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임상수 감독의 디지털 장편영화 ‘눈물’에서 처음 봉태규를 보았을 때, 그는 정말 영화 속의 문제 청소년처럼 보였다. 가리봉동 청소년들의 일탈을 묘사한 그 영화로 봉태규는 훌륭하게 데뷔전을 치렀다. 당시 내가 진행하던 방송 프로그램에 봉태규가 초대인사로 나왔는데, 나는 그가 배우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썬데이서울’ 시사회에 등장한 그는 예전보다는 많이 배우다워졌지만 배우들 속에서는 가장 ‘민간인’ 같았다.
배우처럼 생기지 않은 배우, 이것이 봉태규의 현 위치다. 이 말이 내포하는 장점과 단점은 분명하다. 장점은 인위적으로 치장한 연기가 아니라 일상적인 삶에서 우러나오는 자연스러운 연기가 가능한 배우라는 것이고, 단점은 그만큼 프로의식이 부족하다는, 혹은 기본기가 튼튼하지 않다는 것일 수 있다.
2000년 길거리 캐스팅으로 데뷔 … TV ‘논스톱’으로 스타덤
봉태규가 배우가 된 것은 우연에 우연이 거듭해서다. 경동고를 졸업할 무렵인 2000년, 미대 입시를 준비하던 그는 버스 안에서 넘어져 팔이 부러졌다. 그래서 미대 실기시험을 포기하고 낙담해 거리를 걷고 있는데, ‘눈물’의 길거리 캐스팅에 나섰던 제작진의 눈에 띄었다. 배우가 된 그는 연기를 ‘취미 삼아’ 했다. 그것이 직업이라면 그때부터 스트레스가 시작되겠지만, 취미라고 생각하면 아주 재미있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배우를 천직으로 여기고 자신의 모든 삶을 바쳐 연기에 몰두하는 사람들에게는 실례가 될 말이다. 하지만 그것이 봉태규의 현실이다.
‘눈물’에 캐스팅됐을 때만 해도 봉태규는 그것이 일회성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당대의 배우 장혁·이범수·손창민과 함께 ‘정글쥬스’(2002년)를 찍고, 비슷한 이미지의 선배 배우인 류승범과 ‘품행제로’(2002년)를 찍으면서 봉태규는 연기를 조금씩 체득해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러나 그가 대중에게 알려진 것은 영화를 통해서가 아니라 TV 시트콤 ‘논스톱’(2003년)을 통해서였다. 영화에서와는 달리 형편없이 망가지는 캐릭터로 코믹한 웃음을 선보인 시트콤은 봉태규에게 청춘스타로서 인기를 안겨주었지만, 그는 아직도 자신을 바라보는 대중이나 언론의 시각에 얼떨떨할 때가 많다고 고백했다.
자신을 영화 데뷔시킨 임상수 감독의 ‘바람난 가족’(2004년)은 양아치 같은 인상의 봉태규를 배우로 각인시켜준 작품이다. 데뷔작을 찍을 때만 해도 선생과 학생 같은 관계였던 배우 봉태규와 감독 임상수는 ‘바람난 가족’에서 거의 동반자적 파트너십을 갖게 된다. 물론 이것은 임상수의 입장이 아닌, 순전히 배우 봉태규의 생각이다. 그는 일방적으로 지시를 받아 움직이는 ‘초짜’ 배우가 아니라 자신의 캐릭터를 분석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하는 청춘스타였다.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도 진출했던 ‘바람난 가족’에서 봉태규는 캐릭터의 내면으로 파고드는 진지한 모습을 보여줬다. 옆집 유부녀(문소리 분)를 쫓아다니는 고등학생 역을 그는 짜릿하게 묘사해냈다. ‘바람난 가족’을 통해 불량소년, 건달, 그리고 민간인 같았던 봉태규의 신분 상승이 이루어진다.
다시 TV로 돌아간 봉태규는 이번에는 시트콤이 아닌 ‘한강수 타령’(2004년), ‘파란만장 미스 김 10억 만들기’(2004년)와 같은 드라마에 출연한다. 그리고 친형제처럼 가까워진 류승범과 영화 ‘아라한 장풍대작전’(2004년)을 찍고 다시 임상수 감독과 ‘그때 그 사람들’(2005년)을 한 뒤 ‘광식이 동생 광태’(2005년)에서 김주혁과 함께 주연을 맡는다. 그가 주연을 한 것은 ‘눈물’ 이후 처음이었다. 형 광식이 역의 김주혁, 그리고 동생 광태 역의 봉태규는 도저히 한 형제라는 설정이 어울리지 않게 닮지 않았다.
이번에 개봉하는 ‘썬데이서울’의 간판 배우도 봉태규다. 박성훈 감독의 데뷔작 ‘썬데이서울’은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대중적인 작품은 아니다. 이 영화에는 분명히 웃음이 있지만 그 웃음의 빛깔이 ‘투사부일체’나 ‘가문의 위기’ 같은 것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검은 실크해트를 쓰고 청재킷 위에 검은 가죽 재킷을 걸치고 인터뷰에 나온 봉태규는 “‘썬데이서울’이 상식을 너무 뛰어넘는 영화라서 솔직히 걱정된다”고 말했다. 세 가지 에피소드가 결합된 옴니버스 영화 ‘썬데이서울’의 첫 번째 이야기 ‘늑대소년’에서 주인공을 맡은 봉태규는 학교 내 주먹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다가 자신의 피 속에 늑대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일종의 공포 플러스 팬터지의 혼합장르 형식인데, 기존의 고정관념으로 접근하면 영화는 난해하고 황당해진다.
고은아, 이청아 등이 각각 다른 에피소드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썬데이서울’은 무엇보다 화려한 고참 연기진들의 튼튼한 연기가 볼 만하다. 애드리브의 대가이며 코믹 연기의 정상인 김수미의 연기는 감히 흉내낼 수 없는 경지를 보여주고,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70, 80년대의 스타 김추련과 정소녀가 부부로 등장한다. 카메오 이현우의 등장도 재미있다.
그러나 ‘썬데이서울’은 대중에게 분명히 낯선 실험적 형식의 영화가 될 것이다. 소수의 극단적인 마니아도 존재하겠지만, 다수의 외면하는 관객도 있을 것이다. 봉태규는 “관객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는 것보다 실험적인 작품에 출연했다는 것만으로도 기쁘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영화 현장으로 돌아온 정소녀는 “80년대엔 수려한 외모를 가진 사람들이 많았는데, 오랜만에 현장으로 돌아와 보니 예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면서 봉태규를 바라보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예전엔 저 얼굴로 배우는 어림도 없었다’가 되겠지만 정소녀는 “자세히 보니까 봉태규가 미남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배우 같지 않은 얼굴 … 연기 통해 자신만의 색깔 ‘발산’
봉태규 스스로도 “내가 꽃미남과는 아니잖아요. 내가 가진 한계를 정확히 인식하고 나의 장점이 무엇인지, 관객들에게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 생각한다”고 했다.
올해 봉태규가 출연하는 영화는 이석훈 감독의 ‘방과 후 옥상’이 현재 개봉 대기 중이다. 그리고 지금 촬영 중인 김태용 감독의 ‘가족의 탄생’이 그 뒤 개봉될 것이다. 고두심, 문소리가 등장하는 ‘가족의 탄생’의 후반 작업 스케줄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봉태규가 어느덧 한 시대 청춘의 아이콘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그의 과제는 비슷한 이미지를 가진 선배 류승범과의 차별화 전략이다. 이것이 어쩌면 그의 배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될지 모른다. 필연적인 부딪침이다. 다행히 최근 그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봉태규만의 그 무엇이 조금씩 윤곽을 잡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전혀 배우 같지 않은 얼굴로 아주 우연히 연기를 시작하게 된 봉태규지만, 그는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연기로 자신만의 영역을 조금씩 확보해가는 중이다.
배우처럼 생기지 않은 배우, 이것이 봉태규의 현 위치다. 이 말이 내포하는 장점과 단점은 분명하다. 장점은 인위적으로 치장한 연기가 아니라 일상적인 삶에서 우러나오는 자연스러운 연기가 가능한 배우라는 것이고, 단점은 그만큼 프로의식이 부족하다는, 혹은 기본기가 튼튼하지 않다는 것일 수 있다.
2000년 길거리 캐스팅으로 데뷔 … TV ‘논스톱’으로 스타덤
봉태규가 배우가 된 것은 우연에 우연이 거듭해서다. 경동고를 졸업할 무렵인 2000년, 미대 입시를 준비하던 그는 버스 안에서 넘어져 팔이 부러졌다. 그래서 미대 실기시험을 포기하고 낙담해 거리를 걷고 있는데, ‘눈물’의 길거리 캐스팅에 나섰던 제작진의 눈에 띄었다. 배우가 된 그는 연기를 ‘취미 삼아’ 했다. 그것이 직업이라면 그때부터 스트레스가 시작되겠지만, 취미라고 생각하면 아주 재미있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배우를 천직으로 여기고 자신의 모든 삶을 바쳐 연기에 몰두하는 사람들에게는 실례가 될 말이다. 하지만 그것이 봉태규의 현실이다.
‘눈물’에 캐스팅됐을 때만 해도 봉태규는 그것이 일회성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당대의 배우 장혁·이범수·손창민과 함께 ‘정글쥬스’(2002년)를 찍고, 비슷한 이미지의 선배 배우인 류승범과 ‘품행제로’(2002년)를 찍으면서 봉태규는 연기를 조금씩 체득해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러나 그가 대중에게 알려진 것은 영화를 통해서가 아니라 TV 시트콤 ‘논스톱’(2003년)을 통해서였다. 영화에서와는 달리 형편없이 망가지는 캐릭터로 코믹한 웃음을 선보인 시트콤은 봉태규에게 청춘스타로서 인기를 안겨주었지만, 그는 아직도 자신을 바라보는 대중이나 언론의 시각에 얼떨떨할 때가 많다고 고백했다.
자신을 영화 데뷔시킨 임상수 감독의 ‘바람난 가족’(2004년)은 양아치 같은 인상의 봉태규를 배우로 각인시켜준 작품이다. 데뷔작을 찍을 때만 해도 선생과 학생 같은 관계였던 배우 봉태규와 감독 임상수는 ‘바람난 가족’에서 거의 동반자적 파트너십을 갖게 된다. 물론 이것은 임상수의 입장이 아닌, 순전히 배우 봉태규의 생각이다. 그는 일방적으로 지시를 받아 움직이는 ‘초짜’ 배우가 아니라 자신의 캐릭터를 분석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하는 청춘스타였다.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도 진출했던 ‘바람난 가족’에서 봉태규는 캐릭터의 내면으로 파고드는 진지한 모습을 보여줬다. 옆집 유부녀(문소리 분)를 쫓아다니는 고등학생 역을 그는 짜릿하게 묘사해냈다. ‘바람난 가족’을 통해 불량소년, 건달, 그리고 민간인 같았던 봉태규의 신분 상승이 이루어진다.
영화 ‘썬데이서울’
이번에 개봉하는 ‘썬데이서울’의 간판 배우도 봉태규다. 박성훈 감독의 데뷔작 ‘썬데이서울’은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대중적인 작품은 아니다. 이 영화에는 분명히 웃음이 있지만 그 웃음의 빛깔이 ‘투사부일체’나 ‘가문의 위기’ 같은 것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검은 실크해트를 쓰고 청재킷 위에 검은 가죽 재킷을 걸치고 인터뷰에 나온 봉태규는 “‘썬데이서울’이 상식을 너무 뛰어넘는 영화라서 솔직히 걱정된다”고 말했다. 세 가지 에피소드가 결합된 옴니버스 영화 ‘썬데이서울’의 첫 번째 이야기 ‘늑대소년’에서 주인공을 맡은 봉태규는 학교 내 주먹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다가 자신의 피 속에 늑대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일종의 공포 플러스 팬터지의 혼합장르 형식인데, 기존의 고정관념으로 접근하면 영화는 난해하고 황당해진다.
고은아, 이청아 등이 각각 다른 에피소드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썬데이서울’은 무엇보다 화려한 고참 연기진들의 튼튼한 연기가 볼 만하다. 애드리브의 대가이며 코믹 연기의 정상인 김수미의 연기는 감히 흉내낼 수 없는 경지를 보여주고,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70, 80년대의 스타 김추련과 정소녀가 부부로 등장한다. 카메오 이현우의 등장도 재미있다.
그러나 ‘썬데이서울’은 대중에게 분명히 낯선 실험적 형식의 영화가 될 것이다. 소수의 극단적인 마니아도 존재하겠지만, 다수의 외면하는 관객도 있을 것이다. 봉태규는 “관객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는 것보다 실험적인 작품에 출연했다는 것만으로도 기쁘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영화 현장으로 돌아온 정소녀는 “80년대엔 수려한 외모를 가진 사람들이 많았는데, 오랜만에 현장으로 돌아와 보니 예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면서 봉태규를 바라보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예전엔 저 얼굴로 배우는 어림도 없었다’가 되겠지만 정소녀는 “자세히 보니까 봉태규가 미남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배우 같지 않은 얼굴 … 연기 통해 자신만의 색깔 ‘발산’
봉태규 스스로도 “내가 꽃미남과는 아니잖아요. 내가 가진 한계를 정확히 인식하고 나의 장점이 무엇인지, 관객들에게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 생각한다”고 했다.
올해 봉태규가 출연하는 영화는 이석훈 감독의 ‘방과 후 옥상’이 현재 개봉 대기 중이다. 그리고 지금 촬영 중인 김태용 감독의 ‘가족의 탄생’이 그 뒤 개봉될 것이다. 고두심, 문소리가 등장하는 ‘가족의 탄생’의 후반 작업 스케줄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봉태규가 어느덧 한 시대 청춘의 아이콘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그의 과제는 비슷한 이미지를 가진 선배 류승범과의 차별화 전략이다. 이것이 어쩌면 그의 배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될지 모른다. 필연적인 부딪침이다. 다행히 최근 그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봉태규만의 그 무엇이 조금씩 윤곽을 잡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전혀 배우 같지 않은 얼굴로 아주 우연히 연기를 시작하게 된 봉태규지만, 그는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연기로 자신만의 영역을 조금씩 확보해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