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의 노예로 전락한 공장 노동자의 상황을 신랄하게 비판한 영화 ‘모던 타임즈’의 한 장면.
○ 논제와 관련되는 키워드
주어진 논제와 관련해서 알아둬야 할 배경 지식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소외(疏外·alienation) 일반적으로는 사귐이 멀어진 상태이며 좁은 의미로는 정신착란. 프로이트 학파에서는 문화, 기구에 대한 개인의 적응 장애로서 ‘개성 해체’의 한 특징으로 본다. 또한 철학에서는 자기소외의 뜻으로 사용하는데, 자기가 자기의 본질(본연의 자아)을 잃은 비본질적 상태(자아 상실)에 놓이는 것을 일컫는다.
·인간소외(人間疎外) 인간이 본래 가지고 있는 인간성을 박탈당해 비인간화되는 일. 비인간화는 사회제도나 정치·경제 체제 등 일반적으로 문명이라고 불리는 것의 발전이 오히려 인간에 대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데서 생긴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인간의 활동 주체가 당사자인 인간에게 있지 않고 외부적이고 강제적인 다른 존재에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인간의 본질은 인간 밖에 존재(外在)하는 것으로 되고 만다. 이것은 고도화된 사회에서 어느 정도 불가피한 현상으로, 예를 들면 현대의 여러 가지 사회병리 현상은 그 전형적인 발현이다. 이 같은 현상은 이미 장 자크 루소에 의해 지적됐고, 카를 마르크스는 그 원인이 자본주의 체제에서 유래한다고 보았다.
○ 소외 개념 정리에 도움이 되는 작품들
·영화 ‘모던 타임즈’ (감독·주연 찰리 채플린) 채플린이 공장 노동자로 열연한 ‘모던 타임즈’는 대량생산의 포드 시스템이 가져온 노동자들의 기계화·부품화를 통해 소외 문제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공장에 출근해 점심시간이 될 때까지 채플린이 하는 일은 라인 앞을 지나가는 부품의 나사를 조이는 단순 작업의 반복이다. 끝없는 단순 작업의 영향으로 채플린은 기계가 멈추었을 때조차도 나사 조이는 행동을 계속하는 등의 비인간적 모습을 희극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삶의 페이소스를 아이러니하게 보여준다.
이는 산업혁명 이후 기계에 종속된 노동자의 모습을 은유하는 것이기도 하다. 즉 인간 스스로가 주인이 아닌 기계의 노예와 같은 모습으로 전락한 것이다.
·‘소유냐 존재냐’(에리히 프롬) 삶의 방식을 크게 두 가지 대립적인 형태로 구분하여 설명하며 다양한 상황에 적용함으로써 구체화하고 있는 책이다. 두 가지 삶의 방식인 ‘소유적 삶’과 ‘존재적 삶’의 개념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요구한다.
소유에 집착하는 사람은 자기 것을 빼앗길까 봐 다른 이들에게 적대적이지만 존재에 충실한 사람은 빼앗길 것이 없기에 다른 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지식 면에서도 소유에 집착하는 사람은 자신이 ‘소유한’지식이 파괴될까 봐 자기정당화에 급급한 반면 존재에 충실한 사람은 더 나은 완성을 이루기 위해 언제나 열린 마음으로 자기 지식을 수정할 준비가 돼 있다.
산업화가 가져온 소외와 부작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산업사회의 일반적 특징인 ‘소유라는 삶의 방식’을 ‘존재라는 삶의 방식’으로 바꿔야 하는 것이다.
·‘일차원적 인간’(마르쿠제) 플라톤 이후 서양철학은 줄기차게 최선의 국가, 최선의 쾌락, 지고의 행복, 영구 평화 등 현실의 모순과는 대비되는 이상을 모색해왔다. 현실에 적응해 살아가면서도 그런 현실에 만족하지 않고 더욱 이상적인 현실을 창출하고자 하는 인간의 노력, 인간은 그렇게 가능성의 존재, 이중적인 차원을 지닌 존재인 것이다. 그러한 이중적인 차원을 자각함으로써 인간은 더 나은 현실을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현실화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현대 선진 산업사회 속에서 인간은 그러한 가능성의 차원(이상 실현의 가능성)을 상실하고 단지 현실 차원에 매몰돼버리고 말았다. 즉 ‘일차원적 인간’으로 살아가게 된 것이다. 선진 산업사회는 진보된 각종 기술과 장치를 바탕으로 현실에 대한 비판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게 됐다.
비판이 마비되고 반대 의견이 나오지 않는 현실, 즉 ‘일차원적 사회’에서는 효율성의 강조와 경제적 생활수준 향상이라는 조건을 바탕으로 사회적 모순과 갈등이 희석, 은폐된다. 마비된 비판 의식 속에서 ‘일차원적 인간’들은 끊임없이 소비하는 데에만 몰두하게 된다. 이러한 ‘허위 욕구’는 과도한 산업 생산, 낭비, 실업, 소외와 억압 등의 부정적인 현실 모순을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진정한 의식과 욕구를 마비시킨다.
현대사회의 모습을 이러한 일차원적 인간들로 이루어진 사회라고 비판하며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깊이 있게 조명하고 있다.
·국내 소설 ‘서울, 1964년 겨울’ (김승옥)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1960년대적 의식의 방황을 그렸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도덕주의적 엄숙성을 지닌 50년대 문학의 경향에서 탈피하여 도시에서 소외된 현대인의 고독과 비애, 그리고 고립을 그리고 있다. 특별한 사건은 없이 우연히 만난 세 남자의 비현실적 대화와 행동을 통해 전망 없는 세계에 처한 삶의 부조리를 드러낸다.
김승옥 문학의 대표작으로, 인간관계의 단절상을 극적으로 제시하는 작품이다. 진정한 자아로서의 만남이 불가능해진 현대사회의 어두운 뒷모습을 ‘의도된 어색함의 상황’에 담아 보여준다.
·희곡 ‘세일즈맨의 죽음’ (아서 밀러) 평생을 외판원으로 살아오다 끝내 자살하고 마는 비극적 인간의 삶을 통해 현대인들의 자아정체성 상실의 문제를 다룬 문제작이다.
윌리 로먼은 평생을 외판원으로 살아왔으나 이제는 늙어서 정신조차 온전치 못한 인물이다. 그에게는 이해심 많고 사려 깊은 아내 린다와 두 아들, 비프와 해피가 있다. 윌리는 대인관계의 매력이 사업에서 성공하는 열쇠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 신념으로 자신과 가족들에게 불가능한 꿈을 강요한다.
둘째 아들 해피는 건달로 지내면서도 윌리를 이해하고 따르려 하지만, 비프는 그렇지 않다. 비프는 아버지가 출장 중 바람을 피운 사실을 알게 된 이후 도벽이 생기는 등 불량하게 변하고, 아버지의 지나친 기대 때문에 자신이 희생됐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밖으로 나돌던 비프가 돌아오면서 가족은 서로를 격려하고 새 출발의 꿈에 부푼다.
그러던 중 외판 업무를 그만두고 정식 사원 자리를 부탁하러 간 윌리는 36년간 다니던 회사로부터 해고를 당하고, 돈을 빌려 운동기구점을 차릴 꿈에 부풀어 있던 비프도 좌절한다. 비프에게 희망을 걸고 있던 윌리는, 파멸의 원인이 모두 자기의 잘못된 신념에 있었다는 것을 깨닫자 비프에게 보험금이라도 남겨주겠다는 생각에서 자살을 감행한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주인공의 불행한 정신 편력과 죽음을 통해 자기 정체성을 제대로 확립하지 못한 현대인의 비극을 그려내고 있다. 일이 잘되던 과거와 난관에 빠진 현재 사이의 괴리에, 기대대로 되지 않는 자식에 대한 고민을 죽음으로 해결하려 든다.
그의 죽음은 본인으로서는 가족을 위한 마지막 헌신이었지만, 본질적으로는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인식하지 못한 자의 비극적 종말일 뿐이었다.
○ 지식 확장, 교과서를 활용하라
논술 쓰기의 원재료가 되는 지식을 축적하기 위한 첩경은 학교 교과서를 정독하는 것이다.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은 국어 과목을 제외하더라도 최소한 8~10개 과목의 논술과 직·간접으로 연관된 과목을 공부한다. 국사, 도덕, 사회는 모든 학생이 배우는 기본 공통 교과목이고 시민윤리, 인간사회와 환경 중 1~2과목, 한국 근·현대사, 세계사, 정치, 경제, 사회문화, 법과 사회, 윤리와 사상, 전통 윤리 중 최소한 4과목 이상을 배우게 된다. 이들 교과서에 나오는 탐구력 향상문제 등 심화 학습 자료를 꾸준히 학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어떤 종류의 논술에도 대처할 수 있는 실력을 쌓게 되는 것이다.
일례로 국어 교사인 필자가 논술 지도를 위해 참고하는 윤리 참고서는 740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다. 내용도 웬만한 사상서 못지않은 깊이를 갖고 있다. 내신과 수능 준비를 하면서 이런 책을 6~7권씩 정독한다고 상상해보라. 그 지식의 방대함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일 것이다.
교과서에서 충분히 다루지 못했거나 더욱 심화된 내용이 필요할 때에는 EBSi의 수능 강좌(특히 교양강좌를 권하고 싶다) 시청이나 논술 관련 내용을 다룬 언론매체의 각종 자료를 통해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