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과 장미’
‘희망은 나의 목적지겠지만 나는 홀로라네, 나는 홀로라네. 그대는 산으로 가서 사라지고 나도 가버린다네.’
‘어디로 갈거나’라는 뜻의 이 ‘돈데 보이’는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불법 이민자들의 고되고 힘든 삶을 노래한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긴 불법 입국 행렬이 이어지는 곳, 바로 멕시코-미국 국경이다.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궁벽한 삶에서 도망쳐 미국으로 가려는 멕시코인들의 끝없는 행렬이 국경선을 따라 이어지는 곳이다.
‘국경(The Border)’이라는 1982년 영화가 바로 이 멕시코-미국 국경을 묘사했다. 불법 입국이 빈번한 멕시코 국경지역을 배경으로 한 경찰관들의 이야기로, 멕시코 불법 이민은 이 외에도 많은 영화들의 소재가 되고 있다.
켄 로치 감독의 ‘빵과 장미’도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불법 입국한 여성의 이야기다. 여기서 ‘빵’은 힘겨운 생존을, ‘장미’는 인간다운 생활을 의미한다. 로스앤젤레스에서 건물 청소원으로 일하는 여성 마야는 ‘장미’를 얻으려 미국에 왔지만, ‘빵’을 위해서건 ‘장미’를 위해서건 적잖은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마야는 직장에서 벌어지는 부당한 일들에 대해 동료들과 함께 투쟁하는데, 좌파 성향의 영국 감독인 켄 로치는 멕시코 불법 이민자의 이야기를 동원해 사회적 메시지를 던졌다.
‘골’
그러나 현재 멕시코의 정치적 상황은 ‘골’보다 ‘국경’이나 ‘빵과 장미’ 쪽에 가까운 것 같다. 7월에 치러질 멕시코 대선의 최대 현안은 경제문제. 그 중심에 바로 미국으로의 불법이민 문제가 있다. 지난 5년간 비센테 폭스 정권 아래서 멕시코는 제대로 경제성장을 이루지 못했다. 미국을 향한 수백만 명의 이민 행렬은 이 같은 현실을 한눈에 보여준다. 현재 미국 내 멕시코 불법 이민자는 6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특히 최근 미국 정부가 멕시코와의 국경 지대에 1100km의 장벽 설치를 추진하자 멕시코인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멕시코 대선에 나온 한 후보는 “폭스 대통령은 권력 엘리트만을 위한 정책을 유지한 채 국경을 넘는 이민자들의 죽음에 맞설 만한 도덕적, 정치적 권위를 갖고 있지 않다”고 비난했다.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중남미의 ‘좌향좌’ 현상도 멕시코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남미 대륙은 전통적으로 ‘미국의 뒷마당’이라고 불렸던 지역이다. 하지만 현재 남미에서 좌파 정권이 들어선 국가는 모두 6개국이나 된다. 특히 남미의 ‘빅4’라 불리는 브라질과 칠레,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에 모두 좌파 정권이 들어섰고, 남미 최빈국인 볼리비아도 지난해 말 좌파 대열에 합류했다.
전문가들은 좌파 열풍이 올해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올해 대선을 치르는 페루와 에콰도르, 콜롬비아에 좌파 정권의 집권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남미 좌파 열풍의 원인은 80년대에 시장경제를 추진하던 이들 국가의 경제가 침체되고 불평등은 심화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원자재가 풍부한 남미 각국의 주가가 치솟는 것도 한 요인이 되고 있다 .
영화 ‘투모로우(Tomorrow)’는 지구의 온난화로 인한 신 빙하기의 도래를 다룬다. 로스앤젤레스 중심부가 토네이도에 의해 쑥대밭이 되고, 맨해튼의 마천루들이 해일에 무너지며 전 미국이 시베리아처럼 혹한 지역이 된다. 추위를 견디지 못한 많은 미국인들은 불법으로 멕시코 국경을 넘는다. 이것은 현실의 미국-멕시코 국경의 상황에 대한 또 다른 풍자 혹은 경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