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28

2006.03.28

이젠 영화 보고 감동 먹어야 원작소설 구입

  • 출판 칼럼니스트 bangku@dreamwiz.com

    입력2006-03-27 1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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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젠 영화 보고 감동 먹어야 원작소설 구입
    소설 분야 베스트셀러를 훑다 보니 영화로 만들어진 원작소설 천국이다. 이러다간 영화와 인연을 맺지 않으면 팔리는 일은 기대하지도 말아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사실 영화와 원작소설의 밀월관계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장호 감독의 ‘별들의 고향’ ‘바람 불어 좋은 날’, 이만희 감독의 ‘삼포 가는 길’, 임권택 감독의 ‘만다라’ 등 한국영화사를 몇 장만 넘겨봐도 소설을 토대로 만든 문제작이 허다하다. 그런데 최근에는 무명의 소설들이 영화로 만들어져 일약 유명세를 얻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번 아카데미시상식에서 감독상을 거머쥔 ‘브로크백 마운틴’만 해도 그렇다. 90년대 초 ‘항해뉴스’라는 소설이 국내에서 출간된 적이 있지만 애니 푸르가 여자인 줄도 모를 만큼 인지도는 낮았다.

    그러나 동명의 영화가 화제가 되자 책은 출간 일주일 만에 1만부가 팔려나갔다. “이 이야기를 놓쳐버린다면 남은 생애 내내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한 이안 감독의 말보다 더 훌륭한 리뷰가 있을까.

    가네시로 가즈키의 ‘플라이 대디 플라이’는 2003년에 출간되었지만 갑자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왕의 남자’로 히로인이 된 이준기의 차기작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2005년 이미 영화가 출시되었고, 국내에서는 최종태 감독이 이문식·이준기를 주연으로 영화화한다.

    2003년 출간되어 지금까지 1만5000부 정도 팔렸던 책은 개정판이 나온 데다 영화 소식까지 맞물려 한 달 만에 5만부가 나갔다. “이준기가 이 책을 세 번이나 읽었다”는 말보다 더 효과적인 카피가 있을까.



    과거에는 소설이 유명해서 읽고, 동명의 영화를 나중에 봤으며, 대부분 소설에 못 미치는 ‘영화’에 실망하는 게 정석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영화를 보고 감동을 받으면 다음에 원작소설을 읽고 소설과 영화를 비교하는 게 독자들의 읽기 패턴이 돼버렸다. 영화가 원작에 충실했던 ‘신데렐라 맨’이나 ‘밀리언 달러 베이비’와 달리, ‘브로크백 마운틴’처럼 영화가 문학적 상상의 여운을 강하게 남길 경우 독자의 선호도는 남다르게 나타난다. 소설 읽기의 기준이 소설이 아니라 영화인 시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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