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모레가 K-리그 개막인데 이제 와서 갑자기 단장들을 오라가라 하면 어떻게 합니까? 차관님 일정 비어 있는 건 중요하고 정작 눈앞에 닥친 K-리그 준비하는 건 소홀히 해도 된다는 말입니까?”
프로축구계가 7월7일 개막하는 K-리그 준비에 여념이 없던 지난 3일 한국프로축구연맹 사무실. 문화관광부에서 윤형규 차관과 10개 구단 단장들과의 간담회를 5일 개최하기로 하고 ,연맹측에 단장들을 소집해 달라고 급작스레 협조를 구하자, 연맹 관계자는 대뜸 신경질적인 반응부터 보였다. 문광부 관료들 일정에 맞춰 구단 관계자들을 급히 소집했다가 별다른 선물 보따리도 없이 점심만 먹고 헤어지면 도리어 연맹측이 욕만 얻어먹는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여태까지 정부가 프로축구를 위해 뭘 도와준 게 있다고 지금 와서 야단법석을 떠는지 모르겠다”며 연신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월드컵 4강 신화를 이어가기 위해 정부가 각종 ‘포스트 월드컵’ 대책을 쏟아놓고 있는 가운데 정작 가장 반색해야 할 축구계는 오히려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프로축구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그동안 축구계가 꾸준히 요청해 왔던 세제 혜택, TV 중계시 자막광고 허용 등을 외면해 왔던 정부가 월드컵 열기를 타고 생색만 내려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도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것이거나 이미 확정된 것을 재탕삼탕 내놓았다는 것.
문화관광부는 지난 7월4일 이한동 총리 주재로 열린 포스트 월드컵 관계장관회의에서 월드컵 4강 신화를 축구산업 발전으로 이어간다는 목표 아래 △2005년까지 프로구단 6개 창단 △한 중일 우수 클럽 대항전 신설 △유소년 대표 상비군 운영 등의 축구 활성화 대책을 내놓았다.
가입금 액수 커 팀 창단 걸림돌
이에 따라 몇몇 기업이 연고지를 중심으로 프로구단 창단 검토작업에 들어갔으며 현재 국민은행이나 KT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프로축구 관계자들은 구단 운영에 드는 막대한 비용과 만성 적자를 이유로 들며 신규 창단이 결코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김원동 사무국장은 “잉글랜드의 베컴을 배출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우 연간 순이익만 약 2000억원에 이르는데 우리 형편과 비교가 되겠느냐”며 “최소 50억원 이상씩 매년 적자를 내고 있는 구단 운영을 정상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시에서 운영하는 체육기금 출연이나 시민주주 참여 방식 등도 검토됐으나 시의회의 반대 등에 부딪혀 번번이 무산된 적이 있다. 성남일화 박규남 단장도 “대부분 구단들은 연간 60억∼70억원을 운영경비로 쏟아부으면서 적자 투성이 운영을 하는데도 정부는 구단 운영을 기업의 사회환원이라고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박단장 역시 “한중일 리그보다 시급한 것은 국내 프로리그를 육성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신설 구단을 둘러싼 관심의 핵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 연고구단의 경우 창단비용이 400억원에 이르는 점을 감안할 때 쉽지만은 않으리라는 분석이다. 이처럼 창단비용이 큰 것은 상암경기장 건설 당시 대한축구협회가 부담하기로 한 250억원 가입금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 따라서 서울구단을 창단하겠다고 나서는 기업이 생겨난다 하더라도 250억원 가입금 면제나 축소 문제가 뜨거운 현안으로 남을 전망이다.
재경부에서 일찌감치 포스트 월드컵 대책으로 내놓은 한중일 리그 구상 역시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을 듣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경기장 활용방안의 하나로 한중일 리그 구상을 내놓았지만 각국의 리그 방식, 구단 수, 경기 수 등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이를 통합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축구 칼럼니스트인 숭실대 장원재 교수는 한중일 리그 구상을 아예 국제 축구계의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의 표본이라고 폄훼했다. 장교수는 “유럽에서 몇 년 전 유러피언 슈퍼리그를 추진하다가 FIFA의 반발에 밀려 뜻을 이루지 못했던 것처럼 한중일 리그 역시 FIFA의 승인 없이는 단순한 친선경기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FIFA는 물론 아시아축구연맹(AFC) 등 국제 축구계를 주무르는 권력기구들이 독자세력 형성의 빌미가 될 수 있는 지역리그를 용인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분석이다.
또 한중일 통합리그가 아닌 챔피언전 형식의 친선경기는 정부가 이번에 새롭게 내놓은 대책이 아니라 이미 3국 프로축구 관계자들이 합의해 놓은 사항이다. 한중일 3국 프로리그 관계자들은 이미 지난해 초부터 네 차례에 걸쳐 실무협의를 가진 끝에 지난해 12월, 3국간 챔피언 결정전 개최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내년 2월이면 3개국 프로리그 우승팀과 개최국 2위팀 등 4개 팀이 출전하는 1회 대회가 일본에서 열릴 예정.
한편 한중일 게임이라는 이벤트는 만들어놓았다고 하더라도 정작 경기 내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부천 SK구단 고위 관계자는 “국내 프로축구 선수들의 경우 정규 리그뿐만 아니라 아디다스컵, FA컵 일정 등으로 인해 지나치게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게다가 한중일 챔피언전이 열리기로 되어 있는 2월은 연봉협상 기간, 전지훈련 일정 등이 겹쳐서 수준 높은 경기가 펼쳐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내 리그 일정 빡빡… 경기력 저하 부추겨
한 구단 관계자는 “일단 구단을 만들어놓으면 계속 돈만 까먹는 한이 있더라도 연고지 소비자들의 비난이 무서워서라도 발을 뺀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부산 대우 로열즈가 모기업의 부실 누적으로 제3자에 매각된 바 있으며 천안 일화의 경우 지난 2000년 운동장 사정으로 연고지를 성남으로 옮기기도 했다. 그러나 연고지를 옮기거나 구단을 매각할 때마다 연고지 관중이나 소비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로 인해 구단들은 곤욕을 치러왔다.
‘포스트 월드컵’ 대책을 놓고 프로축구계에서 이런저런 불만이 터져나오는 데 대해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유럽의 대부분 국가리그가 18∼20개팀으로 이뤄져 있고 일본의 J-리그 역시 1부리그의 경우 16개팀으로 구성된 점을 보더라도 우리 역시 최소한 16개 정도는 돼야 하지 않겠느냐는 판단에서 ‘6개 구단 추가 창단’이라는 지향점을 제시한 것”이라며 “프로구단을 추가로 창단하는 데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느냐”고 한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정작 프로구단 추가 창단 등 포스트 월드컵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프로구단 관계자들과 아무런 협의나 의견 수렴 절차도 없었던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 대책이 아무리 번지르르해도 추진력을 갖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정부가 다 차려놓은 상에 숟가락만 얹어놓으려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며 비난했다.
프로축구계가 7월7일 개막하는 K-리그 준비에 여념이 없던 지난 3일 한국프로축구연맹 사무실. 문화관광부에서 윤형규 차관과 10개 구단 단장들과의 간담회를 5일 개최하기로 하고 ,연맹측에 단장들을 소집해 달라고 급작스레 협조를 구하자, 연맹 관계자는 대뜸 신경질적인 반응부터 보였다. 문광부 관료들 일정에 맞춰 구단 관계자들을 급히 소집했다가 별다른 선물 보따리도 없이 점심만 먹고 헤어지면 도리어 연맹측이 욕만 얻어먹는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여태까지 정부가 프로축구를 위해 뭘 도와준 게 있다고 지금 와서 야단법석을 떠는지 모르겠다”며 연신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월드컵 4강 신화를 이어가기 위해 정부가 각종 ‘포스트 월드컵’ 대책을 쏟아놓고 있는 가운데 정작 가장 반색해야 할 축구계는 오히려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프로축구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그동안 축구계가 꾸준히 요청해 왔던 세제 혜택, TV 중계시 자막광고 허용 등을 외면해 왔던 정부가 월드컵 열기를 타고 생색만 내려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도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것이거나 이미 확정된 것을 재탕삼탕 내놓았다는 것.
문화관광부는 지난 7월4일 이한동 총리 주재로 열린 포스트 월드컵 관계장관회의에서 월드컵 4강 신화를 축구산업 발전으로 이어간다는 목표 아래 △2005년까지 프로구단 6개 창단 △한 중일 우수 클럽 대항전 신설 △유소년 대표 상비군 운영 등의 축구 활성화 대책을 내놓았다.
가입금 액수 커 팀 창단 걸림돌
이에 따라 몇몇 기업이 연고지를 중심으로 프로구단 창단 검토작업에 들어갔으며 현재 국민은행이나 KT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프로축구 관계자들은 구단 운영에 드는 막대한 비용과 만성 적자를 이유로 들며 신규 창단이 결코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김원동 사무국장은 “잉글랜드의 베컴을 배출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우 연간 순이익만 약 2000억원에 이르는데 우리 형편과 비교가 되겠느냐”며 “최소 50억원 이상씩 매년 적자를 내고 있는 구단 운영을 정상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시에서 운영하는 체육기금 출연이나 시민주주 참여 방식 등도 검토됐으나 시의회의 반대 등에 부딪혀 번번이 무산된 적이 있다. 성남일화 박규남 단장도 “대부분 구단들은 연간 60억∼70억원을 운영경비로 쏟아부으면서 적자 투성이 운영을 하는데도 정부는 구단 운영을 기업의 사회환원이라고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박단장 역시 “한중일 리그보다 시급한 것은 국내 프로리그를 육성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신설 구단을 둘러싼 관심의 핵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 연고구단의 경우 창단비용이 400억원에 이르는 점을 감안할 때 쉽지만은 않으리라는 분석이다. 이처럼 창단비용이 큰 것은 상암경기장 건설 당시 대한축구협회가 부담하기로 한 250억원 가입금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 따라서 서울구단을 창단하겠다고 나서는 기업이 생겨난다 하더라도 250억원 가입금 면제나 축소 문제가 뜨거운 현안으로 남을 전망이다.
재경부에서 일찌감치 포스트 월드컵 대책으로 내놓은 한중일 리그 구상 역시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을 듣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경기장 활용방안의 하나로 한중일 리그 구상을 내놓았지만 각국의 리그 방식, 구단 수, 경기 수 등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이를 통합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축구 칼럼니스트인 숭실대 장원재 교수는 한중일 리그 구상을 아예 국제 축구계의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의 표본이라고 폄훼했다. 장교수는 “유럽에서 몇 년 전 유러피언 슈퍼리그를 추진하다가 FIFA의 반발에 밀려 뜻을 이루지 못했던 것처럼 한중일 리그 역시 FIFA의 승인 없이는 단순한 친선경기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FIFA는 물론 아시아축구연맹(AFC) 등 국제 축구계를 주무르는 권력기구들이 독자세력 형성의 빌미가 될 수 있는 지역리그를 용인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분석이다.
또 한중일 통합리그가 아닌 챔피언전 형식의 친선경기는 정부가 이번에 새롭게 내놓은 대책이 아니라 이미 3국 프로축구 관계자들이 합의해 놓은 사항이다. 한중일 3국 프로리그 관계자들은 이미 지난해 초부터 네 차례에 걸쳐 실무협의를 가진 끝에 지난해 12월, 3국간 챔피언 결정전 개최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내년 2월이면 3개국 프로리그 우승팀과 개최국 2위팀 등 4개 팀이 출전하는 1회 대회가 일본에서 열릴 예정.
한편 한중일 게임이라는 이벤트는 만들어놓았다고 하더라도 정작 경기 내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부천 SK구단 고위 관계자는 “국내 프로축구 선수들의 경우 정규 리그뿐만 아니라 아디다스컵, FA컵 일정 등으로 인해 지나치게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게다가 한중일 챔피언전이 열리기로 되어 있는 2월은 연봉협상 기간, 전지훈련 일정 등이 겹쳐서 수준 높은 경기가 펼쳐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내 리그 일정 빡빡… 경기력 저하 부추겨
한 구단 관계자는 “일단 구단을 만들어놓으면 계속 돈만 까먹는 한이 있더라도 연고지 소비자들의 비난이 무서워서라도 발을 뺀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부산 대우 로열즈가 모기업의 부실 누적으로 제3자에 매각된 바 있으며 천안 일화의 경우 지난 2000년 운동장 사정으로 연고지를 성남으로 옮기기도 했다. 그러나 연고지를 옮기거나 구단을 매각할 때마다 연고지 관중이나 소비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로 인해 구단들은 곤욕을 치러왔다.
‘포스트 월드컵’ 대책을 놓고 프로축구계에서 이런저런 불만이 터져나오는 데 대해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유럽의 대부분 국가리그가 18∼20개팀으로 이뤄져 있고 일본의 J-리그 역시 1부리그의 경우 16개팀으로 구성된 점을 보더라도 우리 역시 최소한 16개 정도는 돼야 하지 않겠느냐는 판단에서 ‘6개 구단 추가 창단’이라는 지향점을 제시한 것”이라며 “프로구단을 추가로 창단하는 데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느냐”고 한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정작 프로구단 추가 창단 등 포스트 월드컵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프로구단 관계자들과 아무런 협의나 의견 수렴 절차도 없었던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 대책이 아무리 번지르르해도 추진력을 갖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정부가 다 차려놓은 상에 숟가락만 얹어놓으려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며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