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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칼럼

공공의 과제 ‘소득파악’

  • < 안종범 / 성균관대 교수·경제학 >

공공의 과제 ‘소득파악’

공공의 과제 ‘소득파악’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자신이 자영업자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내고 있다는 강한 불만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자영업자들은 얼마나 세금을 덜 내고 있을까. 이를 알 수 있게 하는 객관적인 통계가 발표된 적은 없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자료 한두 가지로부터 그 심각성을 짐작할 수는 있다.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00년 기준으로 약 348만명의 자영업자 중 46%만 세금을 내고 있다. 나머지 54%는 면세점 이하자로서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4인 가족 기준 면세점이 연 460만원, 월 38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수치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 자영업자의 반 이상이 한 달에 38만원의 수입도 안 된다는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 결국 이 통계는 자영업자가 신고하는 소득이 실제보다 얼마나 적은지를 나타내주는 셈이다.

소득파악이 제대로 안 되어 생기는 문제는 비단 세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1999년 국민연금제도를 자영업자에게 확대 적용하면서부터는 근로자들의 불만이 세금뿐만 아니라 사회보험 분야에까지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재분배 기능이 강한 우리의 국민연금 제도하에서는 소득파악이 안 되어 저소득층으로 분류된 자영업자의 경우, 근로자보다 보험료는 덜 내고 연금 혜택은 더 많이 받는 모순이 존재한다. 자영업자의 약 70%가 근로자 평균소득(28등급) 미만으로 신고한다는 통계를 보더라도 근로자가 입는 손해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세금과 복지정책 수립 기초… 근본 대책 마련해야

더구나 소득파악 문제는 2000년 7월1일부터 시행된 의료보험의 통합 운영에서도 발생했다. 앞으로 지역의료보험과 직장의료보험의 재정이 통합되면 직장 가입자인 근로자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다.



2000년 10월부터 시행된 국민 기초생활 보장제도는 소득파악의 문제를 다시 공적 부조로까지 확대시켰다. 근로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도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수입에 의존하는 저소득층에게는 최저생계비가 보장될 수 있도록 생계 지원이 이루어질 예정이어서, 저소득층의 소득파악이 중요한 이슈로 등장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실제 소득보다 줄여 신고해 생계비 지원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받게 되면 결국 제대로 신고한 진짜 빈곤층은 희생될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이 소득파악 문제가 조세 분야에서 복지 분야에까지 확대된 현 시점에서는 하루빨리 소득파악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모든 소득파악의 의무와 권한을 국세청으로 집중시키는 것이 그 첫째 대책이다. 국세청보다 소득파악을 더 잘할 수 있는 기관은 없다. 국세청은 오랜 기간 엄청난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여 국세통합 전산망을 완성했다. 그리고 국세행정 조직을 세목별 조직에서 기능별 조직으로 바꾸었다. 세무조사를 제대로 하는데 꼭 필요한 조치였다. 이처럼 소득파악을 위한 모든 정보가 국세통합 전산망으로 집적되고 조사에 투입되는 인력과 기술이 조직개편으로 대폭 개선되었기에 소득파악에 관한 한 국세청에 맡겨야 한다.

둘째, 국세청은 소득파악 업무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사회보험의 부과와 징수 업무를 담당해야 한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그리고 산재보험 모두 보험료 부과와 징수의 주요 대상은 근로자다. 국민연금관리공단, 건강보험관리공단, 근로복지공단 등의 기구에서 별도로 보험료를 부과하고 징수하는 것보다는 국세청에서 매월 소득세 원천징수를 할 때 보험료를 거두고 이를 해당 공단에 전달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셋째, 사회보험 관리 및 운영 주체를 통합해 일명 ‘사회보장청’을 신설해야 한다. 부과와 징수는 국세청에서 담당하도록 하고 급여는 사회보장청에서 통합 관리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남편이 소속 직장에서 산업재해 발생으로 사망한 부인의 예를 들어보자. 현 체제대로라면 이 부인은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유족연금을 신청하고, 건강보험관리공단에서 사망급여를 신청한 뒤 다시 근로복지공단에 가 산재보험의 사망재해 신청을 해야 한다. 만약 사회보장청이 이를 통합 관리한다면 사회보험 급여를 일괄 처리할 수 있다. 세금과 복지는 이제 소득파악이라는 공통 과제를 안게 되었다. 소득파악이 안 되어 불공평해지거나 행정의 비효율이 문제 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겠다.



주간동아 333호 (p100~100)

< 안종범 / 성균관대 교수·경제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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