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15

2003.12.25

“12년 만에 세계 챔피언 먹었어!”

조치훈 9단(백) : 박영훈 4단(흑)

  • 정용진/ Tygem 바둑웹진 이사

    입력2003-12-19 11: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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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년 만에 세계 챔피언 먹었어!”

    장면도

    투혼의 승부사 조치훈 9단이 12년 만에 세계대회에서 우승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경북 경산 영남대에서 치러진 제8회 삼성화재배 결승3번기에서 반상의 어린 왕자 박영훈(18) 4단을 2대 1로 꺾고 1991년 후지쓰배에서 첫 세계 챔피언에 오른 이래 그동안의 부진을 말끔히 씻어내며 생애 두 번째 세계 타이틀을 땄다. 조치훈 9단은 인터뷰에서 “오늘의 역전승은 운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지나고 나면 운명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승부다”라는 인상적인 우승 소감을 이야기했다.

    최종국은 장장 9시간에 걸친 대혈투였다. 결승 1국을 뺏겨 막판에 몰린 조치훈 9단은 벼랑일수록 더 강한 투지를 보이는 특유의 승부혼으로 막판 뒤집기에 성공했다. 는 폭파전문가 조치훈의 진면목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 실리를 당겨놓은 뒤 상변 흑진에 덤벙 뛰어들어 상대 진영을 초토화하는 전매특허를 들고 나왔다. 박영훈 4단이 이에 흑1로 날카롭게 도전, 다 잡겠다고 나섰을 때가 최대 승부처.

    “12년 만에 세계 챔피언 먹었어!”

    참고도

    이 상황에서 조치훈 9단은 무려 1시간의 장고 끝에 멋지게 수습하곤 주도권을 잡았다. 백2가 31분의 장고 끝에 나온 수. 그리고 10분 이상을 더 숙고한 백4가 예상을 뒤집은 결정적 수였다. 이 수는 악수의 의미가 있어 다들 의 백1을 생각했고, 그러면 백15까지 진행된 다음 A의 패다툼을 예상했다.

    실전 흑7은 뽑아든 칼. 몽땅 잡든지 최소한 밖으로 내몰든지…. 백12의 호구에 다시 28분을 썼다. 이 순간 조치훈 9단의 제한시간은 바닥이 났고 바로 초읽기 상황에 몰렸다. 흑도 13으로 넘어야 하는 게 가슴 아프다. 안으로 가둬 잡을 수 없어 밖으로 내몰기는 했으나 백20까지 진행되자 조치훈 9단의 타개가 성공한 모습이다. 마지막 주어진 기회라 생각하고 결전에 나선 백전노장 조치훈의 기합이 돋보인 한 판이었다. 220수 끝, 백 불계승.



    흑백19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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