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국정감사에서 정무위, 재경위 의원들의 집중 타깃이 됐던 외환은행(왼쪽)과 한국씨티은행.
지난해 연말정산을 앞두고 여의도 금융가에 정치인 후원 바람이 한바탕 불었다. 전에 없던 현상이다. 금융권 관계자들이 갑자기 정치에 관심을 가져서도 아니고, 연말정산 때 세금을 줄이기 위해서 그런 것도 아니다.
이유는 바로 금융기관 노조의 적극적인 후원 캠페인 때문.
가장 대표적인 곳이 외환은행과 한국씨티은행(한미은행) 노조다. 두 은행 모두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회 정무위 소속 의원들의 집중 타깃이 됐던 곳이다. 외환은행에 대한 국감에서는 2003년 외환은행이 론스타로 매각되는 과정 전반에 걸쳐 문제가 제기됐고, 한국씨티은행의 경우는 한미은행 인수 후 해외 자금유출 의혹이 집중 거론됐다.
이런 의혹은 그동안 해당 은행 노조가 끊임없이 문제 제기를 했던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노조로서는 고마울 수밖에.
외환은행 노조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론스타 매각 관련 의혹을 제기한 정무위 및 재경위 소속 여야 의원 5~6명에 대한 후원 캠페인을 벌였다. 이는 ‘보은(報恩)’ 차원의 후원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미은행 노조도 한국씨티은행의 한미은행 인수자금 해외유출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해 관련법 개정까지 이끌어낸 의원에 대한 후원 캠페인을 벌였다.
국민은행과 LG카드 등 다른 금융기관 노조에서도 비슷한 캠페인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캠페인은 노조의 공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다소 번거롭기는 하지만 10만원을 내고 11만원을 돌려받는 조합원도 손해볼 게 없다. 노조로서는 오히려 정치인들에게 지속적으로 노조의 입장을 피력할 수 있는 썩 괜찮은 ‘카드’ 하나를 쥐게 된 셈이다. 이거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 ‘꿩 먹고 알 먹는 일’ 아닌가.
일각에서는 정치인이 노조와 같은 특정 이익집단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지 우려한다. 의원들은 그러나 “일부 노조에서 들어온 후원금은 전체 후원금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아 의정활동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법 개정으로 후원회를 열지 못하고, 법인으로부터도 후원금을 받을 수 없게 된 의원들. 과연 한 해 후원모금액 상한선 1억5000만원을 채우지 못해도 지금처럼 의연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