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라지 하고는~.”
5년 전 주말 저녁마다 시청자를 사로잡았던 MBC 드라마 ‘환상의 커플’. 도회적 이미지를 가진 배우 한예슬이 꽃무늬 ‘몸뻬’ 바지 차림으로 얼굴에 덕지덕지 양념을 묻혀가며 자장면을 먹던 장면은 지금 떠올려도 킥킥 웃음이 난다. 이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가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싸가지 없는’ 백만장자 조안나가 사고로 기억을 잃고 ‘억척남’ 장철수 집에 얹혀산다. 장철수는 얄미운 조안나를 가정부로 부려먹으며 ‘개념 상실’ ‘어이 상실’ ‘기억 상실’ 나상실이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장철수와 나상실은 티격태격하는 와중에 점차 서로에게 빠진다. 한편 조안나가 사라진 것을 기뻐하던 남편 빌리는 “사후 모든 재산을 기부한다”는 그의 유서를 발견하고 뒤늦게 아내를 찾아 나선다.
이는 드라마 ‘최고의 사랑’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등을 집필한 ‘홍자매’(홍정은, 홍미란 자매)의 작품. 이야기 자체가 유쾌하고 탄탄하다. 오밀조밀 에피소드가 잘 얽혀 있다. 무대 구성도 좋다. 원작이 시공간에 제약이 없는 드라마인 만큼 무대극치고 등대, 리조트, 장철수 집, 버스정류장 등 공간 변화가 잦다. 그런데 최소한의 소품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냈다. 음악도 좋다. 장철수 솔로곡 ‘너에게 향하는 내 마음’은 감정, 가사, 멜로디가 참 잘 어우러졌다. 해외 유명 뮤지컬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
하지만 나상실의 대사처럼 ‘떠나간 자장면은 돌아오지 않는다’. 드라마 ‘환상의 커플’이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는 유쾌하고 탄탄한 이야기가 속도감 있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뮤지컬을 보러 온 대부분의 관객은 이미 이 이야기에 친숙한 상태다. 마땅히 ‘줄거리’ 외에 새로운 ‘자장면’이 있어야 한다.
관객을 더 웃겨야 한다. 볼거리가 많아야 한다. 관객이 가장 열광한 장면은 장철수와 나상실이 사랑을 확인하는 클라이맥스가 아니라, 머리에 꽃 꽂은 ‘미친 여자’ 강자가 갑자기 6명씩이나 나타나 마구잡이로 무대 위를 뛰어다니던 장면이다.
공연 시작 전, 뒷자리에 앉은 한 여성 관객이 말했다. “‘환상의 커플’ 재밌지. 근데 그 많은 이야기를 어떻게 1시간 30분 안에 전달하지?” 이 뮤지컬은 그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수많은 이야기를 공연에 욱여넣느라 가장 중요한 ‘맛’을 잊었다.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 시대다. 한 가지 콘텐츠를 신문, 방송, 잡지, 영화, 음악 등 여러 방면에서 사용한다는 것.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콘텐츠를 각 형식에 맞게 가공하는 힘이다. 이 뮤지컬은 ‘원 소스 멀티 유즈’의 좋은 예가 될 수 있을까. 필자의 대답은 ‘노(No)’다. 7월 30일까지,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문의 1544-1555.
5년 전 주말 저녁마다 시청자를 사로잡았던 MBC 드라마 ‘환상의 커플’. 도회적 이미지를 가진 배우 한예슬이 꽃무늬 ‘몸뻬’ 바지 차림으로 얼굴에 덕지덕지 양념을 묻혀가며 자장면을 먹던 장면은 지금 떠올려도 킥킥 웃음이 난다. 이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가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싸가지 없는’ 백만장자 조안나가 사고로 기억을 잃고 ‘억척남’ 장철수 집에 얹혀산다. 장철수는 얄미운 조안나를 가정부로 부려먹으며 ‘개념 상실’ ‘어이 상실’ ‘기억 상실’ 나상실이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장철수와 나상실은 티격태격하는 와중에 점차 서로에게 빠진다. 한편 조안나가 사라진 것을 기뻐하던 남편 빌리는 “사후 모든 재산을 기부한다”는 그의 유서를 발견하고 뒤늦게 아내를 찾아 나선다.
이는 드라마 ‘최고의 사랑’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등을 집필한 ‘홍자매’(홍정은, 홍미란 자매)의 작품. 이야기 자체가 유쾌하고 탄탄하다. 오밀조밀 에피소드가 잘 얽혀 있다. 무대 구성도 좋다. 원작이 시공간에 제약이 없는 드라마인 만큼 무대극치고 등대, 리조트, 장철수 집, 버스정류장 등 공간 변화가 잦다. 그런데 최소한의 소품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냈다. 음악도 좋다. 장철수 솔로곡 ‘너에게 향하는 내 마음’은 감정, 가사, 멜로디가 참 잘 어우러졌다. 해외 유명 뮤지컬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
하지만 나상실의 대사처럼 ‘떠나간 자장면은 돌아오지 않는다’. 드라마 ‘환상의 커플’이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는 유쾌하고 탄탄한 이야기가 속도감 있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뮤지컬을 보러 온 대부분의 관객은 이미 이 이야기에 친숙한 상태다. 마땅히 ‘줄거리’ 외에 새로운 ‘자장면’이 있어야 한다.
관객을 더 웃겨야 한다. 볼거리가 많아야 한다. 관객이 가장 열광한 장면은 장철수와 나상실이 사랑을 확인하는 클라이맥스가 아니라, 머리에 꽃 꽂은 ‘미친 여자’ 강자가 갑자기 6명씩이나 나타나 마구잡이로 무대 위를 뛰어다니던 장면이다.
공연 시작 전, 뒷자리에 앉은 한 여성 관객이 말했다. “‘환상의 커플’ 재밌지. 근데 그 많은 이야기를 어떻게 1시간 30분 안에 전달하지?” 이 뮤지컬은 그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수많은 이야기를 공연에 욱여넣느라 가장 중요한 ‘맛’을 잊었다.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 시대다. 한 가지 콘텐츠를 신문, 방송, 잡지, 영화, 음악 등 여러 방면에서 사용한다는 것.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콘텐츠를 각 형식에 맞게 가공하는 힘이다. 이 뮤지컬은 ‘원 소스 멀티 유즈’의 좋은 예가 될 수 있을까. 필자의 대답은 ‘노(No)’다. 7월 30일까지,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문의 1544-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