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컵 스페인과의 8강전이 벌어지던 날 중국 선전을 가기 위해 두 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홍콩에서 내렸다. 홍콩 흉홈(Hung Hom)역에서 중국 선전에 가까운 종점 뤄후(Luo Hu)역까지는 우리 지하철과 매우 흡사한 구광철도(KCR)로 40분 정도. 분명 홍콩은 1997년에 중국에 반환됐지만 선전으로 가려면 여전히 외국에 입국하듯, 여권과 중국 비자를 준비하고 세관을 통과해야 한다. ‘50년 동안 자유경제체제를 유지한다’는 영국과 중국 간의 약속에 따른 것. 이곳은 관광객뿐 아니라 선전과 홍콩을 오가며 출퇴근하는 사람들로 늘 북적댄다. 홍콩의 출경(出境) 카운터를 지나 세관을 통과한 뒤 나타나는 다리를 건너면 국경을 넘어가는 셈이다.

민속문화촌·금수중화 가볼 만
본격적인 관광은 뤄후역에서 자동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화교성(華僑城)에서 시작된다. 중국 소수민족의 생활상을 그대로 펼쳐놓은 중국민속문화촌과 드넓은 중국대륙의 명물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소인국 금수중화(錦繡中華)가 이웃해 있다. 1991년에 개장한 민속촌은 22만2000m2에 21개 민족, 24개 마을을 실물 크기로 그대로 재현하고, 해당 소수민족이 안내를 맡는다.

그러나 중국민속문화촌의 백미는 단연 야간에 실내와 실외에서 연속적으로 펼쳐지는 두 편의 공연이다. 중국 전통의상과 소수민족의 복식문화를 재현한 실내공연은 대규모 패션쇼와 무용, 곡예, 연극이 접목된 환상적인 종합예술이다. 평균 170cm 이상의 늘씬한 미인들이 매번 화려한 복장으로 온몸을 휘감은 채 새침한 몸짓으로 무대에 등장할 때마다 중국인은 물론 외국인 관객들도 황홀감에 몸서리칠 정도. 한 시간 가까이 진행되는 공연의 마무리가 아쉽게 느껴질 만큼 이 공연에서 완성도가 느껴지는 것은 출연자 전원이 소수민족예술대학에서 선발된 사람들로 이뤄져 있기 때문. 빼어난 미모에 타고난 민족성과 훈련된 실력까지 겸비하고 있다. 게다가 매년 공연 내용과 의상을 고치고 다듬어 업그레이드한다.
화려한 의상쇼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사람들은 야외공연장으로 몰려가 자리를 잡는다. 공연장에 들어서며 가이드가 “이곳에서 인해전술의 진가를 볼 수 있다”고 귀띔했건만 공연이 시작되자 관객석과 마주보는 계단식 무대와 공연장 양 입구에서 밀물처럼 밀려드는 출연자들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대륙과 어울리지 않을 듯한 검은 피부를 하고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춤추는 소수민족 와족과 아라비안나이트의 주인공 같은 위구르족에 이어 긴 나무다리에 올라서 익살스런 표정을 짓는 사람들, 바로 코앞에서 가면을 바꾸는 경극, 양귀비를 비롯한 중국의 역대 미인 등 중국을 대표하는 민족과 풍물을 한자리에 모아 눈을 깜박일 수 없을 만큼 정신없이 볼거리를 쏟아낸다. 한 공연에 등장하는 인원이 500명이라니, 중국의 거대한 규모와 인력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민속촌과 이웃해 있는 금수중화는 80개가 넘는 중국의 명승지를 축소해 놓은 대규모의 소인국이다. 쯔진청의 구룡벽을 시작으로 중국의 3대 석굴인 막고굴, 용문석굴, 운강석굴을 비롯해 낙산대불, 두보초당, 소림사, 이화원, 만리장성, 진시황릉 등을 실제와 동일한 재료를 사용해 세심하게 만들어 반나절 만에 중국대륙 전역을 돌아보는 셈이다. 2km로 축소한 만리장성과 저마다 표정이 다른 진시황릉의 기사들, 그리고 거대한 쯔진청은 사람이 옆에 서 크기를 비교하지 않는 한 사진에 담으면 눈속임하기 좋을 만큼 정교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