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록, 새마을 농촌주택, 전남
최근 세계적으로 역사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고 복고가 최첨단으로 역전되면서 근대의 이미지들을 새롭게 조명하려는 시도가 부쩍 늘었다. 일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새마을’ 전도 그런 노력 중 하나다.
일제강점기에서 70년대까지 근대 건축물을 7명의 사진작가들이 찍은 이 전시의 출발은 ‘일민시각문화’의 발간이었다. 일민미술관과 일민문화재단은 매년 시각 이미지를 통해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담론화하는 시각문화서를 출간해 연구자 및 도서관 등에 무료로 나눠주고 있는데, 올해 그 두 번째 책을 펴낸다.
‘시각문화 총서’ 두 번째 책에 실려
“서울, 강원, 제주 등 전국을 7개 지역으로 나눠 작가를 선정했습니다. 최원석, 이재갑 같은 작가는 원래 근대 건축/공간에 대한 작업을 해왔고, 뜻이 맞아 새로 참여한 작가들도 있어요. 환경조형물, 기념비, 동상, 간판, 시각디자인물 등 우리가 살아온 근대적 삶이 반영된 모든 공간을 아울렀습니다.
세 차례의 중간 토론회를 거쳤는데, 이승복 동상이 전국 방방곡곡 어디나 있다는 것에 놀랐고, 또 근대 건축공간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어 이를 자료로 남기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도 새삼 깨달았어요. 원래 책으로만 내려던 것을 일반인도 함께 볼 수 있도록 전시를 하자는 제안이 나왔어요.”(김희령, 일민미술관 디렉터)
사진작가들은 초등학교 교정에 기린 모형과 나란히 선 ‘유관순 열사’상, 전면을 권위적으로 꾸민 교사(校舍)들, 6·25전쟁 참전국의 이국 문물을 ‘짬뽕’한 기념비들, 슬레이트에 기와를 얹은 똑같 냉정하게 카메라에 담았다.
당시 예외 없이 강요됐던 근대적 삶의 구조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한국의 ‘유형 사진’이라 이름 붙일 만하다. 근대적 구조물을 임기응변으로 바꾸고 덧붙이며 살았던 사람들의 지혜에 웃음도 나오지만.
우리가 이 사진들을 부인할 수 있을까? 한 미술작가는 “강남의 청담동이야말로 가짜고, 뉴욕의 짝퉁이다. 근대화 과정을 간직하고 있는 변두리 동네가 진짜 우리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 전시는 어떤 이들에겐 향수를 불러일으킬 것이며, 또 어떤 이들에게는 한국의 ‘오리지널’ 이미지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할 것이다. 70년대 번성했던 모노크롬 회화와 조잡한 이승복 동상들 중 어느 쪽이 우리의 얼굴에 더 가까울까. 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이다. 구성수, 남민숙, 신기선, 이재갑, 이정록, 장용근, 최원석 등 참여. 4월16일까지, 일민미술관, 02-2020-2055.
이재갑, 구 구룡포 신사, 경북 | 최원석, 자유의 다리, 경기 |
신기선, 육탄십용사충용탑, 경기 | 구성수, 유관순 열사상, 경기 보산초교 |
장용근, 이승복 동상, 경남 | 남민숙, 덕수궁 중명전, 서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