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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 아베 vs 후쿠다 “또 붙었네”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 앞두고 지지율 1, 2위 … ‘대세론’ 대 ‘대망론’ 정가 관심 집중

  • 천광암 동아일보 도쿄 특파원 iam@donga.com

라이벌 아베 vs 후쿠다 “또 붙었네”

아베 대세(大勢)론’이냐, ‘후쿠다 대망(待望)론’이냐.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후계자를 뽑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를 반년 앞두고 일본 정가의 관심이 온통 여기에 쏠려 있다.

아베 대세론은 국민적 인기가 높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이 자민당 총재, 즉 차기 총리가 되는 것이 순리라는 목소리다. 반면 ‘후쿠다 대망론=아베 온존(溫存)론’은 아직 젊은 아베 장관은 아껴뒀다가 차차기에 쓰고, 차기는 관록 있는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관방장관에게 넘기자는 주장이다. 강경파 아베 정권이냐, 온건파 후쿠다 정권이냐에 따라 앞으로 아시아 외교의 향배는 크게 바뀔 전망. 즉, 두 사람의 대결은 한국·중국·북한에도 결코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여론조사만 보면 승부는 뻔해 보인다. 일본의 공영방송 NHK가 3월10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유권자 1020명에게 ‘차기 일본 총리로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인물’을 물었을 때 1위는 32.6%를 얻은 아베였다. 그 다음은 후쿠다(6.8%), 아소 다로(麻生太郞) 외상(2.2%),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재무상(1.4%) 순으로 1위와 편차가 컸다.

파벌 세력 행보가 최대 변수

이보다 앞선 3월4일과 5일 일본여론조사협회가 전국 유권자 18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결과는 비슷했다. 아베가 54%, 후쿠다 10%, 아소 외상 6%, 다니가키 재무상이 3%의 지지를 획득했다. 고이즈미 총리의 후계자를 거론할 때 흔히 ‘빅4’라고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1강 3약’이라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과연 승부는 여기서 끝나는 걸까. ‘파벌정치’라는 일본의 독특한 정치문화가 없다면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정치사를 들여다보면 총리는 실력자들 간의 밀실조정이나 파벌 간의 합종연횡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대중적 인기를 업고 총리가 된 인물은 고이즈미 총리를 포함해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결국은 차기 대권의 향배를 점치기 위해서는 자민당의 파벌세력 현황을 먼저 주목해야 하는 것이다.

자민당에는 총 9개의 파벌이 있다. 모리파가 80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쓰시마파 73명 △옛 호리우치파 48명 △야마사키파 37명 △옛 가메이파 15명 △고무라파 15명 △다니가키파 15명 △니카이그룹 14명 △고노그룹 11명 순이다. 모리파는 수적으로, 또한 고이즈미 총리의 출신 파벌이라는 점에서 질적으로도 다른 파벌에 비해 우위를 나타낸다.

‘빅4’ 중 아소와 다니가키는 각각 고노그룹과 다니가키파에 속해 있는데, 소속 파벌의 영향력은 미미하다. 반면 가장 유력한 후보인 아베는 최대 파벌인 모리파에 속해 있다. 문제는 후쿠다 관방장관도 같은 모리파라는 데 있다. 모리파로서는 후보 단일화에만 성공한다면 절대로 질 수 없는 ‘게임’이다. 하지만 아베와 후쿠다가 각각 제 갈 길을 가게 되면 파벌이 깨지고 다른 후보가 어부지리(漁父之利)를 챙길 가능성이 있다.

이 문제로 가장 골치가 아플 모리파의 보스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가 3월12일 TV에 나왔다. 재미있는 것은 다음 날 조간신문들의 보도였다.

라이벌 아베 vs 후쿠다 “또 붙었네”

후쿠다 다케오 전 총리(1997년 7월5일 별세), 아베 신타로 씨, ‘모리파’의 보스 모리 요시로 전 총리(왼쪽부터).

요미우리신문은 모리 전 총리가 ‘후쿠다 대망론=아베 온존론’을 주장했다고 보도했고, 산케이신문은 모리 전 총리가 기존의 아베 온존론에서 일변해 ‘아베의 출마에 대해 이해를 표시했다’는 기사를 실었다.

모리 전 총리의 같은 말을 두고 두 신문은 왜 정반대로 보도했을까. 이는 모리 전 총리의 말 자체가 애매했기 때문이다. 그의 말이 애매했던 것은 그의 속마음이 심각한 갈등에 휩싸였기 때문일 것이다. 아베와 후쿠다가 모두 자기 파벌에 속해 있다는 단순한 이유에서만은 아니다. 모리 전 총리에게 두 사람은 모두 똑같은 애정을 가지고 보살펴야 할 ‘주군의 아들’이기 때문이다.

모리파의 뿌리는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재임 기간 1957~60년)가 만든 기시파. 이 파벌을 후쿠다 다케오(福田赳夫) 전 총리(재임 기간 1976~78년)가 1962년 이어받았다가 86년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 씨에게 물려줬다. 하지만 파벌 안에서 후쿠다 전 총리의 영향력은 90년 정계를 은퇴할 때까지 지속된다. 파벌 보스직을 물려받았다고는 하나 사실상 그의 그늘에 가려 있던 아베 씨로선 껄끄러운 나날의 연속이었다.

당시 두 사람 간의 미묘한 관계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전한다. 아베파의 본거지이자 두 사람의 사무실은 도쿄 시내의 한 별채 2층에 있었다. 계단을 올라가면 아베 신타로의 사무실이 바로 보이고, 그곳을 지나 복도 안쪽에 후쿠다 전 총리의 사무실이 있었다. 후쿠다의 사무실을 찾는 의원 중에는 아베의 사무실을 그냥 지나치는 이도 많았다고 한다.

아베는 소장파가, 후쿠다는 노장파가 지지

이때 후쿠다와 아베가 적당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중간 역할을 한 중진의원이 4명 있었다. ‘사천왕’이라고 불리는 미쓰즈카 히로시(三塚博), 시오카와 마사주로(鹽川正十郞), 가토 무쓰키(加藤六月) 씨, 그리고 모리 전 수상이 그들이다. 아베 신타로가 총리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91년 작고한 뒤 아베파는 미쓰즈카파를 거쳐 모리파가 됐다.

이 ‘파벌사’에 등장하는 아베 신타로와 기시 전 총리는 아베 신조 관방장관의 아버지와 외할아버지다. 후쿠다 전 총리는 후쿠다 전 관방장관의 아버지다. 약간 미묘한 시기도 있었지만 아베 가문과 후쿠다 가문은 대체로 하나의 뿌리에서 올라온 두 개의 덩굴을 연상시키는 끈끈한 관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에게서 가문의 인연을 들어내고 나면 남는 것은 결코 섞일 수 없는 상반된 요소들뿐이다. 마치 물과 기름 같다.

첫째, 고이즈미 총리와의 관계다. 아베 관방장관과 고이즈미 총리의 관계는 각별하다. 망설이는 아베 장관을 등 떠밀어 출마를 권한 이도, 아베 온존론을 일축한 이도 고이즈미 총리다. 반면 고이즈미 총리와 후쿠다 전 관방장관은 좋은 사이라고 보기 힘들다. 지난해 10월 말 3차 고이즈미 내각이 출범할 때 빅4 중 후쿠다 전 장관만 제외된 사실을 봐도 알 수 있다.

둘째, 아시아 외교와 야스쿠니 신사참배에 대한 입장이다. 아베 장관은 “나라를 위해 순직한 분들을 기리는 것은 리더로서 당연한 일이다. 누가 총리가 돼도 그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후쿠다 전 장관은 야스쿠니 신사참배가 외교문제로 비화되지 않도록 대체 추도시설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셋째, 아베 장관과 후쿠다 전 장관을 지지하는 그룹이 전혀 다르다. 이는 두 사람의 나이와도 관계가 있다. 아베 장관은 51세, 후쿠다 전 장관은 69세다. 아베 장관은 자민당의 소장그룹과 중견그룹의 폭넓은 지지를 확보하고 있다. 반면 후쿠다 전 장관은 노장그룹이 밀고 있다. 특히 야마자키 다쿠(山崎拓) 전 자민당 부총재와 가토 고이치(加藤紘一) 자민당 전 간사장 등은 앞장서서 ‘후쿠다 대망론’을 외치고 있다. 젊은 아베 장관이 총리가 되면 노장그룹은 졸지에 ‘뒷방’으로 나앉아야 하는 처지가 되기 때문에 아베 장관에 대한 경계심이 강하다.

아베 장관의 굳히기냐, 후쿠다 전 장관의 뒤집기냐. 이를 단정하기에 남은 6개월은 너무 긴 시간이다.



주간동아 528호 (p62~63)

천광암 동아일보 도쿄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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