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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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 있기에 선동렬 야구 순항

  • 김성원 중앙일보 JES 기자 rough1975@hotmail.com

    입력2006-11-06 13: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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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25일 대전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삼성이 연장 12회 접전 끝에 한화를 4대 3으로 힘겹게 이긴 뒤 승리팀 감독 인터뷰가 진행됐다. 정말 궁금했다, 선동렬 삼성 감독이 이날 동점 2점 홈런을 맞고 무너진 마무리 오승환(24)에 대해 어떻게 얘기할지.

    선 감독은 “지나친 자신감 탓에 직구 승부를 하다가 얻어맞았다. 좋은 공부가 됐을 것이다. 나도 현역 때 단기전에서 좋지 않았다”면서 오승환을 감쌌다. 자신이 예전에 부진했던 얘기까지 꺼내면서 오승환을 챙긴 것이다.

    선 감독은 1991년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마무리로 등판, 빙그레 강석천에 역전 투런홈런을 맞았다. 선 감독의 이 피홈런과 오승환의 피홈런은 데자부를 연상케 할 만큼 닮아 호사가들의 안줏거리가 되기도 했다.

    선 감독은 독재자요, 독설가다. 불세출의 스타 출신인 데다 해태 시절 김응룡 감독, 일본 주니치 시절 호시노 감독 등 시대의 맹장 밑에서 선수로 뛰었기 때문에 선수들 눈치 보지 않고 할 말은 다 한다.

    선 감독은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패한 뒤 “브라운이 한심하게 초등학생도 칠 수 있는 공을 던졌다”, “심정수는 원래 수비를 못하는 선수인데 무엇을 기대하겠나”라는 등 쓴소리를 거침없이 내뱉기도 했다.



    이런 선 감독이 오승환만큼은 드러내놓고 편애하는 것이다. 선 감독은 오승환이 잘나갈 때는 날개를 달아주고, 상처를 입으면 품에 안아 따뜻하게 위로해주고 있다.

    선 감독은 지난해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에서 오승환이 세이브가 아닌 승리를 딸 수 있도록 배려해 등판시켰다. 결국 오승환은 승리투수가 되면서 10승-10세이브-10홀드를 기록하며 전례 없는 ‘트리플더블’을 달성했고, 승률왕에 올랐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때 선 감독은 오승환이 한국시리즈 MVP를 수상하게끔 기자들을 상대로 언론플레이를 하기도 했다. 올해도 마찬가지. 승부와 관계없는 시즌 마지막 경기에 오승환을 마운드에 올려 아시아 세이브신기록(47개)을 세우도록 도왔다.

    선동렬 야구가 오늘의 모습이 된 건 8할이 오승환 덕이다. 선 감독은 지난해 감독에 취임하자마자 화력 위주의 팀컬러를 마운드 중심으로 개편했고, 그 중심에 오승환을 배치했다. 선 감독은 5회 이후 1점이라도 리드를 잡으면 투수들을 퍼부은 뒤 8회 또는 9회에 특급 마무리 오승환을 낸다. 오승환이 승리를 지킬 확률은 90%가 넘는다. 오승환을 축으로 전략을 짜면 만사 오케이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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