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조미료를 넣었을까, 안 넣었을까. 오래된 유명 식당들이 궁금한가. 가서 직접 물어보라.
취재하면서 빠뜨리지 않는 질문이 하나 있다. “화학조미료를 넣으시나요?” 듣기에 따라 매우 불쾌할 수 있다. 유명 음식점인 데다 이미 여러 곳에서 화학조미료와는 거리가 먼 음식점이라는 평가를 받은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 평가를 믿을 수 없다. 내가 먹어보니 화학조미료가 들어갔다고 짐작할 수 있는 맛인데, 안 넣었다고 하니 의심하는 것이다.
화학조미료를 넣었는지 안 넣었는지 판단하기는 매우 어렵다. 자연의 감칠맛도 화학의 감칠맛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화학조미료 첨가 여부는 질문을 하고 답을 듣는 것이 올바른 일이다. 절대 짐작으로 알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질문을 받은 그들은 대체로 솔직하다. 또 그 대답은 비슷하다. “넣습니다. 넣지 않으면 손님이 맛없다 하니 넣습니다.” 즉답을 피하기도 하는데, 그렇다고 속일 수 없는 일이니 스스로 짐작하라는 뜻의 답변을 하기도 한다. “저는 잘 모릅니다, 주방에서 하는 일이라.”
음식점을 다니면서 지금처럼 화학조미료 첨가 여부를 질문한 적이 없었다. 음식점 요리 대부분에 화학조미료가 들어간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간혹 벽면에 “저희는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습니다”라고 적어놓았어도 그 집 음식이 ‘화학조미료 제로’가 아닐 수 있다. 여러 식재료에 이미 화학조미료가 첨가된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필자가 이름난 음식점에 가서 다소 불쾌한 질문을 굳이 할 수밖에 없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자신의 짐작만 믿고 화학조미료가 안 들었다고 써놓는 일이 너무 흔하게 일어난다.
그러나 이런 일 때문에 그 음식점이 나중에 큰 곤란을 겪을 수도 있다. 음식점 종사자 누구도 화학조미료 첨가에 대해 말한 적이 없는데도 화학조미료를 안 넣었다고 기정사실화될 수 있다. 그러나 이후 어떤 식으로든 그 음식점이 화학조미료를 넣는 것이 알려지면 거짓말쟁이가 될 수도 있다. 오랜 명성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라도 대놓고 질문해 그 답을 적는 중이다.
음식점 주인은 화학조미료를 쓰는지 안 쓰는지 손님에게 고지할 의무가 없다. 음식점은 식품제조업 분야와는 다르다. 그럼에도 소비자는 자신이 먹는 음식에 화학조미료가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 궁금할 수 있다. 또 화학조미료 첨가 여부에 따라 그 음식점에 대한 평판을 달리할 수 있다. 만약 그것이 궁금하면 손님은 주인이나 지배인, 요리사 등 그 음식점 요리에 책임을 질 만한 위치의 사람을 불러 물어볼 수 있다. 만약 음식점 요리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글을 남기는 사람이라면 이를 물어보고 그 대답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 그 음식점 사람들에 대한 예의다. 대충 짐작으로 “화학조미료 안 넣은 듯한 맛이다”라고 쓰는 것은 결과적으로 그 음식점을 거짓말쟁이로 만들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