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15

2003.12.25

척추 디스크 싸악 허리통증 ‘굿바이’

간편하고 흉터 없는 레이저 수술 명성 … 구급차에 실려왔다 걸어서 퇴원 감격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3-12-19 11: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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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척추 디스크 싸악 허리통증 ‘굿바이’

    레이저 척추수술을 하고 있는 혜민병원 부원장 겸 척추과학 센터 센터장 안계훈 박사(왼쪽).

    물리치료사 한모씨(32·전북 남원시)는 요즘 의술의 발전에 누구보다 감사하며 지낸다. 허리통증으로 한방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오던 그는 11월 중순 걷기조차 힘들 정도로 악화돼 서울 광진구 자양동 혜민병원으로 옮겨졌다. 꼼짝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구급차에 실려온 그는 이 병원 척추과학센터(센터장 안계훈 박사·이하 척추센터)에 들어간 지 2시간 만에 걸어서 퇴원했다.

    7000여 미세침습수술 국내 최고

    한씨의 병명은 ‘요추간판탈출증’, 흔히 말하는 척추디스크다. 요추 4번과 5번 사이의 디스크(간판) 수핵이 빠져나와 척추신경을 누르면서 극심한 통증을 일으킨 것. 예전 같으면 전신마취를 하고 등을 5cm 가량 절개해 삐져나온 수핵덩어리(디스크)를 손으로 직접 제거해야 했다. 때문에 수술 시간도 오래 걸리고, 수술 후 상처가 아물 때까지 일주일 이상 입원해야 했다. 하지만 이 병원 척추센터에서는 국소마취를 하고 5mm 정도만 절개한 뒤 6mm 굵기의 수술용 관과 내시경을 이용해 몸 안의 상처를 정확히 보면서 레이저와 고주파열로 수핵덩어리를 제거하는 방법으로 수술하고 있다. 상태에 따라 집게가 이용되기도 한다. 환자는 수술받는 동안 의사와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50여분의 수술 후 남은 상처는 단지 한 땀의 봉합 자국뿐. 이런 과정으로 수술을 받은 한씨는 수술 다음날부터 출근을 할 수 있었다. 한씨는 “전혀 움직이지 못해 구급차로 병원에 왔는데 수술받자마자 걸어서 나왔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며 “현재 생활하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혜민병원은 규모가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은 350병상의 종합병원이지만 척추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수술 잘하고 믿음이 가는 병원’으로 알려져 있다. 2000년 11월 개설한 ‘척추과학센터’에는 척추 관련 질환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전문의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특히 척추센터 안계훈 박사는 국내 최초로 1990년 초부터 미세침습수술을 시도했다. 특히 7000건 이상의 미세침습수술 중 레이저 디스크 척추수술 실적은 국내 최고를 자랑한다. 안박사가 밝히는 수술 성공률은 80~85%.

    척추 디스크 싸악 허리통증 ‘굿바이’

    혜민병원의 척추과학운동센터. 척추수술 전후 환자들은 이곳에서 물리치료와 재활치료를 받는다(왼쪽). 최근 리노베이션을 해 새롭게 단장한 혜민병원 전경.

    미세침습수술이란 수술이 불가피할 경우 정상 조직은 최대한 보존하면서 가능한 적게 찢고 적은 범위를 시술하는 ‘최소 상처 척추수술’을 가리키는 용어. 여기에 숙련된 의사의 실력이 더해지면 근육이나 뼈, 신경을 전혀 건드리지 않고 간편하게 수술이 이루어진다. 이중 레이저 척추수술은 전신마취를 하지 않고 피부를 5mm 정도 절개한 후 내시경으로 내부를 관찰하면서 진행하는 수술. 내시경으로 척수신경을 확인한 다음, 그 신경을 피해 삐져나온 디스크에 접근해야 하기 때문에 후방으로 굽어지는 집게, 직선 집게 등 첨단 기구들이 이용된다. 그 다음은 탈출한 디스크 수핵의 제거. 이때 이용되는 게 바로 레이저나 고주파다. 레이저는 삐져나온 수핵덩어리를 태우거나 파괴해 제거한다. 떨어진 조각들을 흡입기로 빨아내면 수술 끝.



    이 수술은 근육주사 정도의 불편함밖에 주지 않는 새로운 시술법. 흉터가 거의 생기지 않으며 주변 조직이나 인대, 뼈, 신경 등을 건드리지 않아 신경유착, 요통, 손발 저림 등 수술 후유증이 생길 염려가 거의 없다. 또 수혈이 필요하지 않아 에이즈나 간염 같은 수혈 합병증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전신마취를 하지 않고 국소마취를 하는 덕분에 노약자나 당뇨병 환자도 시술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그뿐 아니다. 수술 시간이 50여분에 불과하고 입원한 당일 또는 다음날 퇴원할 수 있어 진료비에 대한 부담도 줄어들고 일상생활로 돌아오는 시간도 절약된다. 한씨가 받았던 수술이 바로 이 레이저 척추수술이었다.

    레이저 척추수술은 ‘요추간판탈출증’ 이외에도 재발성 디스크, 디스크 내장증 등 난치성 디스크 환자에게도 적합하다. 비록 난이도가 높은 수술이지만 레이저 척추수술을 이용하면 척추관절이나 물렁뼈·신경 등에 손상을 주지 않기 때문에 입원기간이 길어야 이틀 정도다.

    척추관협착증이 동반된 디스크는 나이가 들면서 척추뼈가 내려앉아 신경다발을 압박하는 질환. 기존 수술 방법은 척추 안쪽의 신경을 들여다보기 위해 등을 5∼15cm 절개해야 했다. 또 칼이 척추의 안쪽으로 접근하기 위해 척추 후궁판이라는 뼈를 떼어내야 하고, 그 결과 불안정해진 척추를 보완하기 위해 인공 뼈를 나사못으로 고정해야 했다. 하지만 혜민병원 척추센터에서 사용하는 현미경 레이저 척추수술은 직경 1cm 정도의 관을 척추에 삽입하기 때문에 1.5~2cm만 절개하면 충분하다. 후궁판을 떼어낼 필요도 없다. 후궁판 사이의 틈새로 관을 집어넣어 1.5∼3mm 굵기의 광선을 쏘아 신경을 압박하는 뼈나 디스크 수핵을 태우거나 자동흡입기로 빨아낸다. 환자는 수술 후 다음날 퇴원할 수 있으며 수술 후유증이 거의 없다.

    하지만 안박사는 “척추수술은 척추질환 치료의 마지막 단계”라고 못박는다. 척추수술은 일반적으로 물리치료나 운동요법 같은 보존요법을 6~12주 정도 해도 질환이 개선되지 않는 경우에만 해야 한다. 3~4개월을 두고 보는 이유는 그 이상 디스크 수핵이 빠져나오는 것을 방치할 경우 척추신경의 압박과 손상이 심화돼 신경에 돌이킬 수 없는 변성이 생길 수 있기 때문. 척추신경 내부에 변성이 생기면 수술을 잘 받아 통증이 없어진 경우라도 이상한 감각이 남을 수 있다.

    인공관절·비만 등 전문클리닉 운영

    혜민병원은 척추수술 전문병원이지만 수술을 결정할 때까지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환자 한 명이 방문했는데도 그를 위해 척추센터뿐만 아니라 이 병원 다른 진료과 의사들까지 분주해진다. 척추센터 의료진은 물론 방사선과, 외과, 내과 등 관련 전문의가 모두 모여 수술 전 검사, 수술 여부, 수술방법, 예후 등을 놓고 논의하는 절차를 거치기 때문이다. 모든 스태프는 최종적으로 수술에 대한 결정을 앞두고 ‘이 수술을 받고 나면 환자 상태가 좋아질 것인가’, ‘내 가족이나 친척이라도 이 수술을 할 것인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수술이나 수술 후의 모든 과정에 협진이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안박사는 “척추질환 치료는 비행기 운항과 똑같다”며 “비행기가 이·착륙 및 비행하는 과정에서 관제탑, 조종사, 부조종사, 항법사 등 모든 분야 전문가의 협조가 필수적이듯 척추수술에서도 타과와의 공조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한 부분에서라도 실수가 생기면 사고로 연결될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다.

    한편 혜민병원에는 ‘척추과학센터’ 외에 ‘인공관절센터’와 ‘비만, 체형관리센터’ 등 각종 전문클리닉이 있다. 특히 최근 문을 연 비만, 체형관리센터는 ‘먹고 쉬고 자고 나면 살이 빠지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환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센터는 각종 부위별 비만으로 고민하는 환자들을 위해 초기진단에서부터 약물복용과 수면, 외과적 수술에 이르는 최종치료까지 의료진이 직접 참가해 확실하게 살을 빼고 아름다운 몸매를 만들어준다.

    이 병원의 또 다른 특징은 직원들이 매우 친절하고 열심히 간호한다는 점이다. 진료진의 친절의식 고취와 환자들의 편의를 위해 환자와 진료과의 각 과장 사이에 코디네이터를 두어 환자가 필요할 때 자신의 주치의에게 충분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혜민병원 김상태 이사장은 “혜민병원은 대학병원(3차병원)과의 협력병원 체계를 구축해 상호 의료정보를 공유하고 진료기관 간 역할 분담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민간 주도의 의료전달 체계를 확립하고 있다”며 “전문화와 함께 응급실을 활성화해 서울 동부지역의 응급환자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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