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미켈란젤로, 찰리 채플린, 오프라 윈프리, 필 미켈슨…. 이들의 공통점은? 첫째 유명인사이고, 둘째 왼손잡이다. 이들의 면면을 보고 사람들은 왼손잡이 가운데 뛰어난 인물이 많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꼭 그렇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세계적으로 왼손잡이 인구가 10~12%이므로, 인구 비례를 감안할 때 이 정도의 왼손잡이 유명인사가 탄생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 확실한 것은, 야구선수 중에는 뛰어난 왼손잡이가 상당히 많다는 점이다. 베이브 루스, 랜디 존슨, 배리 본즈, 왕정치, 이승엽, 류현진….
이 책 저자인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올먼 역시 왼손잡이다. 그는 왼손잡이로서 대단한 긍지를 가진 사람이다. 그런데 달리 생각해보면, 왼손잡이로서 겪은 편견과 차별이 왼손잡이로서의 긍지를 부추긴 것은 아닐까. 올먼은 왼손잡이의 ‘거의 모든 역사’를 찾기 위해 세계 여러 나라를 다녔다. 왼손잡이 전사를 위해 설계된 스코틀랜드의 성을 탐사했고, 왼손잡이 진화의 신비와 관련된 열쇠를 쥔 침팬지에 대해 자세히 알기 위해 애틀랜타에서 영장류 동물학자를 만나기도 했다.
아주 오래전부터 왼손은 기피 대상이었다. 서양에서 특히 심했는데 왼손잡이는 악마, 숭배, 사탄, 신과 상반되는 최악의 존재 등과 관련 있었다. 가톨릭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왼손잡이는 ‘짐승의 흔적’이라 가르쳤고, 에스키모들은 왼손잡이는 모두 샤먼이라고 믿었다. 아직도 인도 등지에서는 오른손을 밥 먹는 손, 왼손을 뒤 훔치는 손으로 사용한다.
올먼은 왼손잡이에 대한 나쁜 생각이 언제부터, 어떻게 시작됐는지에도 주목했다. 한 독일 인류학자의 연구를 예로 들었는데, 동쪽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그 경로를 따라가다 보면 태양은 관찰자의 오른편(북반구에 있는 사람들의 경우)에 위치한다. 이로 인해 숭배 대상인 태양이 있는 오른쪽을 자연스럽게 우선시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믿거나 말거나’ 식의 황당한 논리다.
올먼은 왼손잡이와 관련된 사람들도 소개했다. 포틀랜드에서는 왼손잡이와 관련된 모든 것을 높게 평가하는 ‘레프트핸드 패스(Left Hand Path)’라는 집단을 만났고, 일본에서는 일본 왼손잡이 골퍼협회 회원들과 라운딩을 했다. 참 별난 협회도 다 있다 싶었는데, 이 협회 주최 골프대회에 300명 넘는 아마추어 골퍼들이 참가했다고 하니 ‘별볼일 없는’ 단체는 아닌 듯하다.
최근 들어 왼손잡이 예찬론을 펼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미국 라파예트대학의 크리스토퍼 루벡 경제학 교수는 “왼손잡이 남자가 오른손잡이 남자보다 돈을 훨씬 잘 번다”고 했고, 세계적인 프리에이전트 다니엘 핑크는 “앞으로는 우뇌형 사고에 뛰어난 사람(왼손잡이는 우뇌가 발달했다)이 세상의 주역이 될 것”이라고 했다.
올먼은 이 책을 통해 왼손잡이에 대한 오해를 푸는 것을 넘어 왼손잡이 예찬을 펼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의 제목은 너무 거창하다. 왼손잡이가 세상을 바꾼다니…. 물론 세상을 바꾸는 왼손잡이도 있겠지만, 오른손잡이가 세상을 바꿀 확률이 훨씬 더 높다. 이 책을 통해 왼손잡이에 대한 잘못된 생각만 바꿔도 소기의 목적은 이룰 듯싶다.
데이비드 올먼 지음/ 신현승 옮김/ 황금나침반 펴냄/ 272쪽/ 1만원
이 책 저자인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올먼 역시 왼손잡이다. 그는 왼손잡이로서 대단한 긍지를 가진 사람이다. 그런데 달리 생각해보면, 왼손잡이로서 겪은 편견과 차별이 왼손잡이로서의 긍지를 부추긴 것은 아닐까. 올먼은 왼손잡이의 ‘거의 모든 역사’를 찾기 위해 세계 여러 나라를 다녔다. 왼손잡이 전사를 위해 설계된 스코틀랜드의 성을 탐사했고, 왼손잡이 진화의 신비와 관련된 열쇠를 쥔 침팬지에 대해 자세히 알기 위해 애틀랜타에서 영장류 동물학자를 만나기도 했다.
아주 오래전부터 왼손은 기피 대상이었다. 서양에서 특히 심했는데 왼손잡이는 악마, 숭배, 사탄, 신과 상반되는 최악의 존재 등과 관련 있었다. 가톨릭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왼손잡이는 ‘짐승의 흔적’이라 가르쳤고, 에스키모들은 왼손잡이는 모두 샤먼이라고 믿었다. 아직도 인도 등지에서는 오른손을 밥 먹는 손, 왼손을 뒤 훔치는 손으로 사용한다.
올먼은 왼손잡이에 대한 나쁜 생각이 언제부터, 어떻게 시작됐는지에도 주목했다. 한 독일 인류학자의 연구를 예로 들었는데, 동쪽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그 경로를 따라가다 보면 태양은 관찰자의 오른편(북반구에 있는 사람들의 경우)에 위치한다. 이로 인해 숭배 대상인 태양이 있는 오른쪽을 자연스럽게 우선시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믿거나 말거나’ 식의 황당한 논리다.
올먼은 왼손잡이와 관련된 사람들도 소개했다. 포틀랜드에서는 왼손잡이와 관련된 모든 것을 높게 평가하는 ‘레프트핸드 패스(Left Hand Path)’라는 집단을 만났고, 일본에서는 일본 왼손잡이 골퍼협회 회원들과 라운딩을 했다. 참 별난 협회도 다 있다 싶었는데, 이 협회 주최 골프대회에 300명 넘는 아마추어 골퍼들이 참가했다고 하니 ‘별볼일 없는’ 단체는 아닌 듯하다.
최근 들어 왼손잡이 예찬론을 펼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미국 라파예트대학의 크리스토퍼 루벡 경제학 교수는 “왼손잡이 남자가 오른손잡이 남자보다 돈을 훨씬 잘 번다”고 했고, 세계적인 프리에이전트 다니엘 핑크는 “앞으로는 우뇌형 사고에 뛰어난 사람(왼손잡이는 우뇌가 발달했다)이 세상의 주역이 될 것”이라고 했다.
올먼은 이 책을 통해 왼손잡이에 대한 오해를 푸는 것을 넘어 왼손잡이 예찬을 펼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의 제목은 너무 거창하다. 왼손잡이가 세상을 바꾼다니…. 물론 세상을 바꾸는 왼손잡이도 있겠지만, 오른손잡이가 세상을 바꿀 확률이 훨씬 더 높다. 이 책을 통해 왼손잡이에 대한 잘못된 생각만 바꿔도 소기의 목적은 이룰 듯싶다.
데이비드 올먼 지음/ 신현승 옮김/ 황금나침반 펴냄/ 272쪽/ 1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