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서 나고 자랐는데, 왜 거제인가.
“거제는 아버지의 고향이자 본적지다. 또 조상 대대로 살아온 본향이다. 내가 나고 자란 곳은 서울이지만, 정치인으로서의 출발은 거제에서 하겠다고 오래전부터 마음먹었다. 아버지도 (거제 출마를) 권유했다.”
▼ 언제 처음 거제에 출마할 뜻을 가졌나.
“1996년 15대 총선 때부터다. 그때는 대통령 아들이라는 이유로 수도권 의원들의 반대가 심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 2004년과 2008년 두 번의 총선 도전에서 실패했는데.
“지역을 더 잘 이해하게 됐다. 많은 사람을 만나 교류한 것도 보람 있었다. 사무실 개소식에 500명 넘는 지역 주민이 참석했다. 꾸준히 지역에 관심을 갖고 노력해온 일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김 부소장을 대하는 지역민의 분위기는 어떤가.
“많이 좋아졌다. 처음에는 서먹한 분위기도 없지 않았는데, 요즘에는 주민의 태도가 변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는 분이 많아졌고, 사인을 해달라는 분도 있다. (한나라당) 공천을 받으면 바람직한 결과가 나오리라 기대한다.”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을 맡은 그는 여론조사를 총괄하고 당의 정책 개발을 지휘한다. 인터뷰 화제를 거제에서 내년 총선과 대선으로 돌렸다.
▼ 내년은 1992년 이후 20년 만에 총선과 대선을 함께 치르는 해다.
“국가의 지속적인 발전과 당의 발전을 위해 한나라당의 제1 목표는 정권 재창출이어야 한다. 그러자면 누가 되든 본선에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 박근혜 전 대표가 후보로 나서 승리하든, 다른 경쟁자 가운데 후보가 나오든 한나라당 목표는 정권 재창출이다.”
조심스럽게 거제 출마 얘기를 전하던 김 부소장의 목소리가 커졌다. 손동작도 더 활발해졌다. 일찍부터 아버지를 도와 대선을 몇 차례 치른 경험이 있는 대선 전문가다운 면모가 나왔다.
내년 대선도 보수와 진보의 팽팽한 맞대결
김영삼 전 대통령(오른쪽)이 6월 16일 차남 김현철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부소장과 함께 고향인 경남 거제시를 방문해 지역 주민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대선과 관련해 세 번의 대세론이 있었다. YS(김영삼) 대세론과 이회창 대세론, 그리고 현재의 박근혜 대세론이다. 1992년 대선은 3당 합당과 지역 연합이 힘을 발휘하면서 일찌감치 YS 대세론이 자리 잡았다. 모든 조사 지표가 예외 없이 그렇게 나왔다. YS 대세론은 ‘예견된 대세론’이었다. 정주영과 박찬종 등 여권 성향 후보가 여럿 출마했음에도 YS는 200만 표 이상의 표차로 승리했다. 대선 막판에 불거진 초원복집 사건도 변수가 되지 못했다. 그런데 1997년 이회창 대세론은 ‘취약한 대세론’이었다. 여론조사에서는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했지만 후보 주변에서 문제가 발생한 이후 급락했다. 이회창 후보가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해 우군을 적군으로 만든 것도 패인 가운데 하나였다. YS를 닮은 마스코트를 화형하고 몽둥이찜질을 하는 등 의도적으로 YS와 차별화한 것은 전략적으로 큰 실수였다. 이회창 대세론은 한마디로 허구였다. 박근혜 대세론이 1992년 YS 대세론이 될지, 아니면 1997년 이회창 대세론의 전철을 밟을지 아직은 모른다.”
▼ 대선에 앞서 총선을 먼저 치른다.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어떤 결과를 거두느냐에 따라 대선도 영향을 받을 텐데….
“한나라당은 지금 친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 구주류와 신주류, 소장파와 중진 등 계파 및 이해관계로 사분오열한 상태다. 결코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다. 갈등과 불화의 온상처럼 국민에게 비칠 수 있다. 이대로는 총선을 제대로 치르기 어렵고, 총선 결과도 좋을 수 없다. 7월 4일 전당대회에서 2012년 총선을 진두지휘할 새 지도부를 뽑는다. 그런데 대선 후보들은 뒤로 물러나 있고 관리형 대표를 선출한다. 관리형 대표로는 한계가 있다. 국민은 당의 실질적인 얼굴을 원한다. 책임 있는 정당의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부자가 몸 사리듯 (대선 주자가) 뒤로 물러서 있고, 대권을 떼어놓은 당상처럼 여기는 것은 큰 오산이다. 박근혜 대세론이 다른 형태의 이회창 대세론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박근혜 전 대표는) 과거 대세론을 공부해야 한다. 그래서 잘못된 부분을 고쳐야 한다. 계파를 뛰어넘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세력에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어야 한다.”
▼ 우리나라 정치가 역동성이 커지고, 대선 결과에 대한 가변성도 높아졌다는 평가가 있다.
“우리나라 정치는 3김시대 이후 과도기를 겪고 있다. 확고한 지역 기반 위에 전국적인 확산성을 지녔던 3김 같은 정치인은 더는 나오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대선 결과에 대한 가변성이 높아졌다. 2002년 노무현 후보가 대표적이다. 노 후보가 대선 후보로 등장했을 때 지지율이 4% 미만이었다. 거기에서 출발해 대통령에 당선했다. 또 화려한 조연이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YS 당선 때는 3당 합당으로 노태우 대통령과 김종필(JP), 김대중(DJ) 후보 당선 때는 DJP의 주역인 JP가 화려한 조연을 맡았다. 노무현 후보 때는 후보단일화 상대였던 정몽준,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치열한 경쟁자이자 아름다운 승복의 주역인 박근혜가 있었다.”
▼ 내년 대선 구도를 어떻게 전망하나.
“내년 대선 역시 여야 일대일 구도가 만들어지면 51대 49의 싸움이 될 것이다. 보수와 진보가 팽팽히 맞서는 국면을 연출할 것으로 전망한다. 지금 특정 인물을 대입하니 차이가 나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일대일 대결 구도가 만들어지면, 또한 일대일 구도를 만드는 과정의 흥행 정도에 따라 전세가 역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금도 국민 여론을 반영해 실증적으로 시뮬레이션해보면 51대 49로 나온다. 무엇보다 내년 대선은 압승구도가 나오기 어렵다. YS와 MB(이명박 대통령)가 압승했던 두 번의 대선은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가 하나로 통합했기에 가능했다. 그런데 지금은 동남권 신공항 무산과 부산저축은행 사태 등으로 PK 지역 주민의 불만이 높다. 특히 이 지역 출신이 주요 인사에서 배제된다는 소외감이 크다. 이 점을 극복하지 못하면 내년 대선은 어려울 것이다. 충청권도 세종시 논란 이후 앙금이 남아 있다. 세종시에 행정부 일부는 내려가겠지만, 기업이 투자할 계획이 없어 불만이 크다는 얘기도 종종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