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28

2006.03.28

이직 때에는 경력 이득도 계산하라

  • 김현정 / 커리어디시젼 대표 hjkim@careerdecision.co.kr

    입력2006-03-22 17: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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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직 때에는 경력 이득도 계산하라
    우리 사회에서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진 이후 ‘경력 관리’란 말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IMF 전에는 한 회사에서 주어진 일을 하며 정년을 맞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경영환경 변화로 이런 삶은 공무원에게나 가능한 것이 됐다. 연봉제로 경쟁은 심화되고 상시 구조조정을 하는 회사가 늘어났다. 자신의 경력을 스스로 디자인하고,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자기 계발, 전직, 이직 등 경력 관리가 중요해졌지만 대부분 직장인은 자기 관리에 서툴다. 개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경력 관리의 필요성과 적용이 다르겠지만 사례를 통해 커리어 관리의 맥을 짚어본다.

    김 이사는 전자회사에서 잘나가는 해외 영업, 마케팅 전문가였다. 공대를 나와 기술 개발직으로 입사한 그는 활달한 성격과 원만한 대인관계로 사내 해외영업팀과 미국 주재원을 거쳤다. 성공적인 주재원 생활을 마친 뒤 그는 차장으로 한국에 복귀했다. 그러나 사무실이 답답하게 느껴졌고 미국 생활에 대한 향수까지 생기기 시작했다. 그는 호기심과 순간적 기분으로 이력서를 헤드헌터들에게 보냈다. 그처럼 화려한 경력을 가진 실무자급을 인력시장에서 가만히 둘 리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계 물류회사에서 부장 자리와 고액 연봉을 제시하며 러브콜을 보냈다. 그는 자신이 다니는 회사보다 지명도가 높고 한국에 새로 런칭하는 회사라는 점에 끌렸다. 한국과 미국에서 쌓은 인맥을 바탕으로 고객을 유치하면 몇 년 후 지사장도 될 수 있다는 말에 주변 사람들의 만류에도 사표를 쓰고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회사는 그가 생각하던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우선 그는 미국시장에 익숙한데 회사는 순수 국내 영업만 하는 외국계 회사라 그의 능력과 인맥이 그다지 빛을 발하지 못했다. 연봉은 높아졌으나 접대비가 없어 거래처 사람들과의 만남에 따른 비용을 본인이 지출, 금전적 손해도 적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회사가 시장성을 이유로 돌연 한국에서의 사업을 보류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쉽게 생각했던 전직이 돌이키기에는 너무 큰 강이 돼버린 것이다. 현재 그는 지인이 하는 소규모 마케팅 회사 이사 직함을 갖고 있지만 창업을 준비 중이다.

    경력사원의 경우 보통 작은 회사에서 큰 회사로, 전문성이 덜 요구되는 산업에서 특정 지식을 필요로 하는 곳으로의 이동은 쉽지가 않다. 도전과 용기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회사에 신중한 고려 없이 뛰어드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직 때에는 경력 이득도 계산하라
    김현정
    ●한양대 교육학과 졸업
    ●미국 미네소타대학 상담심리(경력상담) 전공, 석사
    ●삼성전자 본사 인사팀
    ●리헥트 헤리슨 커리어컨설턴트
    ●저서 ‘직장인의 운명 30대에 결정된다’ ‘거절 못하는 나는 분명 문제가 있다’ 등


    그는 어떤 선택을 해야 옳았을까? 그처럼 회사 내에서 키워진 경력은 회사 내에서 꽃피우는 것이 가장 좋다. 그 정도 경력이라면 임원 자리를 노리거나, 승진이 어렵다고 느낄 경우 동종 업계의 작은 업체로 옮기는 것이 경력을 살리는 길이다. 이직할 때에는 가능한 한 규모가 큰 곳이 유리하며, 임원직 혹은 임원 승진이 약속된 상태에서 자리를 옮겨 전문 경영인으로 커리어를 일궈가는 것이 좋다. 그렇게 되면 임원 상태에서 회사를 떠나더라도 다른 회사에 임원으로 갈 수 있다. 이런 커리어는 길게는 20년 이상 지속되기도 한다. 또한 외국 주재원 경력의 이점을 살려 외국계 기업과 국내 기업을 오가며 안정적인 커리어를 이어나갈 수도 있다. 이직 시에는 연봉이나 직급만 보면 안 된다. 회사의 성장성과 실제 본인이 얻을 수 있는 경력과 경제적인 이득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계산기를 두드려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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