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서울 모터쇼’에서 현대차가 선보인 ‘블루스퀘어’
3월 31일 경기 일산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1 서울 모터쇼’에서 연료전지 중형 세단 콘셉트카인 ‘블루스퀘어(Blue², HND-6)’를 선보인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 관계자는 이렇게 자평했다. 2011 서울 모터쇼는 친환경차의 경연이라고 할 만큼 하이브리드차, 전기자동차(이하 전기차) 등 다양한 종류의 친환경차를 선보였다.
그중 단연 눈길을 끈 것은 수소연료전지자동차(이하 수소차)였다. 블루스퀘어는 현대차의 친환경 브랜드 ‘블루드라이브’에서 자연을 의미하는 ‘블루’를 따고, 여기에 수소를 의미하는 ‘H2’의 숫자 ‘2’를 조합해 이름 지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수소차가 더는 꿈이 아닌, 현실로 실현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고갈 우려 없는 무궁무진한 자원
수소차는 그야말로 친환경차의 종결자로 평가받는다. ‘환경’과 ‘효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어 ‘꿈의 자동차’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현재 미국이 수소차 상용화를 선도하는 가운데 현대·기아차, 제너럴모터스(GM), 도요타 등 세계적인 자동차 업체가 수소차 시장을 선점하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상자기사 참조).
사실 수소로 달리는 친환경차는 1930년대에 처음 등장했다. 독일인 기술자 루돌프 에렌이 화석연료와 수소를 병용할 수 있는 엔진을 개발했던 것.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잠수함과 어뢰가 차례로 개발되면서 수소에 대한 연구는 화려하게 꽃피웠다. 하지만 전쟁이 끝남과 동시에 수소의 짧았던 전성기는 막을 내렸다. 수소보다 저렴할 뿐 아니라, 수송도 쉬운 석유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자동차 회사들은 가솔린엔진 자동차로 승승장구했지만, 2000년대 들어 위기를 맞았다. 캘리포니아 주를 비롯한 미국의 많은 지역에서 판매 자동차 중 완전 무공해(ZEV) 및 저공해 자동차의 비율을 10%씩 맞추도록 의무화하고, 배기가스 규제도 강화했기 때문. 유럽 역시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석유 고갈에 대한 우려와 가격 불안전성까지 더해져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 개발이 시급했다.
연료전지자동차 효율 50~60%
이에 사람들은 수소에 다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더구나 수소는 석유, 석탄 같은 화석연료와 달리 고갈 위험성이 없는 무궁무진한 자원이다. 우주의 75%가 수소로 이뤄졌을 정도다. 다만 지구상의 수소는 물(수소+산소의 결합물), 화석연료(수소+탄소의 결합물)처럼 대부분 다른 원소의 화합물 형태로 존재한다.
수소차는 수소를 기본 원료로 사용한다. 원리는 간단하다. 연료전지의 음극을 통해 수소, 양극을 통해 산소를 공급하면 수소와 산소의 이온화 반응으로 전기가 발생한다. 이 전기 힘으로 모터를 돌려 자동차를 구동하는 것이다. 가솔린 내연기관의 경우 이산화탄소와 일산화탄소 등 인체에 유해한 배기가스를 발생시키지만, 연료전지는 반응생성물로 순수한 물을 배출한다. 수소차를 소개하는 행사장에 가보면, 외국 자동차 회사 최고경영자(CEO)가 수소차에서 배출된 물을 마시며 안전함을 과시하는 장면을 곧잘 볼 수 있다.
수소차는 효율 측면에서도 우수성을 자랑한다. 한국가스공사 연구개발원 이영철 수석연구원은 “연료의 화학적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직접 바꾸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화석연료의 연소 반응으로 작동하는 내연기관차의 효율성은 20~30%에 그치는 반면, 연료전지자동차는 50~60%에 달한다(표1 참조). 현대차의 수소차 블루스퀘어(34.9km/ℓ)와 투싼ix(31km/ℓ)의 연비가 내연기관차보다 2배 이상 좋은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상용화를 위해선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2007년 지식경제부는 ‘한국 수소경제 비전 2030’에서 2013~2020년 시장을 형성(연료전지자동차 5만 대)하고, 2021~2030년 시장을 확대(연료전지자동차 시장점유율 15%)한 다음, 2031~2040년 본격적인 수소 경제로 진입(연료전지자동차 시장점유율 50%)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2015년 이후에나 선진국을 중심으로 상용화가 가능하리라 전망한다.
수소차의 상용화가 늦는 이유는 경제성 때문이다. 일단 수소 자체는 화석연료보다 가격 경쟁력이 있지만, 문제는 수소를 이용해 전기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연료전지의 경제성이다. 수소차 가격이 내연기관차보다 2배 이상 높으리라 예상하는 이유는 바로 연료전지 전극에 주로 쓰는 귀금속 촉매와 스택을 구성하는 데 쓰는 분리판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원 기계공학과 배중면 교수는 “연료전지는 연료전지 스택 부문만 봐도 전체 자동차 가격보다 비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지식경제부 이원용 연료전지 PD(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는 “연료전지 스택에 들어가는 백금 양을 최소화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수십만 때씩 대량 생산한다면 가격을 낮춰 상용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 이명박 대통령이 2010년 10월 13일 신재생에너지대전에 참석해 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를 살펴보고 있다. 2 2011년 6월 22일 녹색교통운동 경차위원회와 자동차환경위원회는 ‘우리나라의 합리적인 저탄소카 보급방향’에 대한 주제로 공동 세미나를 개최했다.
더 큰 숙제는 내구성 문제다. 수소차 가격이 합리적인 수준으로 내려간다 해도 그 수명이 짧다면 외면받기 십상이다. 현재 수소연료전지의 내구연한은 3~5년. 이원용 책임연구원은 “3년에 한 번씩 엔진을 바꿔야 한다면 누가 수소차를 타겠는가. 수명이 최소 10년은 돼야 한다”며 “가격 상승과 성능 저하 없이 수명을 연장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수소 충전 인프라 구축 또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초기 수소차는 자동차에 연료변환기를 장착한 뒤 천연가스나 메탄올, 또는 가솔린에서 수소를 추출해 공급하는 방식이었다. 따라서 자동차 뒤편에 메탄올이나 가솔린 탱크와 물탱크를 따로 실은 뒤 연료변환기와 연결해야 했다.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것은 물론, 무게도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연료변환기를 따로 두지 않고 수소통을 장착하는 방식이 등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제 수소가 떨어지면 수소 충전소에서 충전하면 된다. 휘발유를 주유소에서 공급받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그러다 보니 수소 충전 인프라 구축은 수소차 상용화를 위한 필수조건이 됐다. 하지만 업계에선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식의 논쟁을 계속한다. 수소차가 없는데 누가 수소 충전소를 만들겠느냐며 먼저 자동차를 만드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과 수소 충전 인프라를 구축해야 수소차를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 대립한다.
정부는 3단계에 걸쳐 수소충전 인프라를 구축해나갈 계획이다.
자동차 업계에선 수소차 보급이 환경뿐 아니라, 국가 경제 에도 크게 기여하리라 기대한다. 2009년 현대·기아차는 ‘연료전지차 보급 사업 효과’ 보고서에서 “2025년까지 연료전지자동차는 12조6396억 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15만2938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계획대로라면 탄소 없는 사회로 본격 진입해 에너지 자립 가능성을 확인하는 한편, (한국이) 세계 최대 규모의 수소차 보급 지역으로 성장해 국가 위상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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