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신광면에 있는 이명박 서울시장 조부 묘. 水口가 벌어져 전망이 좋다(왼쪽). 이천시 호법면에 있는 이 시장 부모 묘.
그런데 인터뷰 중 개개인에게 생가가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데믹 지국장이 “나의 생가는 미국의 어느 산부인과인데, 그럼 그곳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운명은 다 똑같단 말인가요”라고 반문했다. 그래서 필자는 “한국도 요즘 거의 산부인과에서 아이들이 태어난다. 그리고 신생아가 산부인과에 있는 기간은 길어야 일주일이다. 그런 만큼 산부인과가 아니라, 신생아가 어머니 뱃속에서 자라던 터와 어린 시절을 보냈던 터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바로 그런 뜻에서의 생가를 말하는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풍수에서 말하는 생가란 이렇듯 태어난 순간의 장소가 아니라,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 자라던 터와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곳의 터를 말한다.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서는 2004년에 개최된 ‘세계생명문화포럼’에서 민주언론운동연합 최민희 사무총장이 “한 인간의 잉태 순간이 일생을 좌우”하며 “뱃속에서 하루 잘 키우는 것이 낳아서 열 달보다 중요하다”고 한 바 있다. 이는 “훌륭한 자녀를 두려면 부부가 명당 터에 잠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암도 스님(전 백양사 주지)의 말씀과 같은 내용이다.
“무덤이 아무리 좋아도 마음만 못한 것”
7월 중순 일부 언론에 서로 약속이나 한 듯 ‘이명박 서울시장의 생가와 선영을 찾는 사람들’에 관한 기사가 실렸다. ‘풍수 전문가들이 조상 묘와 생가를 방문, 왕기(王氣)를 확인했다’느니 ‘서울 풍수지리 관련 대학교수들이 이곳을 찾았다’느니 하는 것이다. 독자들에게 마치 ‘이명박 서울시장의 생가와 선영이 왕기가 서린 명당’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내용이었다. ‘왕권은 신이 주는 것이다’는 ‘왕권신수설(王權神授說)’이 아니라 ‘제왕은 명당으로부터 나온다’는 ‘왕권명당설(王權明堂說)’이란 용어가 조만간 생겨날 듯하다.
또 ‘서울의 풍수지리 관련 대학교수들이 생가와 선영을 찾았다’는 보도는 기사 내용의 권위를 보여주려 한 것이지만, 그들이 말하는 ‘교수들’이란 사회교육원 강사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 시장의 경우 풍수적으로 대권 가능성 여부를 말할 수 없다. 왜 그런지 살펴보자.
풍수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생가(生家)이며, 두 번째가 바로 윗대 조상(부모→조부모 순) 무덤, 마지막이 현재 사는 집터다. 그만큼 풍수에서는 사람이 태어난 집터를 중시한다. 그런데 이 시장의 경우 “일본에서 태어났다”고 한다(동네 사람들 증언). 때문에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덕실 마을을 찾아가 본들 아무 의미가 없다. 그곳이 생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두 번째 그의 선영이다. 흥해읍 덕실 마을을 지나 산을 넘어 신광면 만석2리에 조부모 묘가,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송갈1리(영일목장)에 부모 묘가 있다. 이곳을 둘러본 최낙기(선문대 강사) 씨는 ‘고인들에게는 편안한 양지바른 곳이지만, 특별히 풍수설을 믿고서 쓴 자리는 아닌 듯하다’고 평한다.
송나라 사람 채원정(蔡元定)이 쓴 풍수서 ‘발미론’은 조선 사대부들이 금과옥조처럼 여겼던 책이다. 이 책에는 “음지호 불여심지호(陰地好 不如心地好)”란 말이 있다. ‘무덤(陰地)이 제아무리 좋아도 마음(心地) 좋은 것만 같지 못하다’는 뜻이다. 이는 풍수 논리도 결국 공동체 선을 위한 공명정대한 마음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말한다.
왕이나 대통령의 경우 시대정신(天時)을 정확히 읽고 이를 구현해나갈 의지가 있는 이에게 땅의 이점(地利)이 주어지는 것이지, 개개인의 삿(私)된 야망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모든 풍수서가 강조한다.