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화나는 일이 있더라도 음식을 먹는 식탁에서는 반드시 강기안서(降氣安舒)해야 한다.” 연암 박지원에 버금가는 실학자이자 대문장가인 이덕무 선생이 도덕과 예절이 무너져가는 현실을 개탄하며 쓴 사소절(士小節), 즉 선비가 지켜야 할 작은 예절에 관한 내용이다. 강기는 기를 가라앉히는 것을, 안서는 마음을 편안하고 느긋하게 하는 것을 뜻한다. 노여운 마음으로 식탁에 앉아서는 음식이 제대로 소화될 리 없다.
그가 살았던 영·정조 시대에도 오늘날과 같이 아이들에 대한 걱정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상적인 인간을 꿈꿨던 선비들의 잘못된 모습이 이덕무의 눈에 거슬렸던 모양이다.
책에는 수많은 사례가 담겨 있다. 때로는 자상하고, 때로는 근엄했던 선비의 참모습을 만나게 된다. 사실 선비는 오늘날 우리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고상함과 비속함, 빈한한 현실과 높은 이상, 체면과 실리 사이에서 고뇌했던 평범한 사람들이다.
또한 이덕무의 쓴소리에는 시대상이 녹아 있다. 예를 들면 남 앞에서 무의식적으로 벼룩을 잡지 말고, 손으로 때를 밀지 말라고 충고한다. 또 남의 집을 방문했을 때 방이 좁고 누추하여 앉아 있기가 불편해도 코를 가리거나 눈살을 찌푸려서는 안 된다고 한다. 이러한 예는 당시의 열악한 환경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남녀관계를 정리할 때는 단호하게 하라 △과거시험을 보는 사람을 들뜨게 하거나 겁주지 말라 △관직을 받은 사람을 축하할 때 월급을 물어보지 말라 등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도리로 오늘날의 그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성숙한 인간을 위한 조언도 빼놓지 않는다. 말을 타고 가다가 농부들이 새참 먹는 곳을 지나칠 때는 말에서 내리고, 친척의 부인을 대할 때에도 정중한 예로 대하라고 강조한다.
지금의 시선으로 보자면 시시콜콜한 사항까지 지적한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작은 예절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그 목소리는 시대를 건너오고 있다.
조성기 지음/ 김영사 펴냄/ 354쪽/ 1만2900원
언론인 출신으로 일본 근현대사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저자는 도쿠토미 소호(德富蘇峰)라는 인물에 대해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했다. 도쿠토미는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못지않게 우리 민족에 해악을 끼친 인물.
도쿠토미는 청일전쟁 때 그가 창간한 ‘고쿠민신문(國民新聞)’을 통해 ‘조선출병’을 주장하며 전쟁 도발을 충동질했다. 또한 ‘민족동화정책’을 창안해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훼손했으며 총칼과 말발굽으로 우리 국권과 민생을 짓밟은 ‘무단통치’의 단서를 제공하기도 했다.
그의 죄상이 이렇게 많은데도 우리는 도쿠토미를 모르고 있다. 아니, 그에 대해 제대로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도쿠토미의 죄상을 밝히는 것이 우리의 부끄러운 역사를 다시 들추어내는 것이기 때문일까?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의 집필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치욕스럽다는 이유만으로 우리가 알아야 할 진실이 묻혀서야 되겠는가. 비록 수치스런 역사일지라도 이를 바르게 기록해 거울로 삼아야 한다.”
정일성 지음/ 지식산업사 펴냄/ 320쪽/ 1만5000원
■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1791, 모차르트의 마지막 나날’
1791년 12월5일 월요일. 음악의 천재 모차르트는 서른다섯의 젊은 나이에 요절한다. 천재의 죽음은 당시부터 오늘날까지 수많은 의혹과 음모로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이 책은 모차르트의 죽음과 그의 꺼지지 않는 신화의 실체를 찾아 나선다.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마술피리’와 프리메이슨의 비밀, 오해받고 있던 모차르트의 아내 콘스탄체에 관한 이야기가 각종 자료를 바탕으로 흥미롭게 펼쳐진다.
“그가 죽었다는 건 우리로서는 잘된 일이야. 그가 더 오래 살았더라면 세상 사람들이 우리에게는 정말 빵 한 조각도 주지 않았을 테니까.”
모차르트의 죽음을 두고 당시 빈의 한 작곡가가 동료에게 털어놓은 말이다. 그만큼 천재는 화려했지만 외로웠다.
2006년 1월27일은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을 맞은 날이다. 클래식 음악의 본고장 유럽은 모차르트 축제의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고 우리나라에서도 기념음악회가 열리고 있다. 비록 묘소도 찾을 수 없지만, 음악의 천재는 아직도 우리 곁에 살아 숨쉬며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주고 있다.
H. C. 로빈스 랜던 지음/ 김양희 옮김/ 엔북 펴냄/ 360쪽/ 1만8000원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그가 살았던 영·정조 시대에도 오늘날과 같이 아이들에 대한 걱정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상적인 인간을 꿈꿨던 선비들의 잘못된 모습이 이덕무의 눈에 거슬렸던 모양이다.
책에는 수많은 사례가 담겨 있다. 때로는 자상하고, 때로는 근엄했던 선비의 참모습을 만나게 된다. 사실 선비는 오늘날 우리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고상함과 비속함, 빈한한 현실과 높은 이상, 체면과 실리 사이에서 고뇌했던 평범한 사람들이다.
또한 이덕무의 쓴소리에는 시대상이 녹아 있다. 예를 들면 남 앞에서 무의식적으로 벼룩을 잡지 말고, 손으로 때를 밀지 말라고 충고한다. 또 남의 집을 방문했을 때 방이 좁고 누추하여 앉아 있기가 불편해도 코를 가리거나 눈살을 찌푸려서는 안 된다고 한다. 이러한 예는 당시의 열악한 환경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남녀관계를 정리할 때는 단호하게 하라 △과거시험을 보는 사람을 들뜨게 하거나 겁주지 말라 △관직을 받은 사람을 축하할 때 월급을 물어보지 말라 등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도리로 오늘날의 그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성숙한 인간을 위한 조언도 빼놓지 않는다. 말을 타고 가다가 농부들이 새참 먹는 곳을 지나칠 때는 말에서 내리고, 친척의 부인을 대할 때에도 정중한 예로 대하라고 강조한다.
지금의 시선으로 보자면 시시콜콜한 사항까지 지적한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작은 예절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그 목소리는 시대를 건너오고 있다.
조성기 지음/ 김영사 펴냄/ 354쪽/ 1만2900원
언론인 출신으로 일본 근현대사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저자는 도쿠토미 소호(德富蘇峰)라는 인물에 대해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했다. 도쿠토미는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못지않게 우리 민족에 해악을 끼친 인물.
도쿠토미는 청일전쟁 때 그가 창간한 ‘고쿠민신문(國民新聞)’을 통해 ‘조선출병’을 주장하며 전쟁 도발을 충동질했다. 또한 ‘민족동화정책’을 창안해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훼손했으며 총칼과 말발굽으로 우리 국권과 민생을 짓밟은 ‘무단통치’의 단서를 제공하기도 했다.
그의 죄상이 이렇게 많은데도 우리는 도쿠토미를 모르고 있다. 아니, 그에 대해 제대로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도쿠토미의 죄상을 밝히는 것이 우리의 부끄러운 역사를 다시 들추어내는 것이기 때문일까?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의 집필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치욕스럽다는 이유만으로 우리가 알아야 할 진실이 묻혀서야 되겠는가. 비록 수치스런 역사일지라도 이를 바르게 기록해 거울로 삼아야 한다.”
정일성 지음/ 지식산업사 펴냄/ 320쪽/ 1만5000원
■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1791, 모차르트의 마지막 나날’
1791년 12월5일 월요일. 음악의 천재 모차르트는 서른다섯의 젊은 나이에 요절한다. 천재의 죽음은 당시부터 오늘날까지 수많은 의혹과 음모로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이 책은 모차르트의 죽음과 그의 꺼지지 않는 신화의 실체를 찾아 나선다.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마술피리’와 프리메이슨의 비밀, 오해받고 있던 모차르트의 아내 콘스탄체에 관한 이야기가 각종 자료를 바탕으로 흥미롭게 펼쳐진다.
“그가 죽었다는 건 우리로서는 잘된 일이야. 그가 더 오래 살았더라면 세상 사람들이 우리에게는 정말 빵 한 조각도 주지 않았을 테니까.”
모차르트의 죽음을 두고 당시 빈의 한 작곡가가 동료에게 털어놓은 말이다. 그만큼 천재는 화려했지만 외로웠다.
2006년 1월27일은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을 맞은 날이다. 클래식 음악의 본고장 유럽은 모차르트 축제의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고 우리나라에서도 기념음악회가 열리고 있다. 비록 묘소도 찾을 수 없지만, 음악의 천재는 아직도 우리 곁에 살아 숨쉬며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주고 있다.
H. C. 로빈스 랜던 지음/ 김양희 옮김/ 엔북 펴냄/ 360쪽/ 1만8000원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