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군 백암면 드라마 `주몽` 촬영세트장(왼쪽)과 주몽 역을 맡은 송일국.
이 드라마의 중심에 배우 송일국이 있다. 송일국은 ‘주몽’의 역할을 누구보다도 완벽하게 소화하며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를 위해 만든 드라마가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로 그의 연기는 ‘물이 올라’ 있다.
송일국은 이 드라마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주몽’에 자신이 출연하는 것은 ‘운명적인 일’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바로 외증조 할아버지인 김좌진 장군의 영향 때문이라는 것. 운명적인 캐스팅이라고 설명하는 그의 기억은 지난해 겨울로 거슬러 올라간다.
“외증조 할아버지인 김좌진 장군의 기념사업에 참여하고 계신 어머니, 국가보훈처 관계자들과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이린(海林)시에 개관한 ‘한중 우의공원’을 방문했어요. 기념식이 끝나고 기념품 상점에 들렀다가 우연히 활이 눈에 들어와 구입했는데, 귀국하자마자 바로 ‘주몽’ 출연 제의가 들어왔습니다.”
활을 잘 쏘는 사람이란 의미의 ‘주몽’과 자신이 활을 사게 된 일의 인연이 결코 예사롭지 않다고 말하는 그는 “‘주몽’ 출연은 외증조부(김좌진 장군)의 뜻이라고 생각한다. 어머니(김을동)도 이 역할을 맡게 돼 좋아하신다”며 흡족해했다.
하지만 이번 역을 맡으며 송일국은 한편으론 조심스러웠다. 자신이 지난해 주한 중국대사관으로부터 ‘중국 명예 홍보대사’로 임명됐기 때문. 그는 중국 홍보대사라는 위치와는 상반되는 드라마 속 모습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그러나 그렇게 살얼음판을 걷듯 조심스럽게, 그리고 운명적(?)으로 시작한 ‘주몽’에 대한 시청자 반응은 대단했고, 결과적으로 송일국은 MBC가 드라마 왕국으로 다시 일어서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송일국의 남다른 노력도 드라마 성공에 한몫했다는 후문이다. 송일국은 극중 어머니로 등장하는 유화부인 역의 오연수와 모자지간 연기를 매끄럽게 하려고 턱수염을 영구 제모하는 수술까지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의학적으로 남성 턱수염을 영구 제모하기는 힘들지만 상당기간 수염이 더디 자라게 하는 억지력은 충분하다.
송일국은 평소 말이 없고 진중하다. 인터뷰할 때도 워낙 말이 느리고 조심스러운 데다 신중해서 인터뷰어는 답답함을 토로하기 일쑤. 하지만 오래 생각하고 나직이 얘기하는 그의 말은 울림이 강하다.
최근 방송 40회를 넘긴 ‘주몽’의 촬영이 한창인 전라남도 나주 세트장을 찾았다. 송일국은 주 5일 이상을 이곳 벌판과 세트장에서 오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2시까지 촬영에 임하고 있다. 드라마 초기보다 여유가 생겼는지 기자가 있는 천막으로 말을 타고 오는 모습이 익숙하게 느껴진다.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질주했다가 한 번에 멈추는 묘기(?)는 완숙미가 느껴질 정도. 그러나 늘어난 승마 실력과는 다르게 그는 여전히 신중하고 차분히 인터뷰에 응했다.
“지금도 ‘주몽’과의 만남을 운명적이라고 생각하는 데는 변함이 없습니다. 외증조 할아버지께서 저에게 이렇게 하라고 하신 것 같습니다. 제가 드라마에서 핍박받을 때는 기분이 가라앉고 힘이 빠져요. 그러나 이제 고구려 건국을 위해 준비하는 상황이 되니 다시 힘이 솟네요. 거의 ‘주몽’처럼 됐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