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능 장애 환자를 진찰하는 한주석 원장.
“잦은 야근과 철야 근무로 인해 아내와 잠자리에 들 시간적 여유가 없어져서 그랬는지, 일거리를 따내기 위해 밤마다 마신 술이 화근이었는지, 회사 일에 대한 중압감과 불안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문제였는지…. 아마도 여러 원인들이 겹쳐서 그렇게 됐던 것 같다.” 조 씨의 고백이다.
‘시작하자마자 끝나는’ 형편이 계속되자 그는 아내 보기도 미안하고 관계를 맺는 것조차 부담스러워져서 점점 귀가시간을 늦추게 됐다. 어쩌다 일찍 들어가는 날이면 아내의 짜증에 눈치만 늘게 됐다. 결혼 이후 당연시해온 아침식사가 사라지기 시작한 것도 그즈음이다. ‘부부생활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이유 하나로 하루아침에 가정에서 설 자리를 잃어버린 것이다.
부족한 장기 보완해 성기능 장애 근본원인 제거
조 씨는 마침 허리 통증 때문에 찾은 의성한의원(서울 도봉구 창4동, 02-902-7509)의 한주석 원장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놨다. 조 씨의 이야기를 들은 한 원장은 “성기능 장애를 개선하는 것은 삶의 질을 개선하는 일”이라면서도 “아무런 쾌감도 주지 못하면서 그저 발기력만 유지할 수 있는 정력제나 주사제는 되레 행위를 고통스럽게 만들 뿐이므로 근본원인을 제거해 쾌감을 살려내는 것이 조루 치료의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고는 조 씨에게 지속적인 한방 치료를 통해 조루의 해결책을 찾아볼 것을 권했다.
성기능 장애는 일반적으로 조루와 발기부전으로 나뉜다. 조루는 삽입 전이나 삽입 직후에 사정하는 경우, 삽입을 했더라도 1~2분을 넘지 못하고 행위를 끝내는 경우, 사정을 조절하지 못해 상대방이 절정에 이르기 전에 끝내는 경우 등 섹스 시간과 연관이 있다. 발기부전은 애초에 준비가 되지 않으니 시도조차 불가능한 상태를 이른다.
한 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한방에서는 신장과 간장·심장 기능에 이상이 있을 때 성기능 장애가 오는 것으로 본다고 한다. 심장은 조루, 간장은 발기, 신장은 호르몬의 양과 연관된다는 것. 한 원장은 이를 ‘불을 붙이는 과정’에 빗대어 설명한다. “호르몬의 양이 풍부하다는 것은 기름이 많다는 말인데, 기름이 심지를 타고 힘차게 뻗어갈 수 있는 것은 간에 활력이 넘친다는 의미다. 이처럼 심지를 타고 올라간 기름에 불을 붙이는 것은 심장의 역할이다.”
치료 목적은 흥분을 스스로 조절해 ‘느낌’을 살려내는 데 있다. 한 원장은 “조루는 흥분을 조절할 수 없어서 사정이 빨라지는 증상인데, 양방에서는 느낌을 둔하게 하는 신경차단술을 행한다. 하지만 이는 쾌감을 ‘마취’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술의 의미가 없다고 본다”며 “중요한 것은 자신의 쾌감을 얼마만큼 되살릴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신침을 놓는 모습(위)과 선약 재료.
이를 확인하기 위해 성기능 장애로 고민하다 의성한의원을 찾은 남성 환자들과 대기실에서 얘기를 나눠보았다. 그들 대부분이 주위의 소개로 찾아왔다고 했는데, 이구동성으로 10일 남짓 한 원장에게서 침과 약 치료를 받은 뒤 예전의 80~90% 수준으로 성기능이 회복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40대에서 70대까지의 다양한 연령대로 성기능 장애 외에 고혈압과 간질환, 노환, 당뇨병 등 지병에 대한 치료도 병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흔히 40대 이후 찾아오는 전립샘(전립선) 이상도 성기능 장애의 원인이 된다. 40, 50대가 되면서 소변줄기가 약해지고 배뇨 곤란이나 빈뇨 등의 이상이 나타나면서 전립샘이 커지기 시작하는데, 50대 후반에 들어서면 전립샘비대증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이는 40세 전후로 신기(腎氣)가 약해지면서 남성호르몬이 감소하기 때문인데, 성기능 장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양방에서는 전립샘비대증을 수술요법을 통해 치료한다. 그러나 한 원장은 “한방에서는 보전적 치료로도 충분히 회복될 수 있다”며 “전립샘 부위의 탄력이 떨어졌기 때문에 힘없이 퍼지는 것이다. 신기능을 보(補)해서 이 부위에 힘을 주면 다시 탄력이 생기면서 쫀득쫀득하게 오므라들게 된다. 2개월 정도 치료하면 비대증이 가라앉고 성욕감퇴, 조루, 발기부전 등 성기능 장애도 자연스럽게 해결된다”고 덧붙인다.
또한 당뇨 합병증으로 성기능 장애가 오기도 하는데, 이는 당뇨병의 원인이 신장의 양기 부족에 있기 때문이다. 당뇨가 진행될수록 신장의 기운도 떨어져 호르몬의 양이 부족해지고 정액 생성이 감퇴하며 고환이 위축된다. 반대로 신장에 이상이 생기면 진액이 부족해지면서 당뇨병이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신장을 보하는 처방을 통해 당뇨병과 성기능 장애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것.
치료의 대부분은 신침(神針)과 선약(仙藥)으로 이루어진다. 신침은 허준의 ‘동의보감’과 조선 후기 사암도인이 남긴 ‘사암오행침법’을 기초로 한 침구법이다. 신침이라는 이름도 사암도인의 침구요결편 중 ‘신침가’에서 따온 것이다. 하지만 한 원장의 침을 맞은 환자들은 ‘통증이 단번에 사라지는 신기한 침’이라는 의미의 ‘신침’으로 부르기도 한다.
당뇨·고혈압 등 지병도 병행 치료
신침의 특징은 다리와 팔에만 놓는다는 것. 한 원장은 “팔과 다리에서 오장육부를 직접 자극하는 혈자리를 찾아 침을 놓는다. 적으면 1~2개, 많으면 3~4개의 침을 놓은 뒤 오른쪽 왼쪽으로 돌려서 혈자리를 자극하는데 환자의 증상, 나이, 체질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돌리는 방향과 횟수를 정한다”고 설명한다.
성기능 장애 환자를 주로 치료하는 한주석 원장.
그러나 이런 치료 과정을 통해 좋은 결과를 얻었더라도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한 원장은 강조한다. “이미 노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면, 원기를 회복해도 그 상태가 지속되리라는 보장이 없다. 몸을 움직여 노력하지 않으면 그동안의 공이 모두 허사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한방 치료와 동시에 운동과 생활습관 개선 등을 통해 스스로 몸을 좋게 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