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서울 집값이 다시 오르고 있다. 뉴스1
소득 전망 개선되지 않으면 집값 안 올라
‘그래프1’이 보여주듯이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은 결국 소득의 함수다. 소득이 늘어날 때는 사람들의 소비 욕구를 중단시킬 억제 기제가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소득 증가 초기에는 소비를 자제할 수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소비 수준이 높아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특히 가계의 가장 중요한 소비 대상이자 자산인 아파트를 비롯한 부동산 가격이 2012~2017년처럼 소득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때는 ‘사자’ 세력이 시장을 압도할 것이다. 반면 2018~2021년과 같이 집값 상승 속도가 임금을 훨씬 추월할 때는 추가 매입세가 고갈되며 하락세로 돌아선다.
물론 주택 가격을 결정짓는 요인이 소득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10년대 후반 저금리 환경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3%까지 끌어내리지 않았다면 2020~2021년의 폭발적인 부동산 가격 상승은 불가능했을 테다. 그러나 아무리 금리가 내려가더라도 소득 전망이 개선되지 않으면 주택 가격은 오르지 않는다. 2022년 초부터 시작된 중국 부동산시장 폭락 사태, 그리고 1990년부터 2013년까지 지속된 일본 주택시장 침체가 좋은 사례다. 즉 당장의 주택 가격 상승에는 금리 등 금융 여건이 영향을 미칠지 모르지만 장기적 흐름은 인당 국민소득에 달려 있다.
이 대목에서 “경제성장률이 계속 떨어지는데 임금이 오를 수 있는가”라는 의문을 가지는 독자가 많을 테다. 비관론이 팽배하다 보니 이런 의문을 품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경제학 세계에서 임금은 생산성의 함수다. 다시 말해 기업의 생산 효율이 개선되면 근로자 임금도 높아진다. 근로자의 임금 수준보다 그가 만들어내는 재화나 서비스의 가치가 더 높다면 근로자의 협상력이 올라갈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노동시장에서 젊은 근로자 수가 줄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그들은 몸값을 높이고자 ‘이직’이라는 수단을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더 나아가 한국 노동생산성이 꾸준히 상승하는 점도 임금인상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여기서 생산성(Multi-factor productivity)은 노동력이나 자본 투입 변화로 설명할 수 없는 생산성 개선을 뜻한다. 즉 노동이나 설비투자 없이 생산 효율이 증가해 생산성 향상이 지속되는 나라나 기업은 경쟁력이 크게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프2’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22년까지 세계 주요 선진국의 연평균 생산성 증가율을 보여주는데, 한국은 미국의 거의 3배에 이른다. 한국 경제가 금방이라도 망가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매년 발표하는 생산성 보고서를 애써 외면하는 셈이다.

2008년 이후 韓 생산성 증가율, 미국의 3배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성 증가율을 기록하는 요인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 요인은 한국의 인당 국민소득이 아직 미국의 절반 수준이라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해 한국 인당 국민소득은 3만6000달러(약 5230만 원)로 아직 미국 8만6000달러(약 1억2500만 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즉 선진국의 정교한 기계와 제도를 모방해 성장을 더욱 촉진할 여지가 있는 셈이다.
두 번째 생산성 촉진 요인은 높은 교육 수준이다. 근로자의 인지 능력은 각종 도구와 시스템을 활용하는 능력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면에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편에 속한다. 2022년 국제학력평가조사(PISA 2022)에서 한국 학생들이 세계 3위 성적표를 받았다. 한국보다 더 높은 점수를 기록한 나라는 싱가포르와 일본뿐이었다. 물론 한국 교육에 문제가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중고등학교 때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학업 성취를 보여주지만 한국 대학 이름을 세계 톱 레벨에서 찾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초중교에 집중 배정되는 현 교육 재정 구조부터 바꿔야 하지만, 이 문제는 다음 기회에 논하기로 하자.
한국의 생산성 증가율이 증가하는 세 번째 요인은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R&D) 투자다. 연구개발에 적극 나서면 혁신적인 제품을 출시할 가능성이 크고 새롭게 떠오르는 시장에서도 의미 있는 시장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다. 결국 인구 감소에 따라 한국 경제 전체의 성장 탄력은 둔화될 수 있지만, 가계 소득은 생산성 향상 속에서 꾸준히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버블과 패닉이 시시때때로 주택시장 참여자들에게 환희와 슬픔을 강요하겠지만, 시장 추세를 결정짓는 요인은 우상향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