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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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욕을 먹지”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11-06-27 09: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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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쁜 출근길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그냥 끊을까 하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를 받았습니다.

    “A사 초고속인터넷을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객님의 기본료를 할인해드리려는데 괜찮으신지요?”

    장기고객을 위한 특별서비스라는 말에 “그렇게 하세요”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로부터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 한 통의 문자가 왔습니다.

    “고객님의 초고속인터넷 3년 재약정됐습니다.”

    엥? 재약정이라니! 분명히 약정을 연장한 적이 없는데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A사 콜센터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하지만 전화는 불통이었습니다. 무려 30분간 전화통을 붙잡은 채 끙끙거리고 나서야 겨우 담당자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사정은 이랬습니다. 아침에 걸려온 특별서비스는 장기고객 가운데 약정을 연장한 사람을 대상으로 기본료를 깎아주는 것이었습니다. 즉, 무조건 기본료를 할인해주는 것이 아니라, 재약정한 사람만 해당 서비스의 대상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전화를 건 A사 직원은 그런 말은 쏙 빼놓고 단지 제 입에서 ‘오케이(OK)’라는 말이 떨어지도록 유도했습니다. 일종의 불완전판매를 한 셈이죠. A사에서 사과를 받고 해당 서비스 연장을 취소했지만 착잡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욕을 먹지”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골탕 먹는 소비자가 적지 않습니다. 많이 없어졌다곤 하지만 은행이나 보험사에서 펀드, 보험을 팔면서 고객에게 불리한 점은 숨기고 수익만 과장해 파는, 일종의 불완전판매가 여전합니다. 최근 부산저축은행 사태에서도 저축은행 직원들이 고객에게 후순위채권을 불완전판매 했다는 주장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상품 하나라도 더 팔려는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소비자를 속이면서까지 파는 일에 급급하다가 나중에 문제가 되면 어떡할지 걱정입니다. 눈앞 이익만 좇다가 오히려 고객을 쫓아내는 행동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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