이코프스키 음악원에서 타티아나 니콜라예바를 사사했다. 니콜라예바는 러시안 레퍼토리뿐만 아니라 바흐 피아노 음악의 해석에서도 탁월한 실력을 보여준 불세출의 연주가. 루간스키는 훗날 니콜라예바의 조수인 세르게이 도렌스키까지 사사하며 니콜라예바 예술의 자양분을 남김없이 체득했다.

    1990년, 그는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라흐마니노프 콩쿠르에서 2위를 차지했다. 이어 1994년의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를 수상하면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1998년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제8회 국제 바흐 콩쿠르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이후로 세계의 유명 공연장과 페스티벌 무대를 누비며 많은 공연을 하고 있다.

    루간스키는 특이하게 음악 외의 ‘잡기’에도 강한 면모를 보인다. 먼저 그는 탁구 애호가다. 지난 내한공연 때는 동대문시장에 들러 라켓을 구입해갔을 정도. 테니스도 수준급이며, 체스(서양 장기)도 프로 기사 수준이라고 알려져 있다. 한 인터뷰에서는 한국에서 체스의 인기가 별로라는 사실을 아쉬워하기도 했다. 니콜라예바의 영롱한 서사적 전개와 길렐스의 강철 타건을 본받았다는 루간스키의 ‘큰 손’이 어떤 화제를 불러일으킬지 기대된다.

    피아노계의 ‘큰 손’ 루간스키 온다
    올가을에 내한공연을 앞둔 플루트의 귀공자 에마뉘엘 파후드가 오스트레일리안 체임버와 협연한 비발디 플루트 협주곡이 EMI에서 발매됐다. 최근 원전과 현대 양식의 절충을 넘어서 원전의 고아함과 현대 악기의 강렬함이 ‘하이브리드’된 바로크 음악 연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 이 음반도 마찬가지다. 자유자재로 변화되는 음색, 파후드가 근대 레퍼토리에서 들려주던 황금빛 음색과 풍성한 호흡의 자취는 찾을 길 없다. 대신 고악기를 연상시키는 소박한 목질의 음색과 절제된 비브라토, 상쾌한 프레이징이 듣는 이를 사로잡는다. 원전 양식에 터보 엔진이라도 단 듯 다이내믹한 연주다. 그는 오케스트라와 한바탕 춤을 추듯 축제를 이끌고 있는데, 그 축제의 뒷맛은 상당히 개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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