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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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곧 자신” 설득 땐 야근도 말 없이 한다

‘21세기형 인간’과 일하는 법

  • 김한솔 IGM(세계경영연구원) 책임연구원hskim@igm.or.kr

    입력2011-06-27 09: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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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이 곧 자신” 설득 땐 야근도 말 없이 한다

    ‘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즘 세대에게 ‘가치’있는 일을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방 과장은 내일로 다가온 제안서 마무리 때문에 마음이 바쁘다. 오늘의 야근 파트너는 입사한 지 4개월 된 막내사원 강호 씨.

    “강호 씨, 저녁부터 먹읍시다. 뭐 먹고 싶어? 맛있는 걸로 사줄게.”

    야근하려면 충전이 중요하다며 자리에서 일어서는 방 과장. 그런데 강호 씨가 다가와 말한다.

    “과장님, 오늘 꼭 야근해야 하나요? 지난주부터 수요일에 모임 있다고 말씀 드렸는데….”

    그 순간 방 과장은 자신의 귀를 의심할 수밖에. 상사가 야근을 해야 한다는데 먼저 ‘칼같이’ 퇴근하겠다니! 사실 방 과장은 강호 씨의 태도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오갈 때마다 보이는 강호 씨의 컴퓨터 모니터엔 항상 2~3개의 메신저 채팅 창이 떠 있다. 이뿐 아니다. 틈만 나면 스마트폰을 붙들고 뭔가에 몰두해 있다. ‘회사 생활이 처음이니 적응이 쉽지 않겠지’라고 좋게 생각하며 넘겨왔다. 그런데 이제 야근도 안 하겠다니….



    “강호씨, 조직 생활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업무시간 중에 채팅하고, 스마트폰으로 딴짓하고, 그런 건 다 이해하겠어. 하지만 야근까지 안 하겠다는 건 욕심 아닌가?”

    방 과장의 말을 이해했는지 아무 말 없이 따라나서는 강호 씨. 그 바람에 오늘 야근은 조용하다. 그리고 아주 썰렁하다.

    업무로 인한 야근. 방 과장에게는 당연한 일이 왜 부하직원인 강호 씨에게는 그렇지 않을까. 이를 이해하려면 ‘세대’를 알아야 한다. 조직엔 6·25전쟁을 겪은 전후세대, 베이비붐 세대는 물론 386으로 대표되는 민주화세대, X세대 등이 뒤섞여 있다. 여기에 요즘 상사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세대가 나타났다. Y세대, N세대, G세대 등 부르는 말도 다양한 ‘21세기형 인간’. 이들의 특성은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다. 왜? 개성이 너무 뚜렷하니까.

    하지만 기성세대는 이들을 이해해야 한다. 5년만 지나면 이들이 조직구성원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뭘까. 방 과장의 사례에서 그 팁을 찾아보자. 강호 씨에겐 “야근하자”는 방 과장의 말보다 ‘모임’이라는 자신의 약속이 더 중요하다. 다시 말해 21세기형 인간에겐 항상 ‘나’가 중심에 있다. 중요한 건 이들에게 ‘업무가 곧 나’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일이다. 그 방법이 뭘까.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은 자기가 하는 일이 ‘가치 있는 일’임을 인식시켜주는 것이다. 이들은 단지 돈 때문에 일하지 않는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자. “더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라면 임금이 줄거나 지위가 낮아져도 받아들일 것인가”라는 질문에 절반이 넘는 21세기형 인간이 “그러겠다”고 응답했다. 돈도 덜 주고 직급도 낮은데 이직한다? 기성세대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만큼 21세기형 인간은 ‘가치’를 중시한다.

    그럼 방 과장이 강호 씨를 데리고 ‘기분 좋게’ 야근하려면 어떻게 했어야 할까.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회사에 어떤 의미인지, 이 일이 성공하면 강호 씨 자신에게 어떤 성장의 기회가 주어지는지를 알려야 했다. 이를 통해 강호 씨 스스로가 이 프로젝트에서 자기 가치를 더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았다면 아마도 그는 제 발로 야근을 청했을지 모른다.

    상사도 모자라 이젠 부하직원의 비위까지 맞추라니, 답답한가. ‘난 상사한테 정말 잘했는데…’라고 생각하는가. “요즘 젊은이, 버릇없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문자 유물 가운데 하나인 로제타석에 적혀 있는 말이다. 기원전 196년에도 젊은이는 버릇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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