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1

2006.04.18

스타 만들기? 시청자 눈길 잡기?

  • 배국남 마이데일리 대중문화 전문기자 knbae24@hanmail.net

    입력2006-04-17 10: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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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 만들기? 시청자 눈길 잡기?

    ‘슈퍼스타 서바이벌’ 지망생들

    대한민국은 연예인 지망생 공화국이다. 유치원생부터 중년까지 스타가 되기 위해 몸부림치는 수많은 사람들이 연예계 문을 두드리고 있다. 매년 136개 대학에서 방송, 영화, 연예 관련학과 학생 1만400여 명이 쏟아지는 것으로도 부족해 연기학원, 노래학원까지 연예인 지망생들로 북적댄다. 청소년들의 최대 희망이 연예인이 된 지는 이미 오래다.

    이것도 부족해 이제는 방송사가 스타 지망 신드롬의 확대재생산에 나섰다. 3월18일 시작된 SBS의 ‘슈퍼스타 서바이벌’은 스타 만들기 리얼리티쇼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외모와 춤, 가창력, 연기력을 모두 갖춘 종합 엔터테이너를 선발해 진정한 스타로 만들겠다는 것이 기획 의도다.

    오디션과 리얼리티쇼를 결합한 캐스팅쇼 포맷의 이 프로그램은 사실 새로울 것도 없다. 영국의 ‘엑스 팩터’나 미국의 ‘아메리칸 아이돌’을 적당히 혼합한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 들끓고 있는 연예인 지망생 열기와 평범한 사람이 한순간에 스타가 되는 반전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을 시청률로 연결해보려는 것이 제작진의 속내라는 것은 누구나 안다. 이런 상업적 의도가 ‘진정한 스타를 만든다’는 기획 의도로 포장된 것이다.

    스타 만들기? 시청자 눈길 잡기?
    ‘슈퍼스타 서바이벌’에는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16~19세의 청소년 12명이 등장한다. 이들은 춤, 노래 등을 집중적으로 훈련받은 뒤 생존게임 방식을 거쳐 매주 한 명씩 탈락하고 마지막으로 1명이 선발된다. 그런데 ‘슈퍼스타 서바이벌’은 극적 흥미를 위해 탈락자 후보를 참가자들이 뽑게 하는 경쟁방식을 보여준다. 여기에 더해 이 프로그램은 특정 기획사와 방송사의 연계, 흥미 위주의 전개로 인한 참가 청소년들의 인권침해 우려라는 문제도 안고 있다.

    ‘슈퍼스타 서바이벌’에는 이 같은 문제 외에 더욱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이 프로그램의 문제를 논하기에 앞서 이와 유사한 성격의 스타 만들기 프로그램인 MBC ‘목표달성 토요일’(2002년 방송)을 통해 배출된 그룹 ‘악동클럽’의 현주소를 알아보자. 이들은 2003년 2집 앨범을 발표한 뒤 대중의 시선에서 사라졌다. 당시 방송사는 방송 내내 진정한 스타를 만들겠다는 거창한 구호를 외쳤던 것으로 기억한다. 방송사는 출연 청소년의 앞날에는 관심이 없다. 다만 스타 만들기 환상을 최대한 확대시켜 시청자의 눈길을 잡으면 그걸로 끝이다.



    누구나 스타가 될 수 있을까? 스타가 되는 일은 가능하면서도 불가능한 일이며, 불가능하면서도 가능한 일이다. 스타 시스템의 핵인 연예기획사나 방송사는 스타의 후보만을 낼 뿐이다. 스타가 되느냐 마느냐의 결정권은 대중이 쥐고 있다. ‘슈퍼스타 서바이벌’ 제작진은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스타의 전당이라는 할리우드에서 단역배우로 연기생활을 시작한 2만 명 중 단 12명만 스타가 되었다는 통계도 있다. 이 통계는 단순한 캐스팅쇼로는 스타가 되기 힘들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럼에도 방송사는 시청자와 대중, 특히 청소년들로부터 스타가 될 수 있다는 환상을 재생산해내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환상을 부추길 것이 아니라,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에 환상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수많은 연예인 지망생과 부모들에게 연예 시스템의 허실을 적시해주는 일이다. 하지만 ‘슈퍼스타 서바이벌’은 전혀 그렇지 않다. 시청률을 위해 0.1%의 성공을 부각시키고 99.9%의 쓰라린 좌절을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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