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햇살 아래 은빛으로 일렁이는 거제도 여차마을 부근의 바다 풍광.
[둘째 날] 06:00 기상→06:30~07:10 통영어항 어판장 구경→07:30~09:00 짐 정리 및 아침식사(도다리쑥국 추천)→09:00~11:00 거제도로 이동(거제도 서쪽 해안을 따라가는 1018번 지방도 이용)→11:00 거제시 남부면 저구항에서 매물도해운(055-633-0051)의 소매물도행 여객선 승선→11:30 소매물도 도착→11:30~14:00 소매물도와 등대섬 구경→14:00 소매물도 출발→14:30 저구항 도착→14:40~15:20 여차-홍포 간 해안도로(남해안 제일의 해안도로)→16:30 대전-통영간고속도로 동통영IC 출발
통영은 미항(美港)이다. ‘한국의 나폴리’라는 수사가 어김없이 따라붙을 만큼 아름답다. 지난해 말 대전-통영간고속도로가 완전 개통되기 전까지만 해도 수도권 사람들에게 통영은 큰맘 먹어야 한번 찾아갈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수도권에서 당일 일정도 가능할 만큼 가까워졌고, ‘놀토(노는 토요일)’와 일요일을 이용해 거제도까지 아우른다면 1박2일의 가족여행 코스로 가히 환상적이다.
통영은 또한 예항(藝港)이다. 남망산공원의 팔각전망대나 여항산의 북포루에 올라서면 아무리 가슴이 메마른 사람도 감수성이 용솟음칠 만큼 서정적인 통영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그 바다의 빼어난 풍경과 탁월한 서정미가 세계적인 음악가 윤이상, ‘깃발’의 시인 유치환과 극작가 유치진 형제,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 시인 김상옥과 김춘수 등을 낳았다.
통영 바다의 진면목을 보려면 미륵도를 둘러봐야 한다. 통영항 남쪽에 주머니처럼 매달린 이 섬은 봄날 여행지로 제격이다. 섬을 한 바퀴 돌아오는 산양일주도로(1021번 지방도)의 길가 양쪽에는 아리따운 동백꽃과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나그네의 상기된 볼에 와 닿는 해풍에는 따사롭고 싱그러운 봄기운이 물씬 배어난다.
23km에 이르는 산양일주도로의 하이라이트 구간은 산양읍 원항마을부터 달아공원까지의 약 5km다. 비췻빛 바다와 아련히 떠 있는 섬들이 시야를 가득 채우고, 길을 굽이굽이 돌 때마다 갯마을과 포구의 아담한 풍경이 불쑥불쑥 나타난다. 달아공원과 인근 통영수산과학관에서는 해넘이와 해돋이를 감상하기에 좋다.
천혜의 바다전망대인 달아공원에서 바라보는 한려수도는 참으로 곱다. 하지만 400여 년 전 이곳 바다는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이 왜군을 크게 무찌른 전쟁터, 바로 임진왜란 3대 대첩의 하나로 꼽히는 한산대첩의 현장이다.
달아공원에서 손에 잡힐 듯 가까운 한산도 저편에는 거제도의 우람한 산줄기가 불끈 솟아 있다. 거제도는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이지만, 막상 그곳에 가보면 섬이라는 느낌이 별로 없다. 거제도와 통영 사이의 견내량 해협에는 한강다리만큼 큰 신거제대교가 놓여 있고, 이 다리를 지나 장승포항까지는 고속도로처럼 넓은 14번 국도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거제도의 아름다운 자연을 실감하려면, 섬의 서쪽 해안을 구불구불 돌아가는 1018번 지방도를 이용해야 한다. 주변에 명소는 없어도 섬 특유의 아늑하고 서정 넘치는 풍경이 줄지어 나타난다. 1018번 지방도를 타고 거제도 최고봉인 가리산(580m)을 넘어서면 남부면 저구항에 다다른다. 이 작은 항구에서는 우리나라 섬 가운데 최고 절경을 자랑하는 소매물도행 여객선이 출항한다.
일명 ‘동백로’라 불리는 통영시 미륵도의 산양일주도로변에 핀 동백꽃(왼쪽). 여항산 북포루에서 내려다본 통영항 야경.
소매물도와 등대섬 여행은 깨어나고 싶지 않은 봄꿈이다. 그야말로 일장춘몽 같은 소매물도 구경을 마치고, 거제도를 떠나기 전에 꼭 들러볼 곳이 하나 더 있다. 남부면 여차마을과 홍포(무지개)마을 사이의 깎아지른 절벽을 따라가는 해안도로다. 거제도는 물론이고 남해안 전역을 뒤져도 이곳만큼 풍광 빼어난 해안도로는 찾기 어렵다. 수십 길 높이의 가파른 절벽, 원시림처럼 울창한 숲, 눈이 시도록 푸른 바다의 조화가 절묘하기 그지없다. 더군다나 대·소병태도, 가왕도, 다포도, 대·소매물도 등의 섬들이 오롱조롱 떠 있는 바다 풍광은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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